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지무라 미즈키,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정말 오랜만에 읽었던 일본소설이었던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사실은 한국 소설이 좀 더 읽어보고 싶어서 도서관에 가서 느낌가는대로 골랐던 <에세이스트의 책상>은 앞에 몇 페이지 읽다가 도저히 못읽겠어서 그대로 반납했고, 정작 들린김에 같이 빌려왔던 이 책에 푹 빠졌었다. 처음 제목은 뭔가 굉장히 있어보이는? 그런 느낌의 소설. 츠지무라 미즈키라는 이름은 익숙하지 않지만,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라는 책을 추천받아본 적이 있었다. 그 책을 쓴 사람이었다니. 나는 기회가 없어서 아직도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는 읽지 못했지만.. 이 책 정도의 필력이라면 분명 재밌을 것 같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가독성이 너무 너무 좋다. 물론 인터넷을 찾아보니 꽤 느낌이 다른 소설이라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서 이 책 반납하는 길에 <밤과 노는 아이들>, <물밑 페스티벌>도 빌려왔다. 과연 어떤 느낌의 책일까.


결혼 이야기는 나에겐 뭔가 굉장히 거리가 멀면서도, 그다지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들은 아니었다. 부분 부분 내가 가봤던 결혼식장과 매칭도 시켜봤었고.. 사실 책을 읽으면서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실제 경험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지만. 사실 책을 빌리기 전에 도서관에서 스마트폰으로 계속 책 검색을 해보고 있었어서 결혼 이야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도대체 결혼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갈지가 궁금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풀어나갔다. 굉장히 재밌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등장인물은 크게 가가야마 자매, 미소라, 리쿠오, 야마이 이렇게 4명(5명?)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각각의 이야기를 옴니버스같은 구조로 만든 다음 잘게 쪼개서 섞어놓은 구조를 보여주는데, 나름의 미스터리다. 솔직히 내가 어떤 결말이 있을거라고 맞춘건 야마이 이야기 정도였고, 나머지는 다 "헉, 이랬다니?" 이런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꼈던건 가가야마 자매 쪽에선 독하다 그리고 특이하다..였다. 정말로 쌍둥이들은 저런 걱정을 하면서 사는걸까싶은 생각도 했고. 나랑 똑같이 생긴 또다른 누군가가 있고 아무도 구분하지 못한다면, 정말로 아무도 모르게 서로로 바꿔치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두렵기도 했고. 자기 정체성의 문제랄까?


사실 읽으면서 제일 불편했던 부분은 리쿠오였는데, 툭 까놓고 말해서 리쿠오는 완전 개쓰레기같은 존재로 나온다.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남자인 나도 이런 쳐죽일놈... 이러면서 읽었는데, 마지막에는 적절하게 응징을 당하고 끝난다. 그리고 다시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 솔직히 그런 녀석 행복은 별로 바래주고 싶지 않지만, 리쿠오의 행복이 곧 기와코의 행복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뭐 어쩔 수 없이 수긍을 해줄 수 밖에.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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