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僕の初戀をキミに捧ぐ, 2009)

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
僕の初戀をキミに捧ぐ, 2009
이노우에 마오(마유), 오카다 마사키(타쿠마)

   영화 보고 통 리뷰를 안썼던 것 같네요. <부러진 화살> 보고 참 할 말이 많았는데 보고 난 직후는 시간이 늦어서 못쓰고 여차저차하다보니 결국 여기까지... 밀려버렸습니다. -_-;; 사실 윤하가 나오는게 본 이유의 70% 이상이었지만 류승범에게 푹 빠져있었던 <수상한 고객들>.. 외에도 <테이큰>이나.. 여러가지로 꼭 기록해두고 싶은 작품들이 산재해 있지만... 아마도 안 쓰게 될 것 같죠?(...)

   <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는 전형적인 일본영화..라는 느낌이 드는 작품입니다. 물론 저도 썩 많은 일본 영화들을 봐온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의 구성 - 그러니까 불치병을 가진 주인공과 건강한 한 명이 만나서, 사랑하고, 결국 불치병을 가진 주인공은 죽고 만다는 구성 - 자체가 익숙한 구성입니다. 제 기억속에서 이런 구도를 취한 작품 중 대표적인 게 선천성 색소결핍증(XP) 환자인 아마네 카오루의 이야기, <태양의 노래>죠. 이번 영화는 타쿠마 쪽이 환자라는 점에서 성별은 서로 맞바뀌어있지만, 역시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 평가에서도 잔잔하고 보기는 좋지만 진부하다라는 평가가 많더군요. 그 점은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그 외에 가장 많았던 평가로는 감동을 강요한다는 것이었는데, 저는 그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하겠어요. 사실 사람들이 지나치게 감동을 강요한다, 라고 평가한 작품 중에 보면서 정말로 그렇게 느낀 작품이 별로 없습니다만.. 저는 괜찮게 봤던 것 같아요. 어릴 때 만나서 고등학생 때 까지 쭉 사귀어왔다, 그런 사람이 죽는다라는 것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요.

   어릴 때의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마유와 타쿠마가 중3일 때로 가볍게 워프. 시도 고등학교라는 전교생 기숙사제의 학교로 진학한 후가 이야기의 중심이 됩니다. 후에 둘이 만나는 장면이 밝혀지는데.. 마유가 먼저 반했던 걸까요? 영화를 보면서 가슴아픈 건,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계속 함께하고자하는 모습을 보인 둘 때문이었겠죠. 코우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그의 심장을 이식받을 것이냐 아닐 것이냐에서 드러난, 일면 조금은 이기적이기도 한 마유의 대사("난 타쿠마만 건강해질 수 있다면 상관없어!")는 그런 둘의 처지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대사가 아닌가 합니다.

   영화는 중간까지 행복하기만 합니다. 결국 영화를 보는 사람도 주인공 본인들도 어떻게 끝이날지 뻔히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요. 나의 사랑에는 시간 제한이 있다, 라는 그의 말은 어쩌면 그들이 그렇게 행복할 수 있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없다.. 라는 거겠죠. 지금이 아니면 어쩌면 다시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솔직히 중간에 심장 이식 수술에 관한 부분에서는 저도 혹하긴 했습니다. 아, 혹시 이 영화 해피엔딩으로 끝내는건가... 싶었죠. 결국 무산되고 말았지만.

   사족이지만, 마지막에 타쿠마가 죽은 뒤 마유와의 결혼식(영혼 결혼식?) 장면이 있는데, 이게 산다는건 괴로운거야, 그렇지만 후회하지 않아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그리고 아마 이건 타쿠마가 했던 "산다는건 뭘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겠죠) 감동적인 장면..이죠. 근데 이게 어두운 교회, 여자 혼자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로하는 결혼식이라서 보고 있으면 살짝 소름끼치는 것도 사실이더라구요..

   덧붙여 네잎클로버의 기적으로 하루를 얻어 마유와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 라는 것은 영화 초입부에서 던졌던 네잎클로버라는 복선을 충실하게 회수한 것이겠죠. 애초에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 둘이구요. 그렇지만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타쿠마의 부모님을 보면서 조금 뒷맛이 묘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애초에 둘이 그렇게 하루 더 시간을 보낸다는 게 더 비극적인게 되어버리진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영화를 보다보니 확실히 그건 아니더군요. 생각해보면 뒤늦게 하는 결혼식도 순서가 뭐가 중요해, 라고 말하며 마지막 시간을 "신혼여행"이라 이름붙였던 타쿠마의 말에 대한 마유의 대답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니, 틀림없이 그러겠죠.

   어쨌든 총평하자면, 진부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오랜만에 본 달달하면서도 슬프고.. 무엇보다 잔잔한 영화였네요. 지나치게 일본영화스럽다는 것이 이 영화의 단점이지만, 동시에 그렇게 일본영화스럽기 때문에 낼 수 있는 분위기.. 그 특유의 달달한 잔잔함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8).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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