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텍 K810 블루투스 키보드: 블루투스 키보드의 끝판왕


모든 것의 발단: 왜 블루투스 키보드가 필요했었나

블루투스 키보드를 처음 탐내기 시작했던 것은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한 직후였다.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출시되었던 애플 스마트키보드커버는 정말 살인적인 가격을 자랑해서, 패드와 펜슬을 구매하고 나서 빈털터리가 된 나로서는 도저히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일체감을 준다는 점에서 괜찮을 것 같았지만, 가까운 리셀러 매장을 찾아서 타건해봤을 때도 그다지 인상이 좋지는 않았다. 사실 납득할 수 없으리만치 비쌌던 12만원이라는 가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한동안 안쓰다가 요즘 또 아이패드를 열심히 쓰고 있어서, 사실 패드 프로 12.9 자체를 디스할 생각은 크게 없다. 물론 가격만 생각하면 절대 합리적이라고 부를 수 없는 가격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 키보드가 229,000원은 좀 심했다. 그래서 사용하기 시작했던게 로지텍의 가성비 쩌는 블루투스 키보드, K380이었다. 몇 가지 마음에 안드는 점도 있었고 그 자체로 아주 뛰어난 타건감을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k810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꽤 잘 썼던 키보드였다. 사실 사용하다보니 아이패드 프로의 기능은 노트북이 흡수했기 때문에 정작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이다. 언젠가 다룰 일이 있겠지만, 아이패드 프로는 아무리 액정이 커도 어디까지나 아이패드고, 따라서 생산된 컨텐츠를 소비하는 물건이지 키보드같은걸 덕지 덕지 붙여서 뭔가 생산성있는 일을 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물건이다.


여튼 그러다가 아마존 BCG 이벤트 때 언더아머 티셔츠 한 장과 함께 구매했다. 케이스도 구매하고 싶었는데 직구로 깔끔하게 보내주는 녀석을 찾는데 실패해서, 사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자주 가지고 다니는 것은 아니니 큰 상관은 없지 않을까 싶어 그냥 단품으로 주문했다. 

그래서, 진짜로 K810 개봉기


그토록 기다렸던 로지텍 K810 블루투스 키보드. 간단히 설명하자면, 여기 저기에서 블루투스 키보드의 소위 '끝판왕' 정도로 불리고 있는 아이템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키보드들처럼 대단히 특출난 기능이 있는가하면 그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블루투스를 지원하면서 타이핑하는 느낌이나 만듦새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준수한 키보드다. 즉, 기본기가 뛰어난 키보드다. 물론 가격이 가격이니만큼 K380에서 찾아보지 못했던 LED가 있는 등, 한층 더 고급스러워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박스를 뜯어내면 그 안에 비닐로 포장된 키보드가 들어있다. 사실 디자인 자체는 평범한 키보드보다 조금 좋은 수준이라서, 대단히 감격스러운 것은 아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애매하게 짝이 없었던 동그란 키를 가진 K380보다는 100만배쯤 더 낫다는 거..



키보드를 들어내고 나면 이런 풍경. 박스는 바람개비 모양으로,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만 열면 박스가 전체로 다 개봉되는 형태인데 물론 신기한 건 사실이지만 굳이 이렇게 만들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개봉할 때는 특색있고 재밌었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다.



안에는 USB-A & 마이크로USB로 구성된 USB 케이블 하나와 간단 매뉴얼이 들어있다. 케이블의 경우 줄을 잡아주는 부분도 있고 해서 꽤 준수한 케이블인 것으로 보이지만, 슬슬 USB-C로 넘어가야하느 상황이라서 아주 달가운 녀석은 아니다. 물론, K810이 발매되었던건 한참 전인 2012년경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 로지텍이 잘못한 것은 전혀 없다.


이러한 케이블을 보면 알게 되는 사실이지만, AAA 건전지로 구동되는 K380과 달리 K810은 충전식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건전지와 내장배터리 충전형은 사실 어떤 녀석이 더 우수하고 어떤 녀석이 더 나쁜 것인지라기보다 일장일단의 관계에 있는데, 일단 키보드가 자주 충전해야하는 물건이 아님을 고려한다면(LED를 켠 채로 사용하면 생각보다는 자주 충전해줘야한다) 건전지보다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밖에서 사용하다가 갑자기 배터리가 나가서 걱정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원스위치는 길쭉하게 생겼고, 안쪽에 붉은색과 녹색 처리가 되어있어서 전원이 켜진 상태인지 아닌지를 쉽게 분간할 수 있다.



뒤는 화려하지는 않고, 간단한 인증정보와 K810이라는 모델명만이 적혀있다. 사진은 조명 때문에 다 날아가버려서 어떤지 잘 느낌이 오지 않을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깔끔하다.



처음 블루투스 연결버튼과 전원버튼을 안내하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떼어내는 손잡이도 처음부터 달려있는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실제 사용할 때는 제거하고 사용하도록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 스티커는 정중앙에 딱 들어와있지 않고 적당히 붙인 느낌이 역력한데, 아무래도 완성도가 낮아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심각한 수준으로 눈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K380은 별도로 연결하는 버튼이 없고 각 디바이스 버튼을 길게 눌러서 연결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이 모델이 연결절차 자체는 조금 더 복잡한 편인 셈이다.



이 모델도 역시 3가지 모델을 연결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멀티페어링을 아직 대단히 유용하게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노트북과 핸드폰과 아이패드를 등록해놓고 이리저리 쉽게 넘나들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그런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 PC이다보니 카톡이 오더라도 PC카톡을 이용할 수 있어서 현란한 페어링 전환을 하고 있지는 않다. K380에 비해서 기기간 페어링 전환 시에 연결되는 속도가 월등히 빨라서 키가 입력되지 않거나 딜레이가 생기는 문제는 훨씬 덜한 편이다. 괜히 끝판왕이 아니다.



두께는 이 정도. 블루투스 키보드이니만큼 키보드 자체가 높은 편이 아니고 굉장히 얇게 디자인되었다. 가지고 다니기 편한건 좋지만 타이핑할 때는 낮은 점이 조금 아쉬워서 뭔가 뒤에 물건을 받치고 타이핑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아쉬운 부분이지만 두께를 늘리거나 다리를 넣거나 하는 방식은 블루투스 키보드의 본질을 해치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딱히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사실 낮은 키보드 자체는 사용하다보면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기존에 쓰던 K380은 결코 나쁜 키보드가 아니었다. 블루투스 키보드가, 그것도 2~3만원대에서 형성된 키보드가 이 정도의 수준을 낸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물론 전반적으로재질이나 LED의 유무 등 K810의 하위호환임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K810이라는 키보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큰 불만 없이 잘 썼을 키보드다. 그러나 K810과 함께 늘어놓고 보면, 일단 저 적응할 수 없는 원형 버튼부터 시작해서 전반적으로 K810보다 한참 아래인 키보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밥값은 하나?

지금 구매하면 아무리 싸게 사도 6만원 이상을 줘야하는 이 키보드가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물론 확답을 내릴 순 없다. 사실 키보드가 기계식 따위로 넘어가면 그 정도 가격하는 키보드는 널리고 널렸지만, 일반적인 키보드에 이 가격대란 이제는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무선이라는 점에서 나처럼 주로 노트북에 물려쓰더라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노트북은 키보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키보드를 거치해놓고 쓰기에는 부피 측면에서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인데 이 키보드는 준수한 키감을 내면서도 그러한 한계를 잘 극복하고 있다. 사실 유선 멤브레인 키보드도 이 정도 되는 키보드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자금사정이 허락한다면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법 하다. 실제로 K380은 굳이 그램 키보드를 대신해서 사용하지는 않았는데, K810은 집에서 노트북을 쓸 때는 거의 상시로 사용하고 있다. 옛날에는 저 그램 키보드로 어떻게 블로그에 글을 썼나 싶을 정도다.


고장을 대비해서 조금 더 쟁여놓고 싶은 생각도 있는, 그런 키보드다. 만약 다음에 자금의 사정이 허락하고, 또 새로운 키보드에 대한 욕구가 생긴다면 한성의 오피스마스터 키보드와 이 녀석 한 대 더를 놓고 고민할 것 같다. 그만큼 후회없는 선택이 되리라 확신한다.


참고로 이 키보드는 많이 내려가면 50달러 수준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처럼 70달러 선에서 형성될 때는 급하지 않다면 구매하지 않는게 낫다. 생각보다 자주 할인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다리다보면 언젠가 한 번은 후려치는 날이 온다. 로지텍이 저렴이 키보드들을 내놓는 것은 대단히 좋지만 K810/K811 라인업을 대체할 새로운 고급 라인 제품도 출시해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다음 모델이 제대로 나왔다면 지금쯤 K810 가격도 많이 내려있었을텐데 말이다.


요약

가격빼고는 흠잡을 데 없는 키보드

★★★★☆(4.5)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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