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로 시작해서 조승우로 끝났다, <퍼펙트 게임>


해태시절 부터의 팬은 아닙니다. 야구, 좋아합니다. 타이거즈, 팬입니다. 그러나 제게 있어서 타이거즈는 항상 KIA 타이거즈였습니다. 아니, KIA에 대한 애착이 그만큼 크다는게 아니라, 애초에 해태시절엔 단 한 번도 야구를 제대로 봐본 적이 없다는 거죠. 애초에 야구를 보기 시작한게 2009년이었으니. 사실 처음으로 야구를 보던 해 응원하던 팀이 KS 우승이라는(...) 적절한 상황을 만들어줘서, 더 야구에 빠져든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해봤자 '10, '11은 탈탈탈~ 털렸지만은..). 그래서 사실 선동열 팬이라거나, 해태 팬이라거나 하는 이유에서 본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선동열, 하면 괴물 투수, 라는 이미지는 있지만 제겐 실감이 안나는 것도 사실이고.

어쨌든 영화 자체만 보자면, 뭐 나쁘지도 아주 대단하지도 않은 영화라고나 할까. 드라마적인 요소에 너무 치중해서 영화의 재미가 조금 떨어진 것도 있습니다. 박만수라는 캐릭터도 그랬고(박만수라는 캐릭터는 아예 캐릭터 자체가 드라마..) 나머지 캐릭터도, 그들의 애환이나 스토리를 그리는 것은 알겠지만 과연 그렇게 드라마적 요소를 개입시킬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자단도 그랬지요. 기자들이 나와서, 결국에는 그들로 하여금 경기를 통해 변해가는 관객의 대표, 대리인으로 사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스토리 전달에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그들의 관점에서 서술했다면 또 모르겠지만, 역시 그런 것도 아니구요.

사실 평상시에 야구 경기를 보던 사람이라면 씬 자체도 우와-라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리얼리티있게 잘 만들어졌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영화는 영화다라는 느낌인 것도 사실입니다. 과장된 그래픽, 과장된 연출은 분명히 있다, 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솔직히 KIA팬이니만큼 롯데보단 해태, 최동원 선수보단 선동열 선수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고해도 최동원, 즉 조승우 씨입니다.  솔직히 최동원 선수가 진짜 멋있게 나왔어요. 비중도 더 크고. 말 그대로 조승우로 시작해서 조승우로 끝났다, 즉 최동원으로 시작해서 최동원으로 끝났습니다. 처음에는 쓸모없이 화내는 그런 선배 캐릭터지만, 결국 (조금 진부하긴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다보니 다른 사람에게도 엄격해지는, 뭐 그런 캐릭터라는 것도 밝혀지고. 경남고 감독님이 죽는거라거나 여러모로 "한 번 관객을 울려보자 우리?"라는 느낌이 강하다, 라는걸 표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장면도 많습니다.

애초에 이 영화는 해당 경기에 초점을 두는 것 이상으로, 두 선수의 휴머니티를 그리기 위한 영화라고 이해하는게 옳을 것 같습니다. 그 소재가 해당 게임이 되고 있을 뿐. 선동열과 최동원, 해태와 롯데라는 이미지를 없애고 나면, 한 때 친한 선후배였지만 이제는 라이벌이 된 두 선수가 박빙의 게임을 치른다라고 하는, 지극히도 단순하고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애초에 경기 자체에 투자한 시간도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 이렇게 막 넘어가도 되는거야?" 싶을 정도로 쓱쓱 넘어가거든요. 뭐 이런 영화다보니, 두 선수의 인간적 측면을 보고 싶다, 또는 그 경기를 추억해보고 싶다, 뭐 이런 느낌이라면 추천 영화. 리얼리티있는 야구 영화를 보는게 목표다, 라고 한다면 조금은 미스.

그나저나 조승우 씨가 연기한 최동원 선수.. 진짜 멋지네요. 조승우 씨도 최동원 선수라는 캐릭터도 너무 좋았어요. 확실히 어지간하면 타팀 팬이라도 최동원 선수의 팬이 되게 만드는, 그런 마력이 있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뭐 사실 최동원 선수 정도 되면 이 팀 저 팀 가리지 않고 팬이 많을 선수셨긴 했습니다만..^^ㅋ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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