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 사이를 적절하게 조절하기를

내가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돈 벌려고, 가 아니라고는 못하겠다. 하루 얼마, 이렇게 생각하면 되게 허망하긴 한데(사실 시급 5000원 정도면 하는 일에 비해선 좀 적은 것 같고 그냥 보면 딱 평범한 알바비 정도인 것 같다) 한달 몰아서 받고 나면 어, 꽤 많은데, 싶을 때가 많다. 그럼 돈 말고 다른 이유는 없나. 재밌어서, 도 있겠다. 집에서 맨날 놀면 뭐하나. 돈이라도 벌어야지. 뭐 그런 느낌이기도 하고, 알바 자체가 꽤 재밌다. 내 적성에도 좀 맞는 것 같고. 이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되게 많다. 요즘 글을 써야겠다는 의지가 잘 안나서 전혀 못쓰긴 했지만.


그런데, 그런 이유들보다도 무엇보다 이 아르바이트는 내게 자꾸 새로운 걸 경험시켜준다. 아르바이트로는 세번째다. 지금 하고 있는 학원 원장선생님께서 교재 만드실 때 교재 제작 보조했던게 내 생애 첫 알바였다. 현역 때 첫 수능 끝난 직후였던 것 같다. 그땐 다해서 20만원 못받았던 것 같다. 시급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5000원씩 받고 있는데, 그땐 알바가 단순 노동에 가까웠기 때문에(..) 정말로 재미는 없었고 돈 벌려고 했던 알바였다. 두번째 했던 알바도 단순 사무 알바. 이건 심심했기 때문에 + 돈 벌려고였는데, 결과적으로 재미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 하는 알바가 세번째. 세번 모두 학원에서 하고 있는데..


얼마전 원장선생님께, 밥 먹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들과의 거리를 조절하는 것은 강사가 주의해야하는 대표적인 부분 중 하나라고. 그리고 두 달 정도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가 느낀 것도 비슷하다. 그 적절하고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강사가 이러한 거리 조절에 실패할 경우 학생과 강사 모두에게 혼란을 준다. 강사야 혼란을 겪으면서 그 혼란만 끝나면 상관없지만 입시학원의 강사의 특성상 학생에게 몇 달의 혼란은, 특히 그 학생이 고등학생이라면 정말로 큰 타격이 된다.


물론 내가 강사로 있는건 아니고 조교를 하고 있을 뿐이며, 질문 받고 대답해주고 채점해주고 하는 정도가 업무의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결국 학생들과 면대면으로 대해야한다는 것은 다를바가 없다. 처음엔 그 거리 유지하는게 되게 어렵다. 학생과 강사 사이가 너무 멀면 서로 힘들다. 학생은 강사를 어렵게 생각하고, 강사는 재미가 없다. 재미만 없냐, 가르치기도 퍽퍽하다. 반대로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면 어딘가로 꼭 샌다. 10분이면 될 내용을 가지고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면서 30분까지 끌고 갈 수도 있고. 결정적으로 강사도 사람인지라, 학생들과 너무 가까워지다보면 학생들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 이 친구는 좋고 저 친구는 싫고 하는 친구관계처럼 이 학생은 좋고 저 학생은 별로고 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 이 부분은 정말로 강사가 조심해야하는 부분이지 싶다. 결국 이렇게되면 학생들은 곧 '편애한다'라고 반응하고, 학생과 강사사이, 심하면 학생과 학생 사이도 심하게 틀어져버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항상 그 사이를 적절하게 조절하기를. 그 거리가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그 미묘한 거리를 잘 지키고 있기를. 특히 나같은 성격은(그러니까 처음보는 사람과 친해지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하고, 그래서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친해진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좋아하는) 처음에는 되게 딱딱하게 대하다가 어느정도 친해지고 나면 너무 가까워지려고 하게 되기 때문에.. 어떻게보면 이상적인 강사의 모습에서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게 아닌가 싶다. 조심해야지.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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