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들(2014)


 1.

   얼마전에 본 <테이큰3>에 대한 글을 쓰기도 전에 새로운 영화를 봤다. 우연히(??) 얻은 휴무 덕분에. 그러고보니 정말 오랫동안 영화같은 문화생활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로부터 멀어져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바빴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가치있게 바빴던 것일까. 복잡한 생각.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록 지금이 흔들린다. 재수를 막 시작했을 때,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던 그 때로 돌아간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오랜만에 낸 시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더더욱 반가웠다. 오랜만에 뵙는 선생님, 친구, 그리고 방학 기간 특유의 순천 시내의 분위기. 오랫동안 알아왔고 오랫동안 만나온 모든 것들의 소중함. 그렇지만 역시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이 부담감, 답답함은 어쩔 수가 없다.


2.

   영화는 뭐라고 평가할만한 내용이 없다. 물론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즐거움 이상을 바라고 들어오는 경우도 많지 않을 것이다. 큰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는 아니다.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렇지만 그래서 더 즐거운 그런 영화다. 죽을 것 같은 녀석은 죽고, 질 것 같은 녀석은 진다. 이길 것 같은 사람은 이기고 살아남을 것 같은 사람은 살아남는다. 배신할 것 같지 않았는데 배신했다면 다시 돌아오고, 나쁜 녀석인줄 알았는데 착한 척 했다면 결국은 나쁜 녀석이다. 바로 그런 영화다. 

   그게 '전형적'이라는 단어가 가진 양면성이다. 전형적이라는 말 안에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는 의미와 '식상함, 지부함'이라는 의미가 함께 들어있다. 전형적인 작품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먹히니까'.


   물론 이 영화는 흥미롭고 매력적이지만 철학적 메세지같은건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영화에서 꼭 철학적 메세지를 찾아낼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영화의 본질은 즐거움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에 철학적 메세지가 없다는 것은 악평이 아니다. 말 그대로다. 그냥 그렇다고. 그래도 굳이 이 영화의 철학을 찾자면 즐거움이다.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즐거움을 추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충분히 만족스럽게 극장을 나올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3.

   이렇듯 영화의 스토리에 딱히 태클을 걸고 싶은 내용은 없다. 딱 그 정도로 좋으니까. 영화는 이런 종류의 한국영화의, 말 그대로 '전형'이다.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적당히 진지하다. 나쁜 녀석같은데 주인공으로 나타났다면 그 영화는 악당이 주인공인게 아니라, 그 녀석에게 숨겨진 무언가가 있거나 사실은 착한 놈이거나 하다못해 나쁜 놈들 사이에서라도 의리를 지키는 녀석이다.


   상당히 쟁쟁한 캐스팅을 했는데 덕분에 눈이 즐겁다. 다 보고 난 첫인상이라면 김우빈 키 정말 크다... 마동석 아저씨 귀엽다... 뭐 그 정도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그들이 성공하고 이겨나가는 모습은 통쾌하다. 


4.

   그래서 간단한 말로 평가를 내려보자면 조금 나쁘게 말하자면 킬링타임용 영화. 좋게 말하자면 즐거움이라는 영화의 본질을 찾은 영화. 굳이 평점을 매기자면 5개에 3개반~4개 사이 정도.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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