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7


저 재수하는 해였나요? <응답하라 1997>이 엄청난 유행을 탔었습니다. 재수가 끝나고 나서 그래서 한 번 봐볼까 했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별로 재미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보게 됐습니다. 아마 전적으로 <응답하라 1994>때문일 겁니다. 잠깐 서서 봤던 <응답하라 1994>가(물론 느낌이 묘하게 응답하라 1997과는 달랐지만) 참 재밌었거든요. 그래서 <응답하라 1997>에도 관심이 갔어요. 그래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별거 없어요. 


다 보고 나서 소감을 짧게 줄이자면 윤윤제의, 윤윤제에 의한, 윤윤제를 위한 드라마! 저도 남자지만 <응답하라 1997> 보면서 꾸준하게 느낀거 한가지는 "와 윤윤제 왜 저렇게 멋있음??"이었으니까요. 성시원도 매력적인 캐릭터였지만 폭풍 윤제를 따라갈 수는 없었달까. 사실 그 외에도 하나같이 매력있는 캐릭터였어요. 남자는 윤씨 가문을 위한 드라마답게(...) 윤태웅과 윤윤제에게 간지 몰빵(물론 준희도 좋아했지만 준희는 좀 느낌이 달랐죠)이었는데.. 처음부터, 그리고 드라마를 다 본 지금까지도 느낀 느낌은 윤윤제가 더 멋있는데 왠지 공감은 윤태웅 쪽이다..라는 느낌? 경험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뭐. 그래서 윤태웅이라는 캐릭터는 나름 멋도 있었지만 묘하게 불편한 느낌이었고, 반면에 윤윤제는 그냥 현실에 저런 남자가 존재할리 없어.. 싶을 정도로 멋있었네요. 근데 서인국 진짜 개닮음(?)


그러고보면 처음 볼 때랑 이번에 볼 때는 묘하게 느낌이 달랐네요. 전반적으로 <응답하라 1997>이 초반에는 가벼움을 포인트로 맞추다 이번에 처음보게 된 후반 분량에서 조금 더 진지해지기 때문인지.. 그리고 뒤에가서 윤윤제-성시원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인지.. 초반엔 모유정-도학찬 커플을 더 좋아라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윤윤제-성시원 커플이 역시 최고지!! 하면서 밀어 붙였던 것 같아요. 사실 성시원의 그 남자가 윤태웅인지 윤윤제인지 헷갈리게 계속 앵글을 잡았지만 저도 그랬고 실제로 방영당시에도 다들 윤윤제일 거라고 예상했던듯 하니(..) 특히 아래에 따로 써두긴 했는데, 노래방 고백 장면은 진짜 짠하면서도 괜시리 멋있었네요. 사내 새끼가.. 하는데 오 완전 멋있음. 근데 정작 볼 때는 장면이 장면이다보니 멋있다보다는 짠하다 쪽에 핀포인트가 맞춰졌던 것 같아요. 다시 생각해보면 짠한 것 이상으로 멋있었는데!

사람은 가까이 있는 꿈에 만족해야한다. 멀리 있는 것을 욕심내봤자 힘들고 속만 쓰릴 뿐이니까. 공허한 열정은 가슴앓이만 남을 뿐이니까. 그래서 세상 가장 미련한 짓이 짝사랑이다. 그래도 그 미련한 짝사랑이 해볼만한 이유는 그 열정이 아주 가끔은 큰 기적을 만들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멀리 멀리 돌아 이뤄지기도 하며 설령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꿈 근처에 머물며 행복해질 기회를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건 아주 아주 가끔 있는 일이고, 짝사랑이란거, 거진 다 실패다. 그래도 실패가 두려워서 부딪혀보지도 않고 일찌감치 뭘 먹고 살까 고민하는 것도 그것도 좀 서러운 일이다. 할 수 있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에 먼저 부딪혀보자. 인생은 한 번 뿐이니까.

(E07)

사내 새끼가 짝사랑하는 가시나한테 구질구질하니 여기있는 걸 다 털어놨다는 건 다신 안 볼 생각인기다. 


(문을 열고 나가며)

친구? 지랄하네.

(노래방고백 씬)

첫사랑. 저마다의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첫사랑의 그가 아름다웠기때문만은 아니다. 그 첫사랑의 시절엔 영악하지 못한 젊음이 있었고, 지독할만큼 순수한 내가 있었고, 주체할 수 없이 뜨거운 당신이 있었기 때문일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다시는 그 젊고 순수한 열정의 시절도 돌아갈수 없다는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첫사랑은 무모하다.

영악한 계산없이 순수한 열정만으로 던져버리고는 결국 실패한다. 

하지만 그래서 극적이다.

다시는 가져볼수없는 체온과 감정들로 얽혀진 무모한 이야기들, 첫사랑은 그래서 내 생에 가장 극적인 드라마다.

그리하여 실패해도 좋다. 희극보다 비극적인 결말이 오래남는법이며, 그리하여 실패한 첫사랑의 비극적 드라마 한편쯤, 내 삶한자락에 남겨두는것도 폼나는 일이다. 

(E16 최종화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나레이션)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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