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딜레마

아마도, 이건 에반게리온의 영향을 받은게 분명하다. 사람이 참... 뭐라고 해야지? 신지스러워졌어찌질해졌어. 아니, 조금 더 소심한 성격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된건가.

그렇지만,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대목은(TVA에선 이 부분이 땜빵이었다는 것 같은데- 시나리오만 땜빵인지 파트 자체가 땜빵인진 알 수 없지) 어떻게든 내 눈길을 잡는다. 요즘, 아니 근 3년간 가장 고민하고 있는 대목이니까.
고슴도치 딜레마란 독일의 철학자 아더 쇼펜하우어가 쓴 우화에서 추위에 견디지 못하고 몸을 기대어 서로 온기를 나누던 두 마리의 고슴도치가 너무 가까워지면 서로의 침에 찔리고 그렇다고 서로 너무 떨어져 있으면 추운 딜레마에 빠진다는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위키피디아 한국어판
에바에선, 아니 원래 그렇게 해석하려고 만든 용어같긴 한데, 이것을 인간관계에서 받게되는 상처와 연관시켰다.
'아프리카 바늘 두더지의 딜레마' 란 얘기 아니? 바늘 두더지의 경우, 상대에게 자신의 온기를 전하려고 해도 몸을 대면 댈 수록 온몸의 바늘로 서로를 상처 입혀 버리지, 인간에게도 같은 소릴 할 수 있어. 지금의 신지 군은 마음의 어딘 가에서 아픔을 두려워해서 겁이 많아 진 거겠지 그러다 알게 되겠지. 어른이 된다는 건 다가가던가 멀어지던가 하는 걸 반복해서 서로가 그다지 상처 입지 않고 사는 거리를 찾아낸다는 걸...
에반게리온 TVA 3화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 그리고 나 역시 겪고 있는 문제다. 말로 잘 표현하긴 어렵지만, 아마 반드시 내 성격과 관련이 있겠지. 소심한 성격은 그것을 드러내지 못해 안달이 나있다. 그리고 나는 그걸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내 인간관계는 항상 그랬다. 내가 만들어나가는 인간관계는 완벽하게 두 개로 나뉜다(완벽한걸까?). 얕지만 넓은 인맥깊지만 좁은 인맥이다.

넓고 좁고는 아마 각자의 판단 기준에 달려있겠지. 그렇지만 나는 인간관계를 체계적으로 짜내는데 약하다. 아니, 그걸 체계적으로 짜내고 있는게 이상한걸까? 뭐라고 표현해야 옳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인간관계에 있어서 무게추를 적당히 놓을 줄 모른다. 원래 친했던 친구와 친해져가는 친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자꾸 기울어져버리지. 그러면서 나 스스로도 가슴속에 무게를, 짐을 쌓아가는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사람에 약하다. 그런 사람 앞에 서는 것 자체도 부담되고, 짜증이 나기도 하고. 물론 그런 사람과 친해지는 것은 흔치 않다. 그러나 일단 친해지고 나면, 다시 새로운 딜레마에서 고민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런 사람들 앞에서 나도 모르게 자꾸 비판적인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비판적이 될 수록, 그 칼날은 나를 조금 더 깊숙히 찔러온다. 아마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내왔고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성격, 언젠가는 고칠 수 있을래나? 고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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