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


아, 오랫동안 미뤄오...던, 이라기 보다는, 그래 방학 때 봐버리자, 하고 미뤄두었던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순천에서 봤어요. 서울에서야 순천에도 극장이 있냐는 말을 들을정도로 촌이지만(나름 CGV와 메가박스를 두고 있는 도시임에도..ㅠㅠ) 덕분에 평화롭게, 3번 줄에서 적당히 큰 스크린으로(화면이 3번줄에서 딱 적당히 한 눈에 들어오는 정도. 작은 화면은 아니지만!) 재밌게 봤습니다. 2시간 40분이 넘는 분량에 걱정도 조금 했는데, 괜찮더라구요. 영화가 2시간 40분이 짧다고 느껴질 정도로 잘 만들어졌어요. 아트레온에서 봤던 건축학개론은 아직도 리뷰도 안쓰고 있지만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먼저 짤막하게 글을 남겨 봅니다. 평상시에 존어와 반어를 섞어썼는데, 얼마나 갈 결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어로 글을 써볼까 합니다. 뭐 절대 요즘 읽고 있는 책 때문인건 아니고


사실 전작 다크나이트가 워낙 대작이었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는 조금 실망이라는 입장을 보이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그렇지만 역시 저는 나오면서 와 크리스토퍼 놀란...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왔거든요. 뭐 네이버 리뷰도 잠깐 둘러봤는데 전반적으로 다크나이트보다 별로였다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에 굉장히 실망스러웠다는 평가가 절대적이더군요. 물론 저는 그렇게 '고급스러운' 취미와 기준을 가지지 못해서 그런지 대체로 재밌게 봤습니다. 뭐 사람들이 다크나이트 라이즈 봤다고 하면 다들 다크나이트랑 이번거 중에 뭐가 더 재밌냐고들 하는데 저는 딱히 이거다하고 말할 작품은 없었던 것 같아요. 뭐 끝나고 나서 인터넷에서 관련된 글을 읽어보니 2시간 40분이라는 상영시간이 짧았을 수도 있겠구나 싶기는 했지만..


역시 제게는 대체로 수작. 뭐 영화를 보고 나서 이거다! 싶은 부분을 잡아서 리뷰를 쓰는 데에는 미숙하고 하니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시민들에게 돌려준' 고담의 현실과 '하비 덴트의 영웅화와 고든'.. 이 두 부분이 조금 눈에 띄더군요. 놀란 감독이 우리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조금씩 보였는데, 그게 정말로 감독의 노력이었는지, 아니면 저 혼자 그렇게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고담 이야기부터 해보자면.. 특정 도시에 범죄가 많다는걸 까는데 사용될 정도로 '범죄가 많은 도시'로 통용되는 고담이지만, 이번 작품은 그 범죄의 느낌이 조금 다르죠. 베인이 마들어낸 고담은 '범죄가 범죄가 아니게 되는' '무분방한 자유가 주어진' '시민 스스로 범죄를 선택한' 도시였습니다. 


기존의 범죄와의 차이점은 바로 거기에 있죠. 베인은 시민들에게 무엇이든 내키는 대로 하라, 라는 것을 제안합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고담이라는 땅 안에 묶어둡니다. 그리고 폭탄과 트리거맨을 통해 협박함으로써 미군 스스로가 고담 시민들이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죠. 스스로 자발적으로 선택한 혼란.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은근히 자주 보이는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걸 정말 잘 다듬고 미화해서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라는 표현이 나온 것이겠죠. 이렇게 '자발적인 혼란'이었기 때문인지, 범죄자 그룹과 일반인 그룹으로 나뉘어져 상대방을 죽이고 너희는 살아남아라, 라던 조커의 메시지를 거부했던 고담 시민들은, 추방 또는 '추방을 통한' 죽음이라는 선택지만이 있는, 단순히 형량만을 결정하는 재판에 열광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또 하나는 가짜 영웅, 가짜 우상의 필요성. 그 역할을 다크나이트 이래로 '하비 덴트'가 맡아왔죠. 대신에 배트맨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게 된거고.. 어둠 속이 히어로, 라는 이미지이긴 했지만 아예 범죄자가 되어버렸고(그보다는 자처했고) 그 대신에 '어둠의' 우상인 배트맨보다 사람들의 기준이 되어주고 제대로 된 우상이 되어줄 하비 덴트를 내세운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건 이번 편에서 블랙게이트 수용소가 붕괴됨과 동시에 하비 덴트라는 영웅상이 깨짐으로써 철저하게 역효과를 일으켰습니다. 어쩌면 그게 '거짓'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으려던 것의 한계일지도 모르죠. 고든이 그 내용을 언제 발표했든, 아마 고담은 발칵 뒤집혔을 겁니다. 


생각해보면, 어떤가요?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가짜로, 편의로 만들어진 영웅이나 우상이 많지는 않습니까. 어떻게보면, 그건 국가나 사회의 운영자가 그 아래 사람들을 효과적이고 편리하게 통제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죠. 어떻게보면 하비 덴트와 브루스 웨인은 정반대의 위치로 그 끝을 맞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한 명은 밝은 곳의 삶을 버리고 어두운 삶에 뛰어들었고, 웨인은 결과적으로 어두운 삶을 버리고 밝은 곳으로 돌아왔으니까요. 배트맨은 죽고, 브루스 웨인은 살았다. 조금 허망하긴 하지만, 반대로 얼마나 훈훈한 결말인가요. 이렇게보니 하비 덴트는 역시 단순하게 악당, 이라고 말하고 넘어갈 수 있는 존재는 아닌 모양이죠.


뭐 그 외에도.. 고든에 대한 전쟁영웅 대우..(그냥 영웅이 아니라 전쟁영웅인게 포인트죠) 파벨 박사의 연구에서 억지로 끌어내자면 연구 윤리까지도... 생각해보면 끄집어낼만한 이야기는 꽤 많네요. 물론 파벨 박사 부분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가했던 비판(개연성 부족)이 눈에 띄는 것 같긴 합니다. 제가 평상시에도 영화를 보면서 그런 점을 잘 캐치하지는 못해요. -_-; 


P.S.)

크리스챤 베일은 같은 남자인 제가 봐도 너무 멋지네요. 흐하 ㅜㅡ


P.S. 2)

메시지 같은 것과는 완전히 별개인 이야기로, 경찰들이 단체로 행진하다가 달려드는 모습은 이번 작품에서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왠지 감동적이었어요.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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