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츠지 유키토, <십각관의 살인>

1. 어나더

재패니메이션과 관련된 서브컬처 쪽에 한 쪽 발의 발가락 끝의 매우 작은 부분 정도를 담그고 있는 나이기 때문에(이것보단 많이 담그고 있나..) <어나더>가 애니메이션화 되었을 때 <어나더>를 볼 자신은 없었지만 책은 읽어보고 싶어서 냉큼 사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땐 서평만큼은 착실하게 썼었는지 서평도 제대로 썼었고. 그 때 기억을 살려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을 때 일본소설 코너에서 <십각관의 살인>을 냉큼 골랐다. 


읽으면서 계속 한 생각이 하나 있는데.. 내가 분명히 <어나더>를 읽을 때 아야츠지 유키토가 호러 쪽에 가까운 작가라는 걸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데 잘못 안거였나? <어나더>가 훨씬 괴기스러웠고 그의 첫 작품이라는 <십각관의 살인>은 정통 추리소설에 가깝지 않았나 싶다. 어나더 서평에도 분명히 이 책을 내가 호러소설이라고 소개했는데... 아니 이게 어딜봐서 호러소설이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소개를 써놨었어... 근데 수정할 의욕이 안난다. 어쨌든 태어나서 처음으로 추리소설 읽으면서 범인이 누굴까 열심히 추리해봤는데 완패 당했다. 서술트릭이라나 뭐래나... 내가 이걸 상상이나 했겠나.. 추리소설의 ㅊ자도 모르는 사람인데.


이건 책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닌데 와타야 리사의 새 책들이 분명 일본에선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우리나라엔 수입이 안되지... 별로 재미가 없나. 세 권 밖에 낸 책은 없지만 그래도 알라딘 중고서점(신촌점)에서 일본 대표작가로 넣어줬던데..


2. 그래서 이 책은

그래서 이 책은, <어나더>보단 훨씬 추리소설에 가깝단 소리다. 애초에 <어나더>는 그 뭔가 흐지부지스러운 결말(아니, 소설의 결말 자체는 마음에 들었지만 뭔가 찝찝하다고 해야되나? 결국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망자'와 관련된 일은 실마리 하나 풀리지 않았고 문제 자체가 해결되지도 않았으니까)이나 괴기스러운 '망자' 설정 자체가 추리소설보단 호러미스터리 쪽으로 몰고 갔었고 실제로 읽으면서 나름 엄청 소름돋았었으니까. 애초에 누가 죽인다는 설정이라기보다 알아서 죽어나가는 설정이기도 했고..


그에 비해서 <십각관의 살인>은 범인의 시선을 철저하게 제외한 상태로 진행되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이다. 주인공들은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들의 이름을 빌려와 사용하는데, 내가 어디서 들어본 사람까지 다 합쳐도 엘러리 퀸이랑 아가사 크리스티 정도 밖에 없는 것 같음. 근데 왜 코난 도일은 없죠? 내가 열심히 읽은 얼마 안되는 추리소설 작가인데. 어쨌든 덕분에 처음은 언제나 그렇듯이 이름 외우는데 고생 깨나 했다. 여러번 써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도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내가 한 때 열심히 소설 쓸 때 소설 제목이나 주인공들 이름 붙이는게 생각보다 고역이었거든. 뭐 작가는 이걸 트릭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이렇게 해둔 것 같긴 하지만. 이런 이름들이 서술 트릭의 핵심이 된다. 난 반 좀 넘게 읽은 상태에서 범인이 누군지 알아버려서(인터넷에서 봐버렸다...) 중간에 재미가 확 반감되긴 했지만.. 서술트릭에 익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그게 뭔지도 잘 모르는 나에겐 범인이 컬쳐쇼크였다고나 할까. 애초에 나는 육지편과 섬편을 완전히 따로 읽고 있었는데.


그나저나 이거 말고 아야츠지 유키토 소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하나 더 사놨는데..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이건 또 언제 읽지. 이거 두께가 상당히 되보이던데.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이미지 맵

    서평/소설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