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권 조례, 나도 한마디 해볼까

경기도내 학생 인권 조례가 11월 1일자로 공포되면서 체벌 금지, 두발 규제 금지, 야간 자율 학습 및 보충 수업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학생 인권 조례가 통과되었다. 그 과정에서 교사 간의 갈등,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부터 시작해서 시민단체, 교육청, 일선 학교 및 교사, 학생, 학부모, 일반 국민이나 정치인들까지 다들 한 마디씩 하며 옹호하거나 반대했다. 학생 인권 조례의 의미는 무엇이고, 그러한 학생 인권 조례는 어떻게 보아져야하는 걸까. 나는 아직도 그것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지 못했다.

어느 정책이나 그렇지만 이 학생 인권 조례도 장단을 가진 정책이다. 학생 인권 조례는 교육과 관련된 모든 이들, 나아가 모든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칠게 뻔하다. 학생 인권 조례의 통과는 학생 인권을 일반 국민 수준의 인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데에 핵심이 있다. 좋은 일이다. 나도 학생이고, 학생도 사람이다. 그동안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무시된 것도 사실이다. 학생도 사람인데 왜 그 인권은 무시되어야하는가라는 이야기는 이제 식상한 소재였다. 그러나 정부나 교육부, 교육청, 지자체까지도 모두들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관련된 법안이나 조례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학생 인권 조례가 진보 성향 교육감이 들어서자마자 일사천리로 통과되었다. 꽤나 고무적인 일이다.

학생 인권 조례와 체벌권

그러나 나는 학생 인권 조례의 내용에 대해선 하고 싶은 말이 꽤 많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에 따르면 전세계의 95%가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을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행위로 그려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일부 사실이다. 교사에게는 학생을 때릴 수 있는 권한이 과연 있는 것인가. 나도 이러한 질문에 확답을 낼 수는 없다. 물론 우리 법은 그것을 보장해왔고(체벌권) 이번에야 그 체벌권이 부정되었다. 그렇다면 체벌 금지 대신에 교사가 학생에게 행할 수 있는 처벌은 어떤 내용인가.

사실 나는 이러한 질문에 직면하면서 도대체 어떤 말을 해야하는 것일까 하고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대안으로 내놓은 성찰교실제니 뭐니 하는 시스템이 과연 학생들에게 효과를 볼 수 있을까. 흔히들 하는 말- 즉 교사를 '간을 본다'라는 말을 듣는 지금의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그것이 제대로 수용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실제로 성찰교실제는 아니지만 체벌 대신 선생님들에겐 다른 방법이 있다. 학생부 처벌이다. 학생부를 통하면 교사도 피곤하지 않고 부드럽게 학생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교내봉사, 전학권고를 비롯해 여러가지 처벌도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과정을 택하지 않는 대부분의 이유는 학생들을 과연 학생부까지 끌고 가면서 처벌해야하는가라는 인간적인 부분의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선생님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 인간적인 부분을 상실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사회는, 우리 언론은 일부 같은 선생님이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교사의 케이스를 부각시켜 교사의 입지를 굉장히 좁혀놓았다. 10년 남짓 되는 세월동안 교사라는 직업은 성직에서 천직에 가까운 직업이 되버렸다. 적어도 우리 사회가 교사를 바라보는 입장은 그렇다. 전대원 선생님(~씨라는 말투 대신 한 번 써보도록 한다)이 자신의 저서 「나의 권리를 말한다」에서 밝혔듯이, 우리나라에서 교사에 대한 처우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교사라는 직업에 성직관[각주:1]과 노동자관[각주:2]을 동시에 적용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2010/05/21 - 전대원 - 나의 권리를 말한다

체벌권은 제한되어야한다. 그러나 금지되어야하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인권 조례는 어떤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인가. 학생 인권 조례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도입 타이밍과 학교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데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미 선생님들에겐 학생부 처벌이라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이 방법을 실제로 사용하더라도 학생이 수업에 잘 참여한다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기본적으로 성찰 교실제는 학생부 처벌에 비해 더 학생 중심의 처벌 방식이고 여기에는 어떤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체벌을 대신할 제대로 된 시스템은 하나도 구축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교사의 매를 빼앗아가는 행위는 학교를 어떻게 뒤집어놓을지 모른다.

내가 이렇게 체벌권을 옹호하는 이유는 학생으로서 볼 때 지금으로서도 학생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교사들에게서 매를 빼앗간다는 것이 학교를 어느 정도까지 붕괴시킬 것이며, 그것이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남으로써 어느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 인권 조례 초기에는 그 조례의 내용이 어떻든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부작용이 발생하는 기간동안 학교가 빠르게 붕괴되고 해체될 것임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학생 인권 조례(정확히는 그 범위 안에 포함된 체벌 금지와 일부 규정을 제외하고)를 내가 옹호하는 이유는 그러한 부작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금지를 주장하는 이들의 주장은 그렇다. 학생들의 본성이 나빠서 매를 들어도 안고쳐지는게 아니라 매를 들기 때문에 학생들의 본성이 그렇게 변해버렸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 주장의 합리성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들의 말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 그들 대부분은 교육학을 전공했거나 하다못해 공부한 사람들일테고 나는 수백만에 달하며 과거까지 포함하면 수천만에 달할 피교육자 중 한 명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학교가 해체된 이후에 과연 제대로 된 학교를 만들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한 번 해체된 것이 다시 만들어지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은 어떤 존재인가? 교사는 사람 아닌가?

결국 이 논란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학생을 어떻게 볼 것이냐다. 학생을 보호의 대상으로 볼 때에는 체벌권이 인정될 여지가 있고, 하나의 개인으로만 볼 때에는 체벌권 인정의 여지가 없다. 기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즉 학생을 보호의 대상으로서 바라보면서 그들에게 면책권을 부여하지만 그들을 성숙한 하나의 개인으로 존재하여 그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사상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학생이라고 하는 '계층'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특권을 누릴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현실적으로 학생을 보호와 훈육의 대상으로 보고, 교사는 그러한 학생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을 사용한다. 그 수단 중 가장 적극적인 방법에 속하는 것이 바로 체벌이다. 그런데 그것을 빼앗간다는 것이다. 이것을 긍정적으로 보려면 한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체벌으로 표상되고 있는 학교에서 교사-학생 간의 폭력은 반드시 교사에게서 나와 학생에게로 가해지는 것에 한해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자, 즉 교사와 학생은 모두 알고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지 몰라도 그것은 없는 것이 아니다. 그 빈도가 상대적으로 적을 뿐이지 이 것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무엇보다 학생은 교사를 고소하는데 교사는 학생을 고소하지 않는다. 지금 이 사회의 인식은 교사가 학생을 체벌하면 기본권 침해, 학생이 교사에게 저항하면서 폭력을 사용하면 교사가 직업으로서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선생님들께 학생들을 고소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바뀌어야하는 주체를 다시 생각해보라!

자, 이제 학생 인권 조례라는 작은 주제로 다시 돌아와보면, 결국 지금 당장 시급한 문제는 바뀌어야하는 주체의 재설정이다. 변화의 주체를 교사로 삼지 말라. 모든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시키지 말라. 선생님들도 우리 교육에 답답해하고, 그러한 교육 시스템 속에서 입시체제를 굴려야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씁쓸해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변화를 줄 수 없는 현실에 대해 걱정하는 선생님들이 태산이다. 일부 이상한 선생님들을 학생 전반으로 일반화시키지 말라, 그리고 바뀌어야하는 주체를 다시 생각해보라!

바뀌어야하는건 교사 만이 아니다. 학생 만도 아니다. 바뀌어야하는건 교사, 학생, 학부모, 사회, 교육부, 정부, 나아가 입시제도와 국가 전반의 이해가 통째로 바뀌어야한다.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에서의 지금과 같은 행보는 그저 모든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시키는 행위일 뿐이다.

인권 조례는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인권 조례가 담고 있는 모든 내용은 필요한 것들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필요한건 변화이지 혁명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급진적 변화는 학교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가 잘못 설정될 위험이 크다. 지금보다 학생과 교사 간의 장벽은 더 커질 수도 있다. 교사 우위의 교육 체제를 변경시키기 위해 학생 우위의 교육 체제를 만든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고 역설적인 일인가?

P.S.)
가끔 설문조사 자료를 가지고, 이러이러하니까 이렇게, 저러저러하니까 저렇게, 하면서 체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나 언론이 있는데, 이건 당연히 말도 안되는 결과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대충 생각해봐도 당연히 체벌금지 찬성이고, 교사는 반대고, 학부형은 다시 찬성일 것이다. 이 뻔한 결과를 조사해서 얻을 수 있는건 없다. 기본적으로 체벌 금지라는 문제는 단순히 설문 조사를 통해 국민의 기호를 반영해야할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1. 교사라는 직업을 성직(聖職), 즉 신성한 직업으로 보는 관점이다. 성직관으로서 교사라는 직업을 바라봄으로서 교사직에 권위를 부여한다. 기본적으로 교사라는 직업을 긍정적인 것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더 좋게 본다. [본문으로]
  2. 교사라는 직업을 단순히 직업의 하나로 취급하고, 교사라는 개인은 한 명의 노동자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교사라는 시각에 대해 성직관에서 인정하는 권위와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공무원과같은 사회 기능의 구성 요소로 바라본다. [본문으로]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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