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방콕을 걷다 #2. Hotel and Asiatique

파얏타이 역에서 내린 우리는 정처없이 호텔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여행의 피로를 시작도 하기 전부터 태어나서 최장 시간 비행 + 이어지는 공항철도 + 자비없는 계단(1편 마지막 참고..) 삼연타로 꾹꾹 눌러담은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가 처음 묵었던 숙소는 트루시암True Siam이었다. 갔다와서 찾아본 바로는 만족도가 보통 5점 만점 기준 3점 중후반~4초반에서 형성되는 정도의 숙소인듯. 가성비만큼은 최고였지만 가격의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그래도 그 가격에 이 정도면 훌륭하지 싶었다. 실제로 넓직넓직하고 좋았다. 화장실에 세면용품 같은게 거의 구비되있지 않았던 점만 제외하면.


친절했던 트루시암 카운터 직원들. 한가지 인상깊은 점이라면, 저기 카운터에 보이는 생수(페트병에 든 것 말고 유리병에 든 것)만큼만 딱 공짜로 제공되는 물이었다. 저 물은 태국을 대표하는(맞나?) 음료수브랜드 Chang에서 나오는 생수. 마신만큼 계속 다시 채워주고, 하루에 2병씩 비치되어있는데 기본적으로는 냉장고에 안넣어준다. 


방콕 사람들이 찍혔으니 말인데, 겨우 1주일 정도 있었던 방콕이었지만 지금까지 나가봤던 해외 중에 현지인들에 대한 인상이 가장 좋은 나라였다(그래봤자 일본, 대만에 이어 이제 3번째지만). 다들 왠지 사글사글 웃는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었다고나 할까.  트루시암 직원들도 그랬고, 택시운전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그런 인상을 받았다. 나중에 나올 짐 톰슨이 이런 태국 사람들에 반해 아예 눌러앉았다고 하는데 물론 시대의 벽이 수십년 있긴 하지만 대충 그럴만하구나 싶었던 부분이었다.


태국도 TIP문화가 있는 나라다. 우리가 TIPS BOX에 넣었는지 어쨌는지는 잘 기억도 안나지만. 아까 말했던 Chang 생수가 바로 왼쪽의 저것. FREE라고 붙어있음. 팁 박스 옆에 있는건 책갈피인데 하나 가져와서 책 읽으면서 잘 썼다. 지금도 찾으면 잘 쓸텐데 어딨는지 잘 보이질 않는다. 순천에 가지고 내려온 것 같긴 한데.


트루시암 키..는 아니고 열쇠고리. 다른 호텔처럼 방에 전기가 들어와있는 상태를 유지하려면 저 카드같이 생긴 플라스틱 조각을 홀더에 넣어줘야하는데, 정작 방문은 카드키가 아니고 저 열쇠고리가 달린 열쇠로 꽂고 돌려서 여는... 좋은 말로 아날로그스러운 방식이다. 


다들 들어와서 일단 쓰러졌지만.. 그래도 자기에도 이르고 당장 저녁도 안먹어서 배도 고프고 한 상황. 저녁 일정은 아시아티크로 움직이기로 했다! 파얏타이에서 아시아티크로 이동하려면 일단 BTS를 타야한다. 드디어 BTS 등장. 

방콕 여행을 하면서 친해지지 않을래야 친해지지 않을 수 없는 로고, 바로 BTS 로고 되시겠다. 우리나라처럼 지하철로 환승에 환승을 거듭하면 원하는 곳에 어떻게든 도착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지만, 방콕 내에서 탈 수 있는 전철류에서는 가장 여행지와 여행지를 잘 이어주는 것이 BTS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BTS=지상철, MRT=지하철, ARL=공항철도라는 이미지. 


연두색이 BTS 쑤쿰윗선, 그리고 저... 청록색? 저 색깔이 BTS 씰롬선. 여기에서 N2(파얏타이)에서 N7(사판탁신)까지 이동을 해야한다. 


티켓은 요렇게 생겼다. 나오는 모양은 몇 개 정해진 모양이지만 은근 다채롭고, 대부분 저런 경고성 메시지다. 뒷면에는 위와 같은 노선도가 그려져있다. 재질은 공중전화카드같은 재질로, 우리나라 지하철에서 쓰는 그런 두껍고 딱딱한 재질의 카드는 아니다. 옛날 노란색에 마그네틱 선이 있었던 그 티켓의 진화판같은 느낌이다.


ARL도 그렇지만 방콕은 대체로 지하철이 요렇게 온 벽면을 광고가 칠하고 있다. 뭐 우리나라도 왠만한 노선은 다 적자경영이라고 하는데, 방콕도 그런 상황일지도. 저런데다 방콕 물가에 비교해보면 BTS 가격이 결코 싼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저런 광고도 물론 열차마다 달라서 어떤건 색다르고 괜찮네? 싶다가도 어느건 비쥬얼쇼크이기도 하고..


역 모습은 스크린도어가 없던 시절 우리나라 지상역과 별반 다를바가 없다. 스크린도어만 없다고 생각하면 우리나라 현재의 지상역과도 크게 다를바는 없음. 그렇게 BTS를 타고 사판탁신에 도착은 했지만...


방심하면 금물. 계단 또 등장. 제발 계단 꺼졍... 방콕의 BTS는 승강장과 표 끊는 곳을 이어주는 곳은 에스컬레이터가 되있는 경우가 많지만(이것도 대개 올라가는 방향만인 경우가 많았다) 그곳과 지상을 이어주는 곳은 여지없이 계단이다. 그래도 캐리어를 들고 내려가는건 아니니 웃으면서 내려갈 수 있었...을까?


수상버스? 라고 하나? 아니면 수상택시? 어쨌든 영어로 써진대로하면 셔틀보트(Shuttle boat) 승강장. 꽤 여러가지가 서는데 우리가 타는건 무료로 운행되는 아시아티크 셔틀보트. 


주로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 아시아티크, 그리고 여러가지 호텔들. 대중교통은 아니란 소리임. 방콕도 도시를 가로지르는 짜오프라야강 덕분에 여러가지 수상 운송 수단이 발달해있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인 모양이다. 그도 그럴것이 강 건너편에 바로 호텔이랑 아시아티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런 경우면 굳이 다리놓고 차로 연결할 필요보다도 이렇게 실어나르는게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기 왼쪽에 보이는 곳이 승강장. 건너편으로 보이는건 여러가지 호텔들이다. 실제로 배를 타보면 일단 짜오프라야강이 그다지 깨끗하지 않다는걸 느낄 수 있고(근데 그 물이 생각보다 안쪽으로 많이 튄다..) 또 생각보다 빠르다는 생각도 든다. 타는 느낌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바다가 아닌 강을 타는 배이니만큼 심하게 흔들리는 편도 아니고 또 생각보다 맞는 밤바람이 기분이 좋다. 물론 내가 탔을 때야 피로에 절어있어서 그런걸 얼마나 느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렇게 힘들게 짜오프라야강을 건너 아시아티크에 도착. 일단 해두고 싶은 이야기는, 생각보다 저 수상버스?의 배차(?)시간이 길다.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중심, 관광도시 방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관광객이 엄청나게 많다. 덕분에 줄 서서 기다리는 게 더 힘들지도 모른다는 사실. 일단 밤늦은 시간, 아시아티크에 도착.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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