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줬더라면

차라리 솔직히 말해줬더라면 나았을텐데, 하는 순간이 꼭 있다. 얼마전 그걸 경험했고. 그리고 생각해보니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도 저런 경우가 많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한다는 것은 그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솔직히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안절부절하면서 정작 자신이 해야할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도 지금까지 그래왔고. 그리고 솔직히 그게 얼마나 나쁜 짓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건 내가 매몰차지 못한 성격 때문이었고, 나는 그 매몰차지 못함에 대해서 불편함과 함께 작은 자부심도 가지고 있었다. 매몰차질 수 있다는 것은 양면의 칼과 같으니까.


그러다가 이번 일을 겪었다. 어떤 일인지 설명하기엔 아직 머릿속이 정리가 안되서 깔끔하게 털어놓을 수 없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느낀 점은 "그래도 솔직하게 말해줬어야지"라는 점이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런 일이 있었다. 오랫동안 얼굴을 보지 못해서 카톡으로만 만나던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전에 작은 트러블이 있었다. 솔직히 그 트러블이 누군가에게 전적으로 잘못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 트러블이 생각보다 컸던건지 결국 화해하지도 어쩌지도 못하고 관계가 거의 종국에 이르렀다. 나는 솔직히 내가 잘못한 부분이 상당히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최대한 진정하고 차분하게 대했다.


그렇게 관계는 대충 정리가 되고, 잊어버리려고 했었다. 부정적인 감정을 오래 품으면 나한테만 해롭다는 건 오랫동안 경험했던 일이니까. 그러다가, 맨날 페북이나 하고 놀고 있는 페북귀신답게.. 페북하다가 우연히 글을 하나 봤다. '그 사람' 글이었다. 뜬금없이 누군가가 태깅되있고 하길래, 솔직히 관계는 그렇게 정리가 되었지만 그래도 호기심이 동해서, 누군가 하고 한 번 눌러봤다. 그 시점에서 끝. 머릿속에서 복잡했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은 거기에 태깅되어있던 그 사람(편의상 '그 사람'을 A라고 하고 '태깅되어있던' 사람을 B라고 쓰자..)이었다. 그러니까 나와 A의 관계가 이렇게 꼬이고 꼬인 가장 큰 이유는 B였다. 그리고 카토게서 우리가 트러블을 일으키기 전에 A가 B에 대해서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솔직히 나는 B를 실제로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냥 몇 번 본 정도? 이름도 이번에 페이스북으로 처음 알았고. 그런데도 B가 이 트러블의 뿌리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카톡에서 언급했던 그 사람이라는 것도 확신할 수 있었떤 것은 A가 나에게 B의 이름을,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무리 실제로 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해도 그 정도도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니었고... 대충 조각이 딱 맞춰졌을 때 들었던건 분노나 짜증에 앞서서 허탈감이었다. 결국 A는 나에게 끝까지 제대로 된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던 셈이니까. 


그렇다면 정말로 나는 그 사람에게 제대로 된 끝을 보여줄 정도의 신뢰도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걸까. 진짜... 어이 없는 일을 겪는구나... 나도 조심해야겠다. 차라리 어느 순간 잠깐 매몰차게, 잠깐 차갑게 대하는게 그 사람에게 더 큰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걸, 이제는 알았으니까.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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