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데블 시즌1

 

 

넷플릭스 자체제작 드라마. 데어데블. 넷플릭스로 처음 본 드라마였는데 의외로 흡족스럽게 봤던 드라마다. 드라마의 내용은 지극히 단순, 간단명료. 주인공이자 눈이 안보이는 맹인 변호사, 매튜가 복면을 뒤집어 쓰고 악인들과 싸우다가, 나중에 가서는 본격 히어로물답게 슈트(저 위의 붉은색 옷)까지 차려입고 나선다는 거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초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물론 그의 감각은 거의 초능력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배트맨처럼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총동원하는 21세기 자본주의형 히어로도 아니다. 주경야히어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히어로로 뛴다(나중엔 낮에도 히어로 겸직이다), 순수하게 자신의 몸만을 믿고 말이다. 매튜에게 특출난 점이라면 굉장한 감각인데, 거의 초감각이라고 부르는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마 서번트 증후군이나 그 비슷한 것으로 그려진 모양이다.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매튜는  일반적인 히어로물보다는 다크히어로에 가깝다. 같은 마블은 아니지만 배트맨과 은근히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색깔을 빼놓고나면 슈트의 느낌도.. 현대적인 그 느낌도..), 다크히어로라는 점도 마찬가지일 거다. 영화를 지배하는 것은 '헬스키친'을 어떻게 평화롭게 지킬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정의로운 것인가에 대한 매튜의 고민이다. 매튜는 끊임없이 "싸우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헬스키친을 지키고 싶은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 답을 찾는데, 사실 드라마가 종막에 도달할 때까지 명확한 결론을 내지는 못한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그의 대척점이기도, 동류이기도 한 악당이 바로 윌슨 피스크다. 윌슨 피스크는 "헬스키친을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있는데(본지가 오래되서 정확한 대사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건 진심이기도 진심이 아니기도 했다. 정확히는 아직은 중립적인 입장에 서있었을 과거의 그로서는 진심이었을테고, 진짜 윌슨 피스크에게는 빌런으로서의 본성을 숨기기 위한 일종의 위장막같은 것이었다. 조커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싸이코패스적인 빌런과는 조금 그 종류가 다르지만, 결국 그의 본성에서는 이런 싸이코패스적 기질이 있었다는 거다. 사실 극 중 그의 모습은 뒤로 갈수록 과격해지는데, 바네사는 자신이 무언가를 한 것은 아니지만 거의 팜므파탈처럼 윌슨 피스크의 본성, 악성에 불을 지폈다. 그는 바네사와 관련된 일이라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곤 했다. 시즌1을 걸쳐 서서히 자신의 본성을 확인하는 윌슨 피스크는 결국 잡혀가지만, 전개상 다시 풀려날 것으로 보이고, 그렇다면 언젠가 진짜 '빌런으로서' 완성된 윌슨 피스크를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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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에서 포기 넬슨과 캐런 페이지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자신들의 정의를 추구하는 이들인데, 그에 비해 매튜는 '변호사인 상태에서는' 이들에게 합법적인 틀 안에서, 법의 틀 안에서 일을 해결하자고 주장하지만, 그 자신은 법이 이들을 효율적으로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마스크를 뒤집어 쓴다. 그럼에도 결국은 그를 해치지 않고, 또는 자의적으로 보복하지 않고 경찰에 넘긴다는 점은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물론 데어데블의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철칙의 결과물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과정에 있어서는 법을 불신하지만, 그 결과의 처리는 법에 맡긴다는 점에서 모순점이 있기도 하다. 결국 진짜 처벌은 기존의 사법 시스템에 넘긴다는건데, 묘사된 헬스키친의 상태로는 그게 얼마나 정상적으로 굴러갈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윌슨 피스크가 다시 나오느냐 아니냐, 나온다면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이고 그의 스탠스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가에 우리의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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