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사이버 첨삭을 끝내며 - 논술과 바칼로레아

논술과 바칼로레아
논술 사이버 첨삭(전남교육청 논술동아리 활동)을 끝내며

작년 말에 있었던 2010 전남 논술·토론캠프가 끝난 이후로, 캠프 참여자 대상으로 이루어졌던 논술 사이버 첨삭(전남교육 논술동아리 활동)이 끝났습니다. 논술이라는게 처음엔 참 막막하기도 하고 묘한 느낌의 물건이었는데, 이젠 재밌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어쨌든 매주 있었던 숙제 하나가 없어져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길 것 같아요. 물론 말이 숙제지 하는 동안은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논술 사이버 첨삭 3주차를 하던 주부터 학원에서도 장학반을 편성하고 논술수업을 해준 덕분에 장학B반 논술까지 섞어서 듣고 있긴 하지만요. 선생님들마다 첨삭의 방향같은게 다르다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어떤 형태의 문장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냥 넘기시는 분들도 있고. 어떤 표현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만큼 객관성보단 주관성에 의해 채점되는 것이 논술이라는 의미겠지요. 한가지 확실한건 모든 선생님들이 강조하시는 건 간결체라는 점입니다. 저는 블로그에서 글 쓰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간결체로 쓰는게 쉽지 않았거든요. 아무래도 지금 제가 쓰는 글도 그렇고, 대충 살펴보시면 간결체와는 꽤나 거리가 먼 문장들을 쓰고 있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바칼로레아와 대한민국 논술=논술캠프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역시 위에서 언급한 간결체입니다. 다른 글에서는 기교라거나 과장 섞인 표현 정도로 취급되는 표현들이 모두 지나치게 장황하다는 이유로 감점 대상이 되곤 합니다. 대한민국 논술은 답이 있는 논술이고, 동시에 글쓰기 능력이 아닌 사고력을 평가하는 논술이라는 점에서 당연하다면 당연한 내용입니다. 바칼로레아라면 또 다를지도 모르겠죠. 논술캠프 가서 하도 많이 들었더니 바칼로레아라는 이름은 그냥 외워버린 것 같습니다. 물론 바칼로레아는 검색해보면 알 수 있듯이 철학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시험인 것 같고, 생각 이상으로 그 정형화된 틀이 있는 시험인 것 같기도 합니다. 동시에 합격시키기 위한 시험이라는 조선일보의 언급이 눈에 띄는군요. 합격률이 88% 이상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대학별 시행 형태도 아니고, 수능 형태의 전국 규모의 시험인 것 같구요.

국내의 논술이나,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나, 한가지 공통점은 결국 정형화된 틀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인 듯 합니다. 그리고 바칼로레아가 가진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역시 답을 가지고 있다라는 점 아닐까 싶은데요. 바칼로레아 자체가 논술고사 이름이 아니라 수능처럼 하나의 시험이고, 거기에서 영어와 수학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이 기술형으로 출제되는데, 결국 글쓰기의 특성상, 그리고 시험의 특성상 정해진 답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겠지요. 채점을 하면서 채점기준표가 존재한다는 것은 결국 창의성보다 정해진 정답을 요구한다는 것일 테구요. 여러가지 공통점이 있지만, 동시에 그렇기에 우리나라에는 부적합한 시험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바칼로레아 자체가 수능 이상으로 돈이 많이 드는 시험이기 때문에 말이죠. 물론 각 대학별로 현재 체계를 바칼로레아식으로 옮기는 방법이 있긴 한데, 무엇보다 대학에서 중요시하는 객관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말이죠. 우리나라 대학 입장에서는 역시 정형화된 틀이 있고 채점할 수 있는 문제를 요구하겠죠.

◆논술 채점 영역의 '창의성'의 정체=우리나라의 논술 채점 기준은 각 대학별로 각자 만들고 있지만, 서울대를 기준으로 하자면 평가 영역에는 창의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창의성이라고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걸까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논술의 기본 목표가 채점할 수 있는 문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면, 꽤나 묘한 기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러한 평가 영역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논술 캠프를 가서 배운 내용이지만, 주로 이 창의성 영역은 변별력이 크지 않고 배점 자체도 40%에서 30%로 줄어드는 등 채점하기엔 어려운 것이 사실인 것 같더군요. 주로 이 창의성은 어떠한 예시를 드는가에서 판단되는 것으로, 글 전개의 창의성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사실 대부분 창의적이라고 전개하는 글들은 조직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합니다.

◆논술의 가장 큰 난점은 글쓰기가 아니라는 점=논술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논술이 글쓰기가 아니라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아니, 글쓰기는 맞지만 글쓰기 시험이 아니라는 점 말이죠. 평상시에 글 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논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논술은 답이 있고 글자수 제한이 있으므로 기교 등을 최대한 자제한 간결체로 서술하여야하는데, 글을 평상시에 즐겨 쓰는 사람들은 이런 간결체가 대부분 습관이 되어있지 않거든요. 물론 간결체와 만연체 중 어떤 것이 좋은 것이냐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설명하는 목적을 가진 글에서는 간결체가 더 좋고(이해하기 쉬우니까), 논술 또한 그러한 점을 요구하는 것이죠. 간결체를 즐겨 쓰는 사람이 있고 만연체를 즐겨 쓰는 사람이 있듯이, 이것들의 우위를 정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하지만 저 역시도 평상시부터 간결체로 쓰는 습관을 들이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씩 습관으로 만들어볼까 합니다.

논술 공부하는 모두들 파이팅.
그리고 전남 논술 캠프 참여했던 학생 선생님들 다들 파이팅.


참고자료
<오마이뉴스> 거품에 쌓인 바칼로레아, 2003년 7월 14일 하승우 시민기자 (링크)
<조선일보> 프랑스, 200년 '바칼로레아의 위기', 2008년 4월 8일 강경희 파리특파원 (링크)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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