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카와 히로 - <하늘속>, 보이밋걸 vs 괴수물: 전자의 승리


#2012-11
Boy Meets Girl vs. 괴수물: 전자의 승리
아리카와 히로 著, <하늘속>

   우선, 저는 소금의 거리는 보지 않았지만 소금의 거리, 하늘속, 바다밑 이 세 작품 모두 자위대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자위대 자체가 타국(특히 한국-_-;) 입장에서 보고 있노라면 결코 유쾌한 주제는 아니죠. 그런 부분이 마음에 안드시는 분들은 안읽으시는게 답일 겁니다. <하늘속>은 어디까지나 Boy Meet Girl이라는 장르에 충실했다고 한다면, 반대로 <바다밑>은 괴수물에 훨씬 가깝습니다. 괴수물에 가까우니 그 괴수물을 막아야하는 사람이 나오고, 그 사람으로 기동대와 자위대가 비중있게 다뤄집니다. 정확히는 기동대와 자위대(들의 수뇌부), 미군에 이르는 세 '세력'의 미묘한 분위기가 비중있게 다뤄지죠. 뭐, 그 이야기는 <바다밑>에 관련해서 글을 쓸 때 이야기 해보도록 합시다.



   <하늘 속>이라는 작품이 어디까지나 보이밋걸의 승리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근거는 무엇보다 괴수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백경】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을 괴수라고 해야하는지는 미뤄두더라도, 흔히들 생각하는 괴수는 공격한다, 인간은 방어한다라는 구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죠. 중간에 '산산조각'난 이후에는 결국 그런 구도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지만, 뭔가 거기에 일관되게 초점을 맞추지 못하죠(또는 않는 거거나). 제 개인적인 평가로는, 역시 비중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하루나와 타케다 > 슌과 카에 > 딕 > 백경 vs 인간이라는 느낌? 역자분도 말씀하셨지만, 사실 이 소설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은 역시 하루나 타카미와 타케다 미키겠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하루나와 타케다, 라는 이름만 듣고 하루나가 여자, 타케다가 남자겠지했으니까요.

   본격적으로 백경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또 이야기가 미묘해집니다. 이야기가 미묘해지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우선 일본 작품에서 자주 드러나듯 무능하고 해외(주로 미국)에 타협적이기만 한 정부를 중심으로 인류를 가해자로 보는 구도를 취하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단순한 사실을 말하고 서술하는 것일지 몰라도, 소설은 <세이브 더 세이프>라는 反 백경 단체와 그 수장이 되는 마호에게 악역 구도를 떠넘김으로서 자연스럽게 인간=가해자라는 공식을 성립시키죠. 과연 그럴까? 하고 생각해보면 역시 미묘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야기의 중심이 친 백경 계열이라고 할 수 있는 '백경 대책본부'고, 실제로 백경이 피해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만.

   그리고 다른 이유는, 앞서서 말씀드렸듯이 (물론 역자인 현정수 씨는 반쯤 장난으로 말한 거지만) 이 작품이 소위 '자위대 시리즈'가 되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바다 밑>이 유독 자위대와 미군이라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면, <하늘속>은 반대로 정치적 분위기가 중심이 됩니다. 사건을 저질러놓고 뒤로 도망간 미국, 백경에 대해서 무조건 강경적인 발언만 내놓는 (누가 봐도 북한인) '모' 국가.. 이런건 확실히 민감한 사항이죠. 별로 신경 안쓰신다면 상관은 없지만 신경쓰기 시작하면 정말 답이 없습니다.



   우선, 재미는 있어요. 사소한 거에 신경쓰지 않고 읽으면, 참 재밌는 소설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메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슌이라거나, 슌과 이어지게 되는 카에와의 이야기라거나 하는 부분은 썩 재미가 없구요(...) 주인공이지만 슌은 정말 순도 92% 비호감 캐릭터에요. 그나마 8% 정도는 정신차리고 나서 커버했다고 봐야합니다. 위에서도 말했는데 이 소설은 아무리 봐도 타케다가 끌고 하루나가 밀어주는 소설이라고 밖에 할 수 없어요. 네? 괴수물 아니었냐고요? 에이, 괴수는 무슨. 왠지 괴수물이라는 이름을 주기 싫은 작품인걸요. '백경'도 좀 재미난 친구(?)에요. 사실 괴수라고 하기보다는 미확인 생물이 나타난 보이밋걸 작품..이라고 하는게 제일 가까울 것 같죠.

   참고로, 주인공인 사이키 슌의 관점에서 보면 성장소설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습니다. 아버지를 잃고, 페이크와 함께하면서 겪는 그 일련의 과정은 성장이라고 밖에 볼 수 없겠죠. 그러니까 다시 요약해보자면 두 커플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전체 지분의 6할, 백경이 2할 5푼, 사이키 슌의 성장이 1할, 왠지 모르겠지만 정치스러운 이야기가 5푼... 이라는거죠. 물론 전체 지분의 6할인 타케다 미키와 하루나 타카미의 이야기는 나머지 4할이 무슨 짓거리를 해도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재밌습니다. -_-b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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