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 갈릴레오의 고뇌 : 유가와 마나부, 출격!

유가와 마나부, 출격!
히가시노 게이고 - 갈릴레오의 고뇌
東野圭吾 - ガリレオの苦惱

Intro. 들어가기 전에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는, 읽어본 소설은 많지 않지만 굉장히 좋아합니다. 단 3권만에 저자 이름만 보고서도 책을 고를 수 있다! 라고 자신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게 3권째 입니다. 처음으로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용의자X의 헌신이었고, 다음으로 읽었던 것이 사명과 영혼의 경계였네요. 다른 추리소설들이 트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비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항상 그 배경이나 이야기를 중심으로 써내려갑니다. 그 점이 다른 그 어떤 추리소설보다도 그의 추리소설들이 제 가슴을 파고드는 이유겠지요. 트릭은 억지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그의 소설에서 추리와 트릭,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수시로 상호작용하면서 그들만의 호흡을 유지합니다. 다른 추리소설에서도 일반적인 순수소설에서도 맛볼 수 없는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추리 소설로 분류하는데 보류하곤 합니다. 왠지, 그건 옳지 않은 느낌이랄까.

(리뷰는 편의상 반말로 진행합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서평에 있어서 리뷰는 항상 가득합니다.

유가와 마나부, 출격!

이 소설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유가와 마나부, 출격!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단연 물리학자이자 데이도 대학 조교수인 유가와 마나부다. 일명 『갈릴레오 시리즈』라고 불리는 이 시리즈 중 한 편인 용의자 X의 헌신은 전에도 읽은 적 있었다. 다른 전형적인 추리소설들과 같이, 이 소설도 경찰과 연이 있는 탐정이 이야기를 진행해나간다.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구도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그 설정은 조금 다르다. 최근의 문학 경향이겠지만, 고정관념으로 굳어진 형태의 틀을 깨려는 노력은 오랜 시간동안 나타나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시리즈』 역시 그렇다. 주인공인 유가와 마나부는 그저 개인의 흥미로서, 국민의 의무로서 경찰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다른 거창한 명탐정 소설들처럼 명석한 두뇌를 믿고 탐정에 모든 걸 바친 이가 아니다(명석한 두뇌 자체는 맞겠지만). 쉽게 말해서, 직업 탐정이 아니다. 이 소설에서 유가와 마나부를 부르는 호칭 중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신문에서 그를 거론할 때 쓰는 이름이다. T대학 Y조교수, 즉 데이도 대학(TEIDO라고 쓰는 걸까?) 유가와 조교수라는 이름이다.

한마디로 그는 교수다. 그것도 추리와는 전혀 딴판일 것 같은 물리학과 교수다. 그런 설정 때문인지, 『갈릴레오 시리즈』의 트릭에는 이공계의 지식을 이용한 트릭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실제로 그런 트릭이 가능한 것인지 나는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사실 나는 작품을 보면서 그것의 사실적 고증에 대해서는 역사적 고증을 제외하면 큰 관심을 가지지 않기도 하고(창작은 창작으로서의 가치를 존중해준다는 느낌으로), 고증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웃으면서 보고 넘어가는 타입이라서.

『갈릴레오의 고뇌』는 총 5편으로 이루어져있다. 각각의 제목은 「떨어지다」,「조준하다」,「잠그다」,「가리키다」,「교란하다」 등이고, 그 제목이 그 내용을 한 단어로 요약한 셈이다. 「떨어지다」는 투신자살을 소재로 하고 있고, 「조준하다」는... 총은 아니고 철판(!)을, 「잠그다」는 홀로그램 사진으로 위장한 밀실, 「가리키다」는 다우징, 「교란하다」는 지향성 음향장치와 초음파를 이용한 내이의 균형감각 손상을 소재로 하고 있다.. 여기서 간단히 생각해보더라도, 조준하다의 발사 방식이나 잠그다의 홀로그램, 가리키다의 다우징과 교란하다의 지향성 음향장치 모두가 과학과 직결되고, 떨어지다 역시 교란된 것일 뿐 과학적인 증명을 수반하고 있다. 일반인에게 이런 트릭을 맞추라고 하는건 아무래도 무리가 아닐까. 그의 트릭은 이미 독자에게 정답을 맞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그 트릭을 풀이해가는 구사나기와 가오루(를 비롯한 경찰), 유가와 마나부의 이야기 진행 장체가 흥미로울 뿐이다.

가장 흥미로운, 동시에 가장 주축이 되는 이야기는 뭘까. 아무래도 역시 「교란하다」가 유가와 마나부를 직접적으로 개입시킨다는 점에서 주축이 될만 하지만, 우선은 다들 공평하게, 대등하게 존재하고 있는 단편집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어떤 에피소드가 딱히 재밌다거나 딱히 재미없다거나하는 것도 없다. 전반적으로 완급조절할 것도 없이, 참 잘 구성된 소설들이 엮여있다. 정말 정신없이 읽었다. 단순히 내가 읽고 싶어서, 책을 오락거리로 읽기는 오랜만이라서. 싫어하는 책이야 원래 읽지 않지만, 아무리 관심사라고 하더라도 역시 소설만큼의 흡입력을 가지는 건 무리니까. 그래도, 술술 넘어가는 책장을 보면서, 아직까지는 내가 책에 이 정도의 열정과 흥미 정도는 가지고 있구나하는 것도 다시 알았다. 역시, 독서는 좋다니까. :)



갈릴레오의 고뇌 - 10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재인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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