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관계 급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서 보면 알겠지만, 결국 이 책의 앞 부분에서 재신과 용하가 윤희의 정체를 이미 알아 차린다. 그 전까지는 읽고 있는 독자까지도 알고 있는건지 없는건지 묘연하게 하면서 긴장감을 불어넣었던 것과 달리 이번 이야기에서는 초반에서 작가가 직접 서술함으로써 알고 있다는 사실이 명쾌하게 드러난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걸 알고도 태연히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용하와 자기도 모르게 자꾸 알고 있다는 티를 내면서 괴로워하는 재신의 모습은 더 우스꽝스럽다. 물론 그런 재미의 밑바닥에는 선준과 윤희가 그들이 이미 윤희의 정체를 알아차렸음을 모르는 것이 가정되어있다.뿐만 아니라 이야기에서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던 윤식이 이야기의 전반으로 나섬으로써 이야기의 주축 중 하나를 차지하게 된다. 즉 서영과의 러브라인을 이루어내는 것. 그것은 잘금 4인방 외에 또다른 이야기의 구심점이 됨과 동시에 에피소드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윤식과 윤희의 역할 교환은 서로에게 고통을 주고 있었다. 윤식은 서영과의 사랑을 자기 마음대로 풀어내지 못했고 윤희는 선준과의 사랑을 자신의 마음대로 풀어내지 못했다.
뭐 결국은 지금까지 이야기를 풀어냈던 것처럼 윤희가 둘의 관계도 맺어주고 모두 해피엔딩으로 만들어낸다. 사실 이 소설만큼 해피엔딩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해피엔딩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베리 굳!
동시에 재신의 캐릭터도 조금 더 유쾌한 쪽으로 변해서, '반토막(다운)'과 즐거운 이야기를 펄쳐낸다. 다운은 이야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하지만 재신의 성격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실제로 그것을 이끌어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유난히 성장이 늦다고 설정된 다운은, 그런 어린 마음으로도 결국 재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괴로워하는 듯한 장면도 몇 번 나온다. 결국은 둘의 관계가, 재신답게(?) 끝을 맺는다.
그리고 이정무, 즉 선준의 아버지. 이번부터 메인 캐릭터로 올라온 정무는 물론 출연 빈도는 그렇게 잦지 않지만 윤희와의 접촉을 통해서 그 성격을 드러낸다. 처음엔 절대 안된다던 정무가 천천히 변해가면서 윤희를 긍정적으로 쳐다보게 되는 모습은 역시 보기 좋은 모습이다.
그리고 시리즈를 통틀어 최대의 캐릭터는 정조다. 임금답지 않은 모습부터 일부러 골탕먹이는 듯한 모습, 모두 전작부터 나오던 모습이지만 이번 편에서는 그게 정조의 야망, 과거와 엮이면서 조금 복잡하게 전개됬다. 그래도 그 성격은 웃기다 ㅋㅋㅋㅋ 밑도 끝도없이 나타나서 술주정부리고, 밑도 끝도 없이 나타나서 4인방을 갈구고(!) 난리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 캐릭터 중 한 명이자, 4인방에게 모든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자, 모든 사건에 종지부를 찍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본격화되어가는 선준과 윤희의 사랑
아랑, 당신의 사랑이 저를 자유롭게 합니다. 그러기에 당신의 사랑 안에 있는 한, 저는 그 누구보다 행복합니다.아마 이 인용구 한 줄이면 모든게 끝날, 점점 본격화되어가는 둘의 사랑이다. 물론 직접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나오기 시작하지만. 덕분에 사르르 녹는 듯한 느낌으로 계속 봤다. 왜 그런거 있잖아, 좋은 커플들은 옆에서 보기에도 좋다고. 그런 느낌이었으니까.청에 가면서 결국 윤희와 윤식이 다시 서로의 역할을 바꾸고, 그 결과로 둘은 이제부터 제대로 된 커플 생활(!)을 시작하겠지. 가상의 이야기이고 그 뒤의 이야기는 더 없지만, 역시 그런걸 생각해보는 것도, 그리고 그러면서 웃는 것도 모두 독서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2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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