히가시노 게이고, <매스커레이드 호텔>



오랜만에 또 본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입니다. 매스커레이드 호텔. 중간까지는 이게 추리소설인지 추리소설을 가장한 일반 소설인지 모를 정도의 구성... 결론적으로 보면 추리소설이 맞긴 맞았는데 여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처럼 트릭을 통해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는 요소는 거의 전무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거창하게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일 것도 아니고(인터넷을 찾아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사회파 추리소설"의 축에 못낀다는 이야기도 많지만).. 느낌을 찾자면 조금 더 딱딱해진 <하늘 속>같은 느낌..이었네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하늘 속>이 라이트노벨의 느낌을 살려서 SF를 가장한 연애소설이 되었다면, <매스커레이드 호텔> 쪽은 일반 소설의 느낌을 살려서 추리를 가장한 연애소설이 되었다.. 정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닛타와 야마기시 나오미의 연애전선이 그렇게 전면에 서있는 작품인 것도 아니지만.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본다면... 분량에 비해 추리소설로서의 만족도는 굉장히 낮은 편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기본적으로 추리소설이라는 느낌이 약한 소설이기도 하구요. 그에 비해 분량은 상당히 많은 편이라서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읽는다면(추리소설다운 대목은 이 소설의 가장 마지막 부분 밖에 없다고 해도 될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게 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추리소설...이라고 한다면 일상추리물? 정도라고 해야겠군요. 그러니까, <빙과(氷果)> 같은 느낌이요. 


그런 것과는 완전히 별개로 호텔리어의 생활에 대해서 한 번 쯤 주목해볼 수 있는 소설이었는데...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가 호텔리어에 대해 얼마나 조사했고 어느 정도의 검증을 거쳐서 이 소설을 썼는지, 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역시 쉬운 직업은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냥 단순히 즐겁지 않아도 웃어야하고 상대방의 말에 무조건 끄덕여야하는, 그런 을의 처지인 서비스업 종사자로서의 비애 뿐만 아니라... 순발력과 재치, 거기에 인내심까지 모두 겸비해야 그나마 버텨낼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야마기시 나오미가 바로 그런 캐릭터죠.


어쨌든 저는 원래 추리소설 광은 아니고... 또 기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소설 그 자체가 재밌어서, 라는 이유로 읽는 편이기 때문에 추리물이 아니라는 점에 실망할 일도 없었고 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닛타와 야마기시 조합이 만화 속에서나 볼법한 조합이라서 내심 응원하게 되는 조합이기도 했구요! 사실 이 소설은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앞에 몇 페이지만 읽어봐도 둘이 이어지게 될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을 정도니까(...)


그나저나 히가시노 게이고도 소설 정말 많이 쓰네요. 다작하는 작가의 대표주자라고 불러줄만한 것 같습니다. 제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그렇게 막 광적으로 찾아 읽은 것도 아닌데... 벌써 제가 몇 번째로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인지... 어쨌든 작가 이름만으로 평타는 치고 가는 작가다보니 자꾸 손이 가게 되긴 하더군요. 다채로운 장르, 다채로운 소재를 작품으로 잘 끌어들여 녹여낼줄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P.S.) 매스커레이드는 가장무도회..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호텔리어도 손님도 모두 가면을 쓰고 있다, 라는 야마기시의 말을 잘 드러내는 제목 선정이었군요.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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