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 찾기 (2010)



재수하면서 워낙 마음 고생을 해서인지 왠지 자꾸 이런 쪽 영화만 보고 있는 거 같긴 한데- 사실은 뮤지컬도 보고 싶고 오래전부터 보고 싶긴 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왠지 얼마전 늑대소년 때도 했던 반응인 거 같은데 3줄 요약하자면 임수정은 예쁘고 공유는 잘생겼고 영화는 웃기네요. 밝고 쾌활하게도 보기 좋고, 따뜻하게 보기도 참 좋은 영화라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겠지요. 늑대소년이 정말 동화같고, 다 보고나서 아름다운 꿈 한 편 꾼 듯한 기분이라고 하면, 이 쪽은 너무 현실적이게 아름답죠.


사실 영화 제목이(뮤지컬 원작 제목에서 따온 거지만) 썩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어요. <늑대소년>이라던가, 다른 제목들이 좀 유치하더라도 뭔가 느낌이 있는데 <김종욱 찾기>는 좀 그렇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김종욱이야말로 이 영화를 궤뚫고 있는 거고, 기준(공유)과 지우(임수정)를 이어준 소재니까 잘 지은 제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영화가 끝나고 나면 다른건 몰라도 김종욱이라는 이름은 뇌리에 깊이 남으니까요. 그러고보면 기준의 입장이 참 오묘미묘한 상황이네요. 첫사랑 찾아주자고 만났는데 정작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버린 사이라니. 사실 그런 스토리여서 그런지 김종욱을 찾게 되고 하는 부분부터의 스토리는 대충 예상이 갔어요. 뭐랄까, 뻔한 전개랄까. 그럼에도 이 영화가 너무나도 재밌는 이유는, 두 주인공이 너무나도 매력적인 캐릭터인데다, 그들이 이어나가는 사랑이 너무 재밌거든요. Boy Meets Girl 계통의 소설을 만나는, 그런 기분이랄까.


이런 이야기와는 완전히 별개로.. 첫사랑을 찾는다, 라는 건 어떤 걸까요. 그저 좋은 추억을 하나 들춰내서 현실에 맞춰버리는 것은 아닐런지. 대개 좋은 것은 추억으로 남겨두어야한다라고들 말하고, 지우도 그렇게 살아갑니다. 호두과자는 마지막 하나 남기기, 소설은 엔딩 보지 않기. 어쩌면 자기 머릿속에서 어떠한 것의 가장 좋은 결말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흠집을 내지 않기 위해서 그대로 그만두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또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생각입니다. 이 영화가 거기에 대해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명료합니다. 그건 진짜 좋아하는게 아니다. 끝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간단하죠. 동시에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쉽게 놓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도 유난히 그래요. 무언가를 놓는다는 걸 굉장히 힘들어해요.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정말 현실적으로, 이해타산을 때려보니 왠지 아쉽다. 그런 것도 없다고는 못해요. 그렇지만 지우와 같은 이유도 있어요. 끝까지 가기가 두렵죠. 그 끝에 뭐가 있을지를 모르니까. 제가 서평 쓰면서 자주 쓰던 말인데, 새드엔딩이라서 이렇게 더 여운이 남을 수 있다는건 알겠지만 내가 좋아했던 인물이 죽어가는 걸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는게 결코 유쾌한 입장은 아니지요. 저는 유난히 더 그래요. 어떤 소설을 읽은 꼭 좋아하는 인물 하나씩은 만드는 습관 비슷한게 있거든요. 캐릭터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지는 않더라도 얘는 좋다, 하는 거 정도는 확실하게 해둔다고나 할까. 그러다보니 더 그래요. 


물론 첫사랑에 대한 부분은 제가 뭐라고 할 수 없는게- 누군가를 좋아한다라고 '생각'해본 건 초등학교 때가 처음이었지만, 그거야 어릴 때 치기어린 마음이었을 지도 몰라요. 진짜 첫사랑이 누구냐고 물으면 모르겠네요, 정말로. 짝사랑도 포함한다면 아마 재수하면서 처음 느낀 감정 정도 되겠지요. 그런 첫사랑을 찾는다라... 저도 아마 지우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요. 그냥 첫사랑은 첫사랑대로 남겨두고 싶다. 라고나 할까. 지우처럼 묶여 산다면 그걸 털어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걸 그대로 남겨두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김종욱'은 구체적인 개인으로 등장하지만, 결국 모두의 아련한 첫사랑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첫사랑에 대한 가장 적절한 반응을, 정작 가장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던 지우가 보여주죠.


안녕, 안녕, 안녕.


한마디> 현실적이게 아름답다. 제목은 첫사랑 찾기, 그러나 영화 속에 나오는 한 줄로 요약되는 내용. 옛 사랑만이 첫사랑은 아니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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