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학생 사이

요즘들어 학교에 꽤나 불만을 가지고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 스스로 느끼게 된다. 옛날에 학교에서 그렇게 죽어라 심화반을 불러낼 때에도 이렇게까지는 짜증이 안났던 것 같은데. 이제 고3이 된다는 부담감과 함께 여러가지 감정이 겹쳐서일까, 그저 짜증만 나고 있는 것이다. 소통의 부재에서 벌어진 학교와 학생의 사이, 그 사이에서 점점 벌어지고 있는 인식과 입장의 차이는 학생을 옭아매고 결국 학교를 옭아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학교는 한 때 명문고라는 소리를 오랫동안 들었던 학교이다. 전성기는 전남 지역 최고의 명문이었던 광주일고가 평준화된 이후로 학생들이 몰린 이후. 꽤나 오래전의 일이고, 순천-목포-여수 교육청이 합의해서 세 지역을 평준화 지역으로 전환했을 때 순천고 역시 함께 평준화되었다. 그 이후에도 순천고 출신 선생님들도 많고, 여러모로 노력을 해서인지 교과교실제 시범학교, 고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특목고 수준의 교육과정 운영 시범학교, 자율형 공립고 선정 등 학교의 위상은 날이 갈 수록 높아지고 있는 느낌이 들지만,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준화 이후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점점 더 입시 성적은 초라해지고 있으며, 관내 중학생들의 선택 역시도 사립고등학교로 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순고까지 나오신 선생님들이기 때문에, 즉 이 학교가 모교이기 때문에, 그리고 모교가 아닌 선생님들(아마도 더 많겠지) 역시 노력하고 계시고, 그 분들의 목표는 결국 우리를 좋은 대학에 입학 시키고 그러는 과정에서 학교의 위상도 살리겠다는 것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우리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은 대부분 우리를 공부시키고자 하는 것이고 곧 우리 잘되라고 하는 것임도 이해하고는 있다. 그렇지만 무작정 요구만 하고, 거기에 맞는 대우를 해주지 않으면 학생은 지친다. 그리고 우리 학교는 실제로 그러고 있다. 학교에서는 책임질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이야기가, 전체 대상이 아닌 심화반 대상으로라도 간혹 나오고는 한다.

결정적으로 학교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학교를 불신하는 학생들도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순고생, 하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러 의미에서 다른 학교에 내세울 것이 많지 않은 학교이기 때문이다. 공립학교 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현실적으로 사립고등학교에 비해 자금적인 문제에서 밀릴 뿐만 아니라, 최상위권만이라면 사립고등학교 성적이 우리 학교보다 나은 편이고(우리 학교는 최상위권과 최하위권이 부재해있는 형태로 나타난다. 즉 평균을 내면 그다지 밀리지는 않는다), 그런 학교들은 최상위권이 아닌 이상 학생들을 몰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자율적인 분위기(라고 쓰고 관리를 안한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으리라)로 운영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

거기다 선생님들 중에는 자랑거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몇 분 계신 것 같지만 한없이 시대에 역행하고 있는 18mm 이하의 두발규제, 일방통행적인 학교의 입장이나 한없이 권위주의적인 학생부, 그리고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학생회까지. 학생회의 문제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해도 내세울게 없음은 점점 명확해진다.

뭐랄까... 조금 더 소통되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통학차 쪽에는 내일 운행 안해도 된다고 해놓고 우리한테는 출석일이라고 말하고 있어서 그런 거지만. -_-;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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