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자와 호노부, 두 사람의 거리추정

 

 

#1.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의 다섯 번째 권이 되는 두 사람의 거리추정. 여전히 예쁘장한 장정이 마음에 쏙 든다. 역시 시리즈물이라면 이런 일관되면서도 깔끔한 장정이 매력. 그런 의미에서 엘릭시르(문학동네)의 장정은 지금까지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엘릭시르를 포함해 최근 장르소설 중에 마음에 들었던 장정이라고 한다면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시리즈(엘릭시르),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이타카), 오노 후유미의 십이국기(엘릭시르). 최근 장르소설이 라이트노벨 정도의 판본에 나오거나 판본 자체는 그렇지 않지만 책의 품질이 라이트노벨 못지 않게 나쁘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비해 엘릭시르의 여러 소설들은 탄탄한 장정으로 잘 나와주고 있는듯 하다.

 

#2.

   고전부에서 보낸 1년, 어느새 2학년으로 진학하게 된 오레키 호타로와 고전부는 새로운 고전부원, 오히나타 토모코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 오히나타 토모에가 잠깐의 고전부 생활을 마치고, 임시부원에서 정식으로 입부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그 진상을 캐내가는, 이번에도 여전한 일상 추리물. 여전히 한 발 앞서서 오해하고 한 발 앞서서 당황하는 지탄다 에루와, 거기에 끙끙대며 진상을 캐나가는 호타로라는, 그동안 익숙해져온 고전부 시리즈의 모습 그대로다.

 

   사실은 두 사람의 거리추정에서 호타로와 에루의 본격적인 러브라인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생각 이상으로 4권이 좋은 결말이었어서..)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사실 추리 자체는 옴니버스 구성이라 큰 이야기가 되지 않고, 결국 이 소설도 오레키 호타로와 지탄다 에루의 보이밋걸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휙휙 나가지는 않는다. 슬슬 의외로 조금 더 장편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매권 일상추리가 핵심 소재이지만, 그러면서도 결국 스토리를 이끌고 나가는 원동력은 둘의 커플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정도 속도라면 둘의 관계가 결실을 맺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3.

   축제(간야제)로 사람을 설레게했던 앞권, 문집 이야기로 또 부러움을 샀던 '쿠드랴프카의 차례' 등에 이어서 이번엔 달리기 대회다. 그것도 학교 단위로 진행하는 그런 대회다. 실제로 이런 대회를 진행하는 학교는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에서 있었던 보행제는 실제로 일본의 미토일고에서 진행되는 행사였으니 이런 달리기 대회도 없으리란 법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 생활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 사실이다.

 

   아르바이트라고는 하나, 거의 정강사에 가까운 생활을 잠깐동안 하면서 느낀 학원과 입시판은, 적어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할때는 전쟁터다. 다들 피곤에 찌들어있고, 항상 공부를 맨 앞에 둘 수 밖에 없다. 그런 것이 올바른 교육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아이들이 그런 고등학교 생활을 보내는 것을 바라지도 않지만, 그네들의 성적을 올려주려면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다른 것보다 공부를 앞에 두라고 말해야하는 상황에 자주 부딪히곤 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어느 학교인가가 보행제나 이런 대회를 계획한다면 어떨까. 의외로 심한 반발에 부딪히게 될지도 모른다. 자습하고 싶은 학생은 알아서 자습하라고 한다면 자습하는 학생의 수도 상당히 될 것이다.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우리 사회에서 고등학교는 그런 위치에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 중고등학교 생활도 그다지 재밌는 일들이 많지는 않았다. 물론 내 중고등학교 생활에 큰 후회는 없다. 다른 학생들보다 특별하거나 특출난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하게 기억할만한 행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내 나름 6년의 중고등학생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고 자평한다. 그렇지만 보행제나 이런 달리기대회(마라톤?) 같은 것도 있었더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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