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INCEPTION, 2010)


인셉션이라고 하면... 왠지 굉장히 오래된 것 같았는데 겨우 재작년 영화일 뿐이네요. <다크나이트 라이즈> 보고 나서 계속 인셉션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마침 집에도 인셉션 DVD가 있었지만 시간이 안 나던 찰나에 오늘 몸이 안좋아서 학원을 쉬었는데 -_-; 그러면서 또 영화를 챙겨봤습니다. 흠하하. 생각해보면 인셉션 티켓이 순천 집에 남아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소리는 인셉션을 할 때만 해도 순천 메가박스는 롯데시네마였고, 영수증 발권이 아닌 티켓 발권을 했었단 소리겠죠. 아직도 티켓발권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주변에 티켓발권을 해주는 곳이 하나도 없다보니.. -_-;;; 근데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내일 캐치온에서 방영해준다고 하는군요. 타이밍 한 번 거참...(...) 물론 저는 Special Features도 봤으니 상관은 없...으려나.


다시 본 영화라서 혹시나 있지 않을까 하고 블로그 내 검색을 해봤는데, 인셉션 보고 나서도 리뷰를 안썼군요. 인생 유일의 혼자 본 영화라는 타이틀이 달려있는 건축학개론(...)도 내릴 즈음에 보고 나서 아직까지 안썼는데. 사실 쏟아내자면 인셉션같은 외국 영화보다는 건축학개론같은 뭔가 감성을 건드려주는 영화가 더 많을 거 같긴 한데(뭔가 양쪽 비교 대상이 안 맞는 것 같지만 우리 넘어가요?)


인셉션에 딸린 다큐멘터리 <꿈: 무의식의 영화(Dream: Cinema of the Subconscious>은... 전문가들이 쏟아져 나오고 프로이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길래 갑자기 피곤해지는 것 같아서(..) 중간에 꺼버리긴 했지만, 역시 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해줬다는건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네요. 생각해보면 어릴 때는 이런 저런 꿈을 많이 꿨고 비교적 생각도 잘, 오래 남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늙었는지(!) 영 그렇지가 않네요. 생각해보면 이런 꿈을 꾼 적이 있었다라고 생각나는건 정말 최근의 꿈 하나와 초등학교 때. 고등학교 때나 중학교 때 꾼 꿈은 거의 기억에 없어요. 중학교 때 기억은 그냥 안나는 것 같고, 고등학교 때는 정말 피곤하게 살았는지 어쨌는지 일어나서 꿈꿨다, 라고 자각해본 일이 거의 없었어요. 최근에 꾼 꿈이야 말 그대로 최근의 혼란스러운 심경을 그대로 담고 있는 그런 꿈이었고 말이죠.


인셉션을 처음 봤을 땐 꿈이라는 것 자체에 주목하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땐 그저 꿈에 개입하고(정확히는 자각몽과 다르게 타인의 꿈에 개입하고), 그 꿈 속에서 정보를 훔치거나 반대로 기억을 심어넣는게 가능하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었죠. 그러니까 뭐랄까, 꿈이라는건 이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런 꿈을 외부에서 건드린다고 하는 사실에만 주목했었달까. 


그런데 이번에 볼 때는 그 부분 보다는 꿈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아마도 인셉션: 코볼 잡(Inception Cobol job, 영화 처음 코볼 엔지니어링 일을 맡는 것을 다룬 풀애니메이션. DVD Special Features 디스크에 수록)에 나왔던 것 같은데, 하느님이 6일만에 해낸 것을 사람은 겨우 30초(였던가?)만에 해낸다, 라는 말이 나오죠. 사람이 꿈속에서 자기 세계를 구축하는 것을 다룬 이야기일 겁니다. 역시 처음 볼 때는 주목하지 않았던 거지만, 그러면 인셉션에 나오는 일체의 배경이 모두 '설계사'- 그러니까 아리아드네에 의해서 만들어진 거란 소리가 되겠더군요. 이게 도대체 왠 삽질이야 싶기도 하고(...) 공밀레 예체능 버전?(......)


어쨌든, 그런 것처럼 사람들은 꿈 속에서 많은걸 경험하죠. 저는 아무래도 예능인의 천성이 없는지(아마도 맞을 겁니다) 꿈에서 무언가 영감을 얻거나 하는 경험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역시 꿈 속의 세계는 왠지 신비롭고, 뭔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나요. 왠지 특별한 것 같잖아요. 실제로 저도 꿈이 깅거에 남는 날이면 적어도 오전까지는(...) 나름 감성에 젖어있는 센서티브한 상태가 될 때도 있구요. 다만 차이점은 그게 창작에 영향을 전혀 주지 못한다는 점 정도?(..) 쨌든, 그런 꿈 속의 세상이, 생각해보면 우리 머릿속에서 나름대로 각색되어 만들어진 세계이고, 그게 우리 머릿속의 기억에 기반한 나름 정밀한, 그러나 뒤죽박죽 마음대로인 '복제본'이었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 어쩌면 역시 사람은 모두에게 상당한 창의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고. 자각몽을 시도해본 적은 없지만 인셉션처럼 실제로 꿈을 디자인할 수 있다면 (아리아드네가 더이상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겠다며 돌아왔을 때처럼) 얼마나 신나고 대단한 걸까 싶기도 하고.


그 외에 이야기를 해보자면, 개인적으로 피셔 모로우(모로우 피셔?)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였는데- 마지막에 인셉션 끝나고 공항에서 슥 지나갈 때야 아, 맞다, 피셔는 우리편이 아니었지, 싶었습니다. 결국 사이토에게 '당한' 셈인데, 난 왜 그렇게 저 캐릭터를 좋아하고, 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좋아라 했던 걸까, 싶기도 했고요. 어찌됐든 좋은 영화는 다시 봐도 역시 좋다는걸 새삼스레 느낀 영화였네요.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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