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힘들다

1. 올해 유난히 SNS로 사고가 많이 터졌다. 기억에 남는건 세개 정도. 트위터에서 티아라 왕따 사건, 아이유와 은혁의 소위 '병문안' 사건, 중대 시간강사 정치발언 사건. 물론 각 사건이 터졌을 때만 하더라도 와, 저 사람들 생각이 없네, 라거나 불쌍하다... 이 정도의 감상 뿐이었는데, SNS에 너무,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는 나를 보면서 조금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갑자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고나 할까. 나는 실제로 보지도 못한 사람끼리 모여서 아웅다웅하는 게 나쁘다거나 이상하다거나 생각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렇게 지금까지 놀아왔고 앞으로도 놀거고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지만, 그런 식으로 너무 여기저기에 적을 두고 있으니까 힘들어졌다. 그건 얼굴을 보고 못보고의 문제가 아니다. 일상에서 누군가와 연을 맺는다는 건 즐거움임과 동시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대개 부담은 잘 인식하지 않지만, 요즘 유난히 그 '부담'이 부각되는 것 같다.


2. 물론 단순히 힘들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에는 한 번 올렸던 글이긴 한데, 너무 여기저기로 선을 두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 언제 어디서 누가 그 선을 갑자기 당겨올지 모르고, 그 때 내가 그 선을 다시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트위터에선 소외감 비슷한 것도 느꼈다. 이전에 2만 트윗을 조금 넘기고 계정을 지웠던 이유도 그거였는데. 내 성격이 관심병적인 경향이 있어서인지 트위터에서 다른 사람들끼리 재밌게 놀고 있으면 끼어들고 싶고 나도 같이 놀고 싶고, 뭐 그런데, 어떻게 끼어들어야하는지는 모르겠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밀려났다. 그냥 트위터에 모인 사람들의 중심부에서. 뭐 별건 아니다. 근데 어느 순간 좀 허망했다. 뭔가 재미없다. 애초에 SNS를 하면서 이런걸 의식하는 시점에서 잘못된 것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잘못된 것이라면, 그걸 줄이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다시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트위터는 무언가를 내뱉기도 받아들이기도 너무나 좋은 수단이다. 근데 이 수단이 너무 좋아서 문제다. 옛날처럼 긴 글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 내가 몇 백자 몇 천자를 쓰던지 간에 거기서 핵심만 뽑아서 140자 안으로 정리해서 내뱉는다. 그러면 되는 수단이 트위터였다. 무언가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하면 그 정보를 수용하는 사람들이 그 말을 할 기회를 준다. 소위 말하는 소통의 양방향성. 처음에는 좋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정보의 신속성이라는 측면에서 트위터는 다른 수단에 비해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하고 싶은게 정보 교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트위터를 시작한 건 정보가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그냥 사람들이랑 노는게 좋아서 시작했었다. 실제로도 많이 놀았고. 그런데 이렇게 놀다보니 블로그가 방치됐다. 


4. 블로그만 방치되면 상관 없었는데 내가 글 자체를 별로 안쓰게 됐다. 나는 항상 글을 쓰고 싶어했던 사람인데, 트위터 때문이라고 하면 분명 어폐가 있고 이건 전적으로 나 자신 때문이지만, 나 자신에게 새로운 매체들을 열어둠으로써 나 자신이 여기 저기에 너무 뱉어낼 공간을 많이 허용했다. 글 쓸 소재가 있는데 그걸 트위터에서 대충 내뱉고 버려버린다. 나는 그런게 너무 싫었다. 싫으면서도 자꾸 그랬다. 나 자신에게 글을 쓰게 하는 방법은 그걸 줄이는 방법 뿐이라는 결론에 도착하기는 오랜 시간도 짧은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글을 써야한다는 강박이 있는건 아니지만, 어쨌든 막연하게 글은 쓰고 싶었다.


5. 페이스북은 일시적으로 비활성화했고, 트위터는 그냥 자체적으로 조금 줄여야겠다. 트위터에서 매몰된 내 삶을 건져내야겠다. 트위터를 굳이 인생의 낭비라며 매도할 생각은 없다. 트위터가 매력적인 매체인 건 사실이고, 트위터에서 시간을 보내는게 시간낭비라고 한다면, 인생에서 우리가 '즐기는' 대부분의 것을 시간낭비라고 평가하게 될 뿐이다. 그래도 너무 빠져있는건 조금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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