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의 대안, 문화 민족주의를 제안합니다

최근 노르웨이의 브레이빅 사건을 통해서 또다시 민족주의 문제가 표면으로 떠올랐습니다. 세계화의 경향 속에서 민족주의는 약화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의 양상은 선뜻 변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민족주의는 오히려 점점 극단적인 성향을 가지게 되어 '극우 민족주의'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이것의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세계화로 인한 민족주의의 위기일 것입니다. 세계화 앞에서 민족주의의 필요성에 대한 사고와 현실적인 붕괴가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모두가 예상하건대,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민족주의가 세계화 속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이러한 민족주의는 민족의 경계선이 점차 불분명해지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자연 도태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은 오히려 민족주의자로 하여금 극단적인 성향을 가지게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테러와 같은 민족주의적 행동을 실천에 옮기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화 속에서 민족이라는 울타리는 나약하기 그지없습니다. 국경선 자체가 무력화되어가는 세계화는 민족의 경계를 더없이 허물게 되비다. 민족주의는 단일민족국가를 지향하지만, 점점 더 단일민족국가의 존재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단군의 자손들로 이루어진 단일민족국가, 라고 하는 것은 어쩌다보니 우리나라의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만, 이 진술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다문화주의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세계화의 추세에 뒤쳐지게 된다는 것이고, 현실적인 문제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즉, 우리나라는 이미 단일 민족 국가가 아니라고 보는게 옳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야기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때 자연스럽게 진행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는 비교적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렵지요. 아직 우리 문화의 근간이 민족이기 때문입니다. 

민족주의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갈립니다. 하지만 민족주의라는 사상 체계 자체가 상당히 비합리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민족주의 사학'이라던가, '민족주의 독립운동가'같은 말 속에서 우리에게는 민족주의가 비교적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이는 중도우파 또는 우파적인 성향을 가졌던 민족주의와 그 반대의 위치였던 사회주의 계열이 독립 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 사회에 사회주의라는 단어에 그다지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이들이 없는 것을 생각해보면, 민족주의가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소위 말하는 "빨간 역사는 가르치지 않는다"... 즉, 북한에 가담했거나, 월북하였거나 또는 납북되었거나하는 사람들은 수십년간 철저하게 역사속에서 지워졌습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만이 살아남았기에,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이름들은 대부분 민족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민족주의 성향은 사회주의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까지 사실상 독립 운동의 전부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의 추세를 생각해본다면, 전통적인 민족주의를 그대로 가지고 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이죠. 그 정도면 괜찮지만, 동시에 굉장히 위험한 폭탄을 가슴에 두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그 사례까 지금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는 극우 민족주의입니다. 저는 유럽에 대한 동경이 상당히 많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한국처럼 비교적 '미국화'의 경향이 강한 국가보다는 '유럽화'가 진행된 국가들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 특유의 자만감에 가까운 민족적 자부심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한심하기까지 하지요. 그리고 이러한 뿌리에서 극우 민족주의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별다른 전공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고3일 뿐이라서, 생각을 정리해보는 정도이기 때문에 무엇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사실 민족주의에 대해서 디테일한 면도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극우 민족주의의 뿌리는 그러한 민족적 자부심과 외부로부터의 위기에 대한 대응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평상시에도 상시 존재했던 극우 민족주의자들은, 평상시에는 그들이 타겟으로 하는 '타민족'(특히 유색이주자나 무슬림)에 대한 분노나 증오를 계속 가슴 속에 쌓아두다가, 경제위기 등이 닥치면 그 분노까지 더해 폭발적으로 내뿜는 것 같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대안이 있겠지요. 민족주의 자체가 구습적인 것이기 때문에 없애야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고, 민족주의가 긍정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부분도 있습니다. 저는 민족주의 그 자체의 존속 여부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분명 민족주의에 장점이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민족주의는 일종의 방어기제로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외부 문화를 접했을 때,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무조건 적으로 반대하거나(자문화 중심주의), 밙대로 무조건 수용하는(문화 사대주의) 모습을 보이기 쉽습니다. 이 때 민족성이라는 확고한 기준이 있다면, 그 민족성에 따라 수용할 것과 수용하지 않을 것을 필터링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더이상 세계화의 흐름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그 흐름을 외며하는 동안 이미 다문화가정은 친숙한 모습이 되어버렸습니다. 생활 깊숙한 곳에서 이미 함께하고 있는 그들을 외면하기엔 그들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수 보다도 도의적인 측면에서 그러해서는 안됩니다. 많은 다문화 가정이 사실 매매결혼에 가까운 과정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가 제안하는 문화 민족주의는 이러한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해보고자 생각해본 것입니다. 여기서 문화 민족주의는 최근 문화 컨텐츠 산업의 성장에 따라 나타난 용어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말씀드려놓고 싶습니다. 다른 용어를 사용해볼까 했는데, 그 이상은 제 머리의 한계더군요. 문화 컨텐츠 산업과 관련한 문화 민족주의는 민족주의라는 잣대를 문화에 가져다 댄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제가 제시하는 문화 민족주의는 민족의 정의를 새롭게 하자는 것입니다. 민족의 요건은 많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한 혈통을 유지하며, 같은 피부색이나 언어,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일 것입니다. 문화 민족주의는 이러한 '혈통적 한민족'과 별개로 '문화적 한민족'을 정의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문화를 공유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생활양식을 공유한다고 할 때, 역사 등 일부의 문화에 대한 인식은 공유하지 못하더라도 그들은 분명한 '한국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한국인'의 정의를 '문화적 한민족'으로 확대시키자는 것입니다. 이는 국적상의 한국인이 제도적인 측면에 주목한 결과라고 한다면, 문화적 한민족은 정서적인 측면까지를 포함합니다.

저 혼자 해봤던 생각...이라기 보다는 오늘 구술 면접 연습을 하면서 나왔던 주제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조금 더 깊게 정리해본다는게 오히려 복잡해지기만 하고, 다시 살펴보니 조금 민망하네요. 비슷한 이론도 이미 나와있을 것이고, 참 단순한 생각이다 싶지만... 이 블로그만큼은, 제가 생각하고 느꼈던 것을 치열하게 적어나가는 장이 되어줬으면 하는 맘에 몇 자 적어 두겠습니다. ㅎ_ㅎ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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