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궐 -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정은궐

제목은 어색했다. 작가라고 자주 보던 작가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런 로맨스 소설엔 영 문외한이다보니, 그다지 보기 힘든 이름이었달까. 첫 책은 아니었다. 유명세는 크게 탔다.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소설. 덕분에 후속작인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도 같이 유명세를 탔다. 사람 심리라는게 시리즈물은 처음이 재밌으면 다 보고 싶으니까 그런 거겠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다 읽는 나도 그런 생각에 빠져있다.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이 너무너무 보고 싶어! 라는.

굳이 나누자면 남성을 위한 소설이라는 느낌은 짙지 않다. 그렇다, 애초에 3:1이라는 구도부터해서 전반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을 타겟팅한 소설이지 싶다. 아니, 로맨스라는 장르 자체가 그런 장르일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은 우리 학교 도서관에 꽂혀있던 책이고, 인기도 장난아니다. 사실 남학생이 보기에도 껄끄럽지 않다. 웃으면서 볼만하다. 보기 좀 거북한 장면이라면, 뒤에 여자인게 밝혀진 뒤에, 조금 야하게 가버린 부분이랄까. 아무래도 나느 글로서 그런 장면을 보는 것이 익숙치 않아서, 보는 내내 묘한 불편함에 시달렸다. 그런데서 불편함을 겪는 내가 더 변태인걸까? 그래도 뭐 계속 그런 상태였는걸.

등장하는 인물 4명은 모두 후덜덜..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외모야 관련된 묘사도 별로 없고 드라마도 안봤으니 별 상관은 없지만, 참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가득하다. 주인공은 김윤식(김윤희) 뿐만 아니라, 이선준, 문재신, 구용하 모두 너무너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그들이 서로 장난치는 모습에서는 부러울 정도다. 물론 빼어난 외모라는 그들의 외모도 외모지만, 나름의 개성으로 가득찬, 그렇지만 그 누구도 솔직해지지 못하는(용하는 좀 솔직해지는 것 같기도...ㅋㅋㅋ) 그런 인물들이다. 3자의 입장에선 그저 흐뭇하게 낄낄거리면서 볼만하다. 나도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요즘은 좀 더 진지한 책을 많이 읽고, 대입독서라고 이름붙일만한 독서도 해왔기 때문에, 책 자체에서 이런 매력을 느낀 책이 얼마만이냐 싶었다. 그렇다, 책이라고 하는건 그저 지식의 전달이라는 기능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 자체로서 쾌락을 추구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물론 <청춘의 독서>와 같은 책에서 쾌락이니 즐거움이니 하는걸 못느끼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 이 책과는 그 종류가 다르다. 이에 대해선 따로 글을 준비하고 싶지만, 나는 판타지니 뭐니 하는 책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순수문학만을 우수한 것으로 치고, 나머지를 열등한 문학으로 취급하면서 그것을 쓰는 작가, 그 책 자체, 그 책을 내주고 있는 출판사, 그것을 읽는 사람을 상식이 없다느니 교양이 없다느니 하면서 매도하는 것은 과연 얼마나 교양이 있는 일인걸까.

아무래도 학교에서 자주 당하게 되는 판타지 소설에 대한 제지 같은 것은, 나는 본질적으로 반대한다. 책이라는건 우선 재밌어야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더라도. <청춘의 독서>나 <이기적 유전자>같은 좋은 예도 있다. 그만큼이나 책이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판타지나 로맨스 같은 쾌락을 추구하는 대중 소설이 아닐까. 순수 문학에서 가져온 문학성이라는 잣대를 가져다 그런 책들을 평가하는 것이 옳은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것은 순수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오만과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순수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물론 본질적으로 그런 소비적은 대중 소설의 질적 저하는 심각한 문제다. 이건 비단 그런 책을 읽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 모두가 걱정해야할 일이 아닐까 싶기도.

책의 내용 자체는 그저 단순하다. 요즘 넘쳐흐르는 남장물 그 자체다. 여느 남장물과 마찬가지로 여자인걸 들키면 어쩌나하는 윤희와 그걸 전혀 모르고 있는 세 남자 간의 이야기다. 그들 사이에서 남녀의 정과 남자의 의리 모두를 함께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이야기는 읽을 수록 빠져든다. 답이 없다. 그냥 즐기면서 읽을 수 밖에 없다. 그걸로 좋지 않은가(다만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갑자기 야해지는 부분은 조금 거북했다..ㅠㅠ).

그들의 사랑은 애절하고 우정은 진하다. 애정과 우정은 물론이고 본능과 이성 간의 다툼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뽑자면 역시 재신이 아닐까. 거친 그가 자신의 진심을 밝히지 못하고, 그렇지만 자기도 모르게 자꾸 잘 대해주고 마는 윤희에 대해 그의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이란 도대체. 사실 윤희와 선준도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지만 그만큼이나 재신과 용하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그들보다도 더.

동시에, 확실히 고증 면에서는 어느 정도 문제는 있겠지만, 꽤나 열심히 준비한 소설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반촌이니 뭐니 하는 것이. 이런 곳에서 조금은 잘못되더라도 배우다보면, 나중에 진짜 자료를 찾아보고, 그러면서 다시 되잡고, 그렇게 기억된 지식은 다른 지식보다 훨씬 오래간다.

왠지 멀기만 했던 '성균관'이라는 이름이 이제는 괜히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어쨌든 괜히 성균관 스캔들이 보고 싶네. 그렇지만 보든 어쩌든 그건 고3이 끝난 뒤의 야이기. 이제 수능 D-361일임!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이미지 맵

    서평/소설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