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생활을 정리했다

  정말 길고도 길었던 서울 생활. 중간에 순천에서 보낸 시간이 길지만 내 머릿속의 서울 생활은 재수 생활 때부터의 1년 6개월 정도인 것 같다. 물론 그 중 두세달 정도는 순천에 내려와서 지냈으니 1년 3개월 정도의 시간. 그다지 즐겁지 않았고, 그다지 싫지 않았다. 재수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서울 생활을 시작하면서 했던 생각은 지금에 와서 더욱 더 강해졌다. "살기는 순천이 더 좋다." 아마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 것 같다. 살기는 순천이, 놀기는 서울이 더 좋다는 생각. 아니, 적어도 서울에 살게 되더라도, 신촌만큼은 벗어나서 살아야겠다. 대학에, 대학생들을 겨냥한 곳에 산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제대로 된 주거환경이 갖춰져있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일장일단이란 소리다. 물론 학생 신분에서는 장점이 훨씬 많긴 했지만.


  어쨌든 이렇게 내 서울 생활을 끝낸다. 완전히 끝나는건 아니다. 군대 2년을 지방에서 보내게 되었고, 그에 맞춰서 내 생활을 다시 순천으로 끌고 내려왔을 뿐이다. 학교가 서울에 있으니 나는 복학하면 서울로 찾아 올라가야할 것이고, 아마 휴가 때마다 서울을 올라갈거다. 그래, 딱 그 정도가 좋다. 서울에서 1주일 이상을 보내는건 묘하게 힘들다. 서울에서 1년을 넘게 살았는데, 아직도 이 집이 내 집인지 잘 모르겠다. 집에 있어도 마음이 놓이거나 하는 편안함이 별로 없다는 느낌? 최소한의 아늑함만 있다. 딱 그것만.


  학교 생활이 힘들어졌고, 그에 발맞춰 서울생활도 힘들어졌을거다. 서울생활의 시작이 그토록 발악했던 내 재수의 시작이기도 했으니 서울 생활이 밝게 그려졌을리가 없을 것 같다. 앞으로 2년을 지방에서 보낸 뒤 지금까지 보내온 시간의 배 이상을 보내야할 서울은 내게 어떻게 다가올까. 대학생으로서 온전히 맞는 첫 서울일터다. 그 때는 좀 즐겁게 서울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까?


  인터넷에서 글을 보다가, 문득 일리노이주의 시카고에 대한 글을 봤다. 시카고. 대도시 중에는 유독 애향심이 강한 도시라고 한다. 내 순천에 대한 애향심은 어느 정도일까. 내가 그토록 서울 환경에 적응하면서 처음 그토록 힘들어했던건, 순천이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서울사람'이라는 모종의 집단에 대한 알 수 없는 반발심리였을까. 지금에 와서야 순천사람이고 서울사람이고 같은 사람이고 같은 한국인인데,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그땐 그랬다.


  왠지, 뭐 그런 느낌. 안녕 서울? 이제 심심하다고 어딘가를 찾아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거나 책을 읽겠다고 동방에 쳐박히거나 덥다고 학교로 산책나가거나, 그런건 한동안 못하겠구나. 2년 뒤 달라진 나로, 달라진 서울에서, 달라진 학교와 마주할 때, 2년이란 시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시원섭섭하게 서울생활에 종지부. :)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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