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문제가 해결 불가능한 이유

저희 학교... 아니, 저희 학교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들도 대부분 장학금 제도가 굉장히 잘 되어있습니다. 만약 등록금 문제 때문에 대학을 못다닌다고 말하면 그건 그저 핑계일 뿐이에요. 자기가 공부를 안하는거죠.
── 모 대학 입학처장

제 기억에 기반해서 대충 비슷하게 써낸 겁니다. 아마도 요지만큼은 저게 맞아떨어질겁니다. 모 대학 입학처장에게 제가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듣고 당황했다고 해야하나... 과연 한 대학의 대학 입학처장이란 사람이 저런 말을 미래의 대학생이 될 학생들로 가득찬 고등학교에서, 그것도 '입시설명회'라는 이름을 달고(물론 입시설명회라는 스케일은 아니었고 대충 20명 남짓 들었던 것 같네요) 할 말인가 싶었죠. 사실 이 학교야 워낙 유명한 학교고, 제가 이 학교에 대한 정보를 조금만 흘려도 누구나 "아 그 학교!" 할만한 대학입니다. 그런 대학에서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거죠. 위 대학에 관한 질문은 일절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정말로 그들의 문제인가

이 생각의 가장 무서운 점은 등록금이 비싸다고, 반값 등록금을 실현자고 말하는 이들 모두에게 "공부도 안하고 남탓만 하는 무능하고 한심한 무리"라는 이름을 부여해버린다는 겁니다. 이것은 등록금이 비싸다라는 본질을 회피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등록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내용과는 별개로, 누군가는 받을 수 없는 장학금 체계를 고려해볼 때 결코 옳은 내용이 아니라는 겁니다. 사실 디테일한 내용을 말하기는 그렇지만, 위 학교는 분명히 상위권 대학 중 하나입니다. 저야 다녀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분명히 저 학교에 다니는 대학생들... 일부를 제외한다면 공부.. 정말 열심히 할겁니다. 무엇보다 가난한 환경에서 저 학교를 합격할 정도였다면, 정말로 노력으로 이룬 승리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과연 모든 문제를 그들에게 미룰 수 있는 걸까요?

가정 환경에서 비롯되는 학력 차이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반박할 근거는 꽤 많은 것 같습니다. 결국 등록금을 내기 위해서 알바같은 학업 외의 일을 병행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학업에 소홀해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렇게나 장학금 체계가 잘 되있다던 위의 학교 역시 등록금 문제로 자살을 택한 학생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연 그런 학교에서 저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싶습니다. 제가 묻고 싶은 또 하나는, 과연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자살을 택할 정도의 궁지로 몰려있던 학생들이 놀기 위해서 공부를 하지 않았겠는가하는 내용입니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저 대학생들은 순전히 놀다가 등록금 못내내? 하면서 자살해버린, 어이없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그것도 게을렀다면 절대 갈 수 없었던 학교에서요.

오른 등록금, 본질을 회피하지 말라


이 논쟁의 핵은 몇 가지로 압축될 것 같습니다. 과연 등록금을 못내고 장학금도 못받는 상황을 그 학생들의 탓으로만 돌릴 것이냐는 것과, 지금의 등록금이 정상적인 상태냐라는 거죠. 주요 사립대 총장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대학은 우수한 퀄리티의 교육을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고 있는 것 뿐이 라고 주장하지만, 그런 대학들이 정마롤 그렇게 우수한 퀄리티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지 고려해봐야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덧붙여서 그들이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는 미국 대학 학비를 우리 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지도요. 즉, 국공립대가 S대를 제외하면 사실상 '주요대학'에서 배제되고 있는 국내와 명문대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미국... 그리고 어째서 프랑스 같은 예시는 나오지 않는지도 말입니다.

공주사대를 다녔던 저희 학교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10년 남짓한 사이에 교직 급여는 10% 정도 상승한 데 비하여 공주사대 등록금은 선생님이 다니셨던 때의 2.5배 정도 올랐다고 합니다. 물론 당시 공주사대 지리교육과는 국공립인데다 사범대학이라 20명 정원 중 16명이 장학금 지원을 받았을 정도로 혜택을 받고 있었지만요. 아, 물론 전액 장학금은 아니었구요.

이렇게 소득을 큰 폭으로 제치며 오른 등록금 상승률은 결국 이 논쟁의 본질 중 하나입니다. 감사를 시작하겠다고 했는데, 투명한 감사를 통해 문제점이 있다면 반드시 고쳐야 할 겁니다. 그리고 툼여한 사용 이상으로 면밀히 살펴야할 요소가 필요없는 예산이 사용되지는 않았는가 하는 점도 말입니다. 결국 학교 시설을 증축하면서 내세우는 근거는 학생들을 위해서인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런거 할 돈 있으면 장학금이나 더 주고 등록금이나 좀 깎아주지라는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각 대학들의 행보가 옳은 것인지도 살펴보아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있는 교직원의 연봉과, 유급휴직과도 같은 연구휴식년 제도나, 어쨌든 정말로 다른 곳에서 예산을 아낄 곳이 없었는지 검토도 있어야할겁니다.

덧붙여 등록금이 비싼줄 알고 입학해서 등록금 내려달란 소리하지 말라는 분들대학을 나오지 않고서 살아남기 어려운, 그리고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여건을 생각해보시길 권합니다. 과연 그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지... 말이죠.

결국 대학이, 나아가 사회가, 등록금 논쟁의 본질이 학생 때문이 아니라 학교와 사회구조 때문이라는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등록금 논쟁은 소비적인 논쟁이 될 수 밖에 없고, 답은 결코 구할 수 없을 겁니다.

P.S.)
아직도 데모하는 대학생들에게 "공부도 안하는 데모꾼"이라며 혀를 차는 어른 분들이 있더군요. 씁쓸할 따름입니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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