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코(ABKO) Hacker K6000 RGB 키보드 - 오테뮤 청축

키보드에 대단한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미 내가 산 '고가'라 부를만한 키보드만도 3개다. FC300R과 FC900R, 그리고 로지텍의 블루투스 키보드인 K810까지. 사실, 그저 글을 쓰는걸 좋아해서 보다 나은 키보드를 찾다보니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고가의 기계식 키보드에 관심을 끊은지도 꽤 되었는데, 얼마전에 나름 특가라고 풀렸던 앱코의 해커 K6000 청축 모델을 구매하게 됐다. 이베이 계열의 옥션과 지마켓에서 특가로 나왔던 상품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반품으로 끝을 맺은 제품이다. 사실 처음 살 때부터 '앱코는 걸러야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나름 일리있는 이야기다.



박스는 꽤 그럴싸하다. 여기서도 느껴지는 배달의 민족의 흔적.. 정말 어디에나 적당한 디자인에 적당히 때려넣으면 참 잘어울리는 글씨체다. 정말 잘만든 글씨체다. 사실 박스 자체에 대단히 특이할 것은 없다. 굳이 적으라고 한다면 배송이 올 때 외부 박스 안에 일체의 완충재 없이 제품 박스가 그대로 들어있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제품을 이렇게 보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앱코에서 직접 판매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스마트배송'이라는 이름을 붙일거면 배송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이 제품을 환불하고 끝낸 이유는 내 자의도 일부 있었지만 제품 자체의 결함 때문이었는데 배송도 일조하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다. 안그래도 던져질게 뻔한 택배박스에 이렇게 무방비하게 넣는 심리를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K6000의 키캡은 ABS 이중사출 키캡이라고 되어있는데 퀄리티가 꽤 조악하다. 글씨체는 나쁘지 않은데, 재질 자체가 번들번들하고 제품의 마감도 자체가 아주 높다고 평하기는 어려워보인다. 그래도 3만원대의 가격을 생각하면 그럭저럭 넘어가도 좋다, 싶은 수준이다. 사실 최소한 저 번들거림만 어떻게 해결해도 이것보다는 훨씬 더 나은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싸구려 플라스틱 느낌이 나도 너무 심하게 난다.



기타 구성품. PC방에 많이 들어가는 제품 중 하나인지 PC방용 스티커와 높이를 조절하는 부품의 여분, 그리고 청소용 붓과 키캡 리무버가 포함되어 있다. 사실 FC300R을 구매할 때도 을어있지 않던 녀석들이라 이런 부분은 괜찮은 아이디어다.



사실 다양한 LED가 지원되는 키보드를 아예 처음 써봐서(사실 LED 제품 자체를 로지텍 K810과 올데이그램15의 하얀색 LED만 써봤다) 처음에는 다양한 기능과 다양한 색깔을 지원하는 이 키보드가 굉장히 신기했다. 가족들에게 자랑도 했고, 감탄을 연발하면서 이 키보드로 글도 조금 써보고 타자연습도 조금 해봤다. 청축 키보드를 하나 가지고 싶었는데, 딸깍거리는 소리가 시끄럽기도 하고 경쾌하기도 했다. 다만 리니어 방식의 키보드들과 달리 구분감이 있을 때까지 쭉 눌러줘야해서 타이핑에 살짝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고, 그래서인지 오타가 많이 났다. 아니, 많이 나는줄 알았는데...


일단, 이 키보드의 전반적인 마감수준이 굉장히 나쁘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해당 판매 페이지에 꽤 많은 사람들이 특정 키가 먹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품 교환을 요구하고 있었다. 뜯어본 사람의 말에 따르면 문제는 냉납이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제품을 만들면서 기계식 키보드의 스위치가 제대로 납땜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접촉불량처럼 특정 키가 인식되다가 안되다가 하는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나같은 경우에도 ㅇ키가 10번 누르면 8~9번 정도만 인식되는 문제로 곯머리를 앓았고 결국 교환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 정도의 마감수준이라면 교환하는데 드는 비용을 투자해서 마감의 전반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이지 않나 싶다.


결국 나는 교환을 요청했고, 제품이 들어간지 꽤 되었는데도 처리가 안되길래 지마켓 측에 그럴거면 제품을 환불해달라고 글을 남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재고가 없어서 취소하게 되었다는 짧은 답변과 함께 전액이 환불되었다. 키보드는 저런 결함이 없다고 할 때 3만원은 싸고 4만원은 과분한, 딱 그 정도의 키보드다. 한성, 스카이디지털, 아콘, 앱코 등 많은 저가형 기계식 키보드가 나오고 있고, 오테뮤 축이나 가격을 조금 올리면 카일 축까지 다양한 제품이 존재한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이 제품을 골라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퀄리티 유지가 정말 제대로 안되고 있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경우만 봐도,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글을 씀을 고려해도 불량률이 꽤 높아 교환해서도 제대로 된 제품을 받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반면 인터넷 평가를 뒤져보면, 그래도 앱코 고객센터를 통하면 나름 열심히 a/s를 해주는 것으로 보여서, 그 정도 귀찮음을 감수할 수 있다면 + 새 제품을 뜯어도 무방하다면, 아주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래도 제대로 된 기계식 키보드를 써보고 싶다면 레오폴드 정도의 수준에서 시작하거나 한성 정도에서 시작하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 일단 키보드인데 10번 누르면 10번 다 입력은 되어야하는 일이니까. 참고로 제품을 구매한 경우, 키를 하나씩 눌러서 입력이 되는지 확인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각 키를 반복 입력해서 반복 입력한 횟수대로 정상적으로 인식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내가 썼던 키보드도 하나씩 누르는 입력은 (딱 그 순간 우연일 수도 있지만) 모두 정상적이었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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