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ollypop or A Bullet, <사탕과자 탄환은 궤뚫지 못해>


야, 도서관에 가서 산더미같이 빌려왔던 일본소설의 2번째, <사탕과자 탄환은 궤뚫지 못해>입니다. 역시 제목만 보고는 이게 도대체 어떤 소설일까..에 대해서 추측도 할 수 없었던 -_-; 그런 소설이네요. 사쿠라바 카즈키, 어디서 이름 들어봤는데? 흠? 이러고 있다가 책을 고를 때 우선 후기 쪽으로 넘겨봤는데, 라노베였던 <고식>의 작가라고.. 이 작품은 사쿠라바 카즈키가 라노베 작가라는 틀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대중 소설로 넘어간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일반적인 소설로 넘어가는 작품이 이렇게 어둡기 짝이 없는 작품이었다니. 그래도 소설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굉장히 훌륭합니다. 이 소설이 어떤 소설이냐에 대해서 미리니름을 살짝 얹어서 설명하는데는, 이 책의 역자 후기만한게 없습니다.

이 작품은 언뜻 볼 때는 단순히 자극적인 엽기 호러 내용으로 보일 만한 요소들은 골고루 다 갖추고 있지요.
토막살인, 비속살인, 아동학대, 동물학살, 심지어 첫사랑이자 짝사랑이었던 상대가 피학성 변태 소질이 다분하다는 설정에 이르기까지.

정말입니다. 이런 2% 정신나간 것 같은 게 모두 이 소설에 담겨있어요. 사실 미스터리라고 광고하고 있는데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성장소설을 위장한 호러소설을 다시 위장한 성장소설이라는 느낌이죠. 물론 다 읽고 나서 아, 훌륭한 성장소설이었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건 없습니다. 다만 주인공이었던 나기사가 모쿠즈와의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분명히 성장을 이루기 때문에, 성장소설이라는 범주 안에 포함될 수는 있을 겁니다.

그걸 표상하는게 바로 '사탕과자 탄환'과 '실탄'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가정 환경 속에서 '실탄' 이외의 모든 것을 포기한 나기사, 역시 가정 환경 속에서, 그러나 이 쪽은 '사탕과자 탄환'만을 선택한 모쿠즈의 이야기이자, 나기사 주변의 '사탕과자 탄환을 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없어지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이 사회는 사탕과자 탄환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그런 (비정한)세계인 것이다- 하는 것이, 어쩌면 이 책의 결론이 될 수도 있겠죠.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건 성장소설이야, 청소년들은 꼭 한 번 쯤 읽어보도록 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죠. 미스터리란 말은 절반만 맞는다는 느낌? 사건의 전개 방식이라거나, 여러모로 미스터리같은 느낌을 내지만, 결국 추리의 과정이라거나 뭐라거나 할 것도 없습니다. 감춰진 진실이라고는 모쿠즈가 그의 아버지에게 학대당하고 있다, 라는 사실이고, 그것도 딱히 명쾌하게 풀어낸다, 라는 느낌은 없죠.

한편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로 보면, 검은색.. 이라는 이야기 밖에 안나오네요. <용의자 X의 헌신>같은 작품은 딱 느낌이 회색이다, 싶었고 일본 소설이 암울한 분위기로 흐르면 대부분 그런 느낌으로 가는데, 이 소설은 아예 검은색이라는 느낌이 아주 강했습니다. 토끼 목이 잘려나간다거나 하는, 단순히 잔인한 장면보다도, 모쿠즈의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이야기들이, 마지막에 그녀가 학대를 받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스스로의 방어기제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그 과정이, 너무나도 암울합니다.

제가 고식을 한 권 밖에 안읽어봐서 그런 기조가 계속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식에서는 모놀로그를 챕터마다 끼어넣어서 범인 떡밥을 조금씩 흘렸는데, 이 작품에서도 모놀로그..라고 할 것 까진 없지만 2개의 시간선이 동시에 흐르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범인이라거나 그런 걸 추리해낼 수 있는 방향이라기 보다는, 결과에 이르는 과정을 추측해낼 수 있는 정도..의 단서가 됩니다. 애초에 소설을 시작하면서 모쿠즈가 죽었다, 라고 하는 신문 기사 내용을 먼저 제시하기 때문에 결과는 알고 있고, 이 뜬금없이 진행되는 파트는 책을 읽다보면 이게 모쿠즈의 시체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라고 한다면, 나기사의 오빠가 가르쳐준 문제로서, 나기사가 모쿠즈의 아버지에게 냈던 퀴즈 - 맞히면 위험한 문제 - 에 모쿠즈의 아버지가 "Because I miss you." 라고 답변하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모쿠즈를 죽인건 그의 아버지다, 라는 사실은 소설 중반 문턱을 넘어설 즈음이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는데, 그걸 직접적으로 밝혀내는게 아니라 저 퀴즈를 통해서 굉장히 우회적으로 드러냈다고 할 수 있겠죠. 정녕 소름돋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설 내용이 아니라 자체에 대해서 본다면, 흡입력이 굉장합니다. 이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2% 독특한 주인공, 나기사와, 2% 정상인 것 같은 모쿠즈는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나기사야 소설을 이끌어가는 시점이기 때문에 매력을 가질 수 밖에 없죠. 모쿠즈는 처음에는 이상하고 비호감형 캐릭터인데, 나기사와 함께 지내는 동안을 보면 점점 애착을 가지게 됩니다. 사실 그의 아버지에 학대받았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 뭐 그런 사실을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진짜로 인어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죠(처음엔 진짜 헷갈렸어요). 사실 그 멍도 그 전 학교에서 왕따당했다거나 그런게 아닐까, 했는데, 그것도 사실은 아동학대의 흔적이었고.. 이러한 사실을 머리 한 켠에 담아두고 모쿠즈를 바라보면 가련한 캐릭터다,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양호실로 되돌아가자 모쿠즈는 긴장의 끈이 끊어졌는지 곤히 잠들어 있었다. 나는 침대 옆에 서서 이 가엾고 잔인한 친구의 창백한 꿈처럼 예쁜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이 아이가 아무리 머리가 이상하다 해도, 사탕과자의 테러리스트라 해도 나는 우미노 모쿠즈를 미워할 수 없으며 오히려 걱정이 된다는 생각을 했다.
────P.123

사실 앞서서 모쿠즈가 죽는다는 내용을 예고하고 시작하는데, 사실은 살아있었다거나 그런 결말은 안되려나- 또는 죽으면 안되는데- 하는 심정으로 계속 책을 봤고, 둘이 점점 친해지는 모습에는 흐뭇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도망치자, 라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아, 뭔가 이야기가 풀리는구나, 싶었는데, 사실은 거기서 이야기의 클라이막스이자 종막일 거라고는. 허를 찔린듯한 기분이랄까. 왜 모쿠즈는 꼭 죽어야만 했을까, 하는 뭐 이런 종류의 생각은, 새드엔딩이나 결코 좋지 않은 엔딩을 접했을 때 항상 느끼는 것인데.. 도통 이런 기분에는 익숙해지지가 않네요.




먼 옛날의 전사자 명단 속에서 낯선 토지의 낯선 아이들의 이름과 함께 우미노 모쿠즈의 이름도 고요히 떠돌고 있다. 모쿠즈는 부모에게 살해당했다.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애정이 돌아오기를 기대하고 있던 친부모에게.
이 세계에서는 때로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 사탕으로 만든 탄환(롤리팝)으로는 아이는 세계와 싸울 수 없다.
내 영혼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P.S.)
아, 일본에서 코믹스로 발매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제가 구한 이미지는 영어인데, 정발 해석본인지 아니면 개인이 번역해서 식자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근데 실제로 나오게 되면, 아무리 내용이 그런 느낌을 강하게 주지는 않는다고 해도, 잔인한 장면이 없을 수 없을텐데.

검은머리가 모쿠즈, 나머지 한 쪽이 나기사입니다. 모쿠즈 그림체가 너무 예쁘네요 으하하. 이미지 출처는 mangareader.net이라는 사이트인데, 상당히 저작권법 위법인 것 같지만(...) 영어로 번역된 녀석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전 구글 검색으로 찾았지만. 아, 이 이미지는 비평 등의 목적으로 사용될 때 저작권법에서 예외로 적용될 수 있는 케이스...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되면 삭제하겠습니다.

#2011-15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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