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 동 (2011)


혜화, 동.


오래 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이제야 봤습니다. 독립영화, 라고 합니다. 사실 내용만 봐도 상업 영화가 아닌 것은 알겠더라구요. 혜화, 는 이름입니다. 이 영화를 정말 무미건조하게 요약하자면, 한수의 오해에서 시작된 꼬이고 꼬인 이야기. 정말로 시간도, 나머지도, 모든게 꼬여있습니다. 상황마저 꼬여있어요. 네이버 댓글에 어떤 분이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라고 써두셨는데, 정말로 이 영화를 보고 처음 딱 받는 느낌이 그겁니다.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용기가 부족했던 한수가, 자신의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되짚어가는, 그러다 결국은 혜화의 아물지 못한 상처를 다시 후벼 파버리게 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아주 어색하지만은 않은, 그러나 여전히 다들 불편하게 듣는 단어. 미혼모. 혜화는 미혼모입니다. 아니, 딱 하루동안, 미혼모였던 사람입니다. 하루만에 아이가 죽었거든요. 이 영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혜화 입을 빌어볼 때, 바로 그 아입니다. 영화의 발단부터 모든게 그 아이입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죽어가는 동안, 할머니들은 아이를 입양시키겠다는 문서에 도장이나 찍고 있었고, 엄마였던 혜화는 무섭다고 도망치고 있었고, 아빠였던 한수는, 겁쟁이처럼 도망쳐버렸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혜화는 결국 죽고 맙니다.


막판에 가서 아이를 데려와버리는 것은 너무 극단적이었지 않나 싶고, 영화가 결국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라는 결말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분 나쁘지는 않습니다. 한수의 그런 행동을 막지 못하고, 자신도 아이를 데려올 뻔 하다가 다시 돌려보내는 혜화의 모습은 오히려 이 영화의 인상을 더 강하게 만듭니다. 끝까지 한수를 이해할 수 없는건 역시 아직 제가 살아온 나날이 얼마 되지 않아서일까요. 전 그저 한수는 얄밉고, 혜화는 불쌍하더라구요.


혜화가 손톱을 모아온 것은 왜였을까. 어쩌면 거기에는 과거에의 아픔을 그대로 기억 너머에 남기려는 마음과, 그렇지 않고 담아두려는 마음이 함께 담겨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손톱을 보이지 않게 숨겨두면서도, 버리지 않고 하나 하나 남겨뒀듯이요. 그렇게 무수한 손톱 사이에 한수와 만날 때 했던, 다듬어지고 장식된 손톱 조각들이 섞여있는 모습은 왠지 사람을 더 씁쓸하게 만들면서, 한수를 더 나쁜 놈으로 만듭니다.


한마디>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용기가 부족했다면, 그걸 되짚어가면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다시 후벼팔 수도 있다. 한수처럼.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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