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뜬금없이 하는 이야기지만, J.R.R 톨킨의 소설이 저에게 잘 맞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번도 없어요. 어릴 때, <반지의 제왕>이라는 작품의 컨셉은 참 마음에 들었지만, 6권을 한 번에 샀던 소설도, 한 편 한 편이 길고도 긴 영화도 제대로 다 본 적도 없어요. 지금에 와서야 영화라면 다시 도전해보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호빗이라는 소설은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었던건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동화라는 컨셉은 어떤 형태든지 좋아하거든요. <호빗>을 완독한 지금에 와서는 동화라고 하기에도, 제대로 각잡고 쓴 판타지라고 생각하기에도 어정쩡한, 그런 작품이었지만.. 흥미가 동했던건 어쨌든 그 동화라는 단어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호빗> 영화가 나왔을 때도 바로 영화관 가서 봤었죠. 그 영화는 생각보다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지만..(사실 처음 봤을 때까지만 해도 3부작이 될거라고는 생갃하지도 못했습니다..)


사족으로.. 이후에 톨킨의 소설을 얼마나 읽을지 모르니 여기다가 덧붙여보도록 하죠. 제게 톨키니스트는... 이해할 수 없는 대상.. 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뭔가 아쉬운, 뭐 반쯤은 존경에 가깝게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물론 저도 좋아하는 작가가 있고, 그런 작가들은 소설이 나오는 대로 찾아서 읽곤 합니다. 한국작가로는 가장 대표적인 작가가 황정은이고, 일본작가로는 와타야 리사?(근데 요즘 작품들은 한국에 번역출판이 안되더군요 ㅠㅠ) 그런데 톨키니스트나, 비슷하다고 해야할지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덤이라거나 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뭔가 저와는 다른 존재인 것 같은거죠. 한 작가에게 저 정도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는게 놀랍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고.


소설 자체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소설은 동화적인 구성이 엿보입니다. 뭔가 치밀한 심리묘사가 주가 되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인 빌보의 캐릭터도 비슷하죠. 뭔가 멋지거나, 아니면 대놓고 우스꽝스럽거나,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 미숙하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동화 주인공스러운 캐릭터입니다. 또 왜 저렇게 억눌려있었나... 싶을 정도로 악역인 스마우그는 쉽게 죽어요. 그것도 정말 뜬금없이. 이 소설의 후반부가 정말 당혹스러웠던건 그거였어요. 뭔가 빌보와 난쟁이들 손에 의해서 무언가 결과가 나와야하는데, 뜬금없는 데서 결과가 나와버리거든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조금 덜 진지하고, 아이들한테 해주는 것 같은 그런 이야기다? 라는 느낌인거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문장에서 느껴지는 느낌도 그랬어요. 뭔가 조금 가볍게 붕붕 뜨는 듯한 문장..이라고 해야하나. 번역된 결과물에서 그걸 느꼈다는 점에서 역시 선입견 때문인가 싶기도 하지만요. 어쨌든 덕분에 뭔가 몰입이 잘 안됐던 것도 사실.


사실 주요 인물을 제외하면 캐릭터성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아요. 난쟁이들이 드글 드글 가는데, 그 중에 캐릭터성이 제대로 드러나는 인물은 기껏해야 소린, 봄부르 정도고, 나머지는 "아 그래 그 난쟁이 친구들!"하는 정도... 물론 제 착각일 수도 있고 제가 제대로 안 읽어서 일 수도 있지만요.


기대했던 것만큼 엄청난 소설!!은 아니었고 그냥 평범하게 읽을만한 소설이었다.. 정도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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