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 g@me: 게임의 이름은 유괴

g@me: 게임의 이름은 유괴
青春のデスマス(청춘의 데스마스크) / ゲ-ムの名は誘拐(게임의 이름은 유괴)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추리부('g@me: 두뇌싸움? 아니, 농락당했다' 부분)에 스포일러가 가득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라고 하면 아무래도 많이 들어본 작가이지만 역시나 읽어본 책은 1권밖에 없는 작가였다(은근히 일본 작가쪽으로 가면 그런 작가가 많다;). 전에 읽어봤던 용의자 X의 헌신도 괜찮았는데(이건 영화를 먼저 봤다), 이 작가가 쓴 다른 소설은 뭐가 있나.. 하고 있다가 조용히 잊혀졌다(;;).그러다 교실 뒤에서 나뒹구는 -_-; 책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g@me: 게임의 이름은 유괴. 지금은 책의 표지가 위와 같이 바뀌었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청춘의 데스마스크」라는 연재 당시의 제목과 어울리는 느낌의 제목이 되었다. 물론 일본에서도 청춘의 데스마스크가 아닌 「게임의 이름은 유괴」로 출판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제목이 어울릴까. 마스크도 유괴도 모두 이 이야기의 핵심.

추리소설인듯 아닌듯 전개되는 추리소설

요즘 추리소설의 경향인지, 아니면 단지 일본 추리소설의 경향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접하는 일본 추리소설들은 하나같이 추리소설이라는 느낌보다 추리라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로 느껴진다. 뭐가 차이냐고 하면, 내용의 전개를 사건 발생 - 추리 - 해결로 연결하는게 아니라, 추리 자체를 뒷전으로 밀어두거나, 추리소설이라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이 소설의 경우였다) 스타일이 많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도, 이제 겨우 2권이긴 하지만 그런 경향을 느낄 수 있었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서도 그랬다. 물론 「용의자 X의 헌신」에서는 범인(이라기 보단 조력자)과 탐정(해결자) 사이의 두뇌 싸움을 메인으로 다루고 있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그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새로운 주제에 접근했다. 천재 수학자의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추리 과정보다는 그 내용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또, 이 「게임의 이름은 유괴」라는 작품도 그렇고 「용의자 X의 헌신」도 그렇고 추리과정보다는 범행의 과정이나 그 은폐의 과정을 내용 전개의 중심으로 삼고 있다.

청춘의 데스마스크: 순스케, 천의 가면을 쓰다

순스케(슌스케를 이렇게 표기한 걸까? 발음하기 좀 거슬린다)가 개발하고 있던 게임의 이름이기도 했던 이 제목은 추리소설이라는 요소를 빼고 본다면 이 책의 진짜 주제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자신의 표정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있다라는 말은 이제는 식상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그 이야기를 유괴라는 추리적인 요소와 묶어냄으로써 그 내용을 더 확실하게 전달하는데 성공했다(그것이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말이다).

어느나라에서나 그러한 가면은 문제다. 개인에겐 부담이 되고 그렇게 부담이 된 가면은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개인주의 경향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고,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그것으로인해 인터넷에서 지나치게 가면을 벗은 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 소설은 그 가면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다루고 있다. 어떨까, 추리소설에나 어울리는 <유괴>와 성장소설에서나 나올법한 <가면>의 만남. 그 알 수 없는 조합에서 나오는 알 수 없는 조화는 무엇일까.

g@me: 두뇌싸움? 아니, 농락당했다

소설의 종반부 앞부분까지는 두뇌싸움의 분위기였다. 말 그대로 게임이었다. 거짓유괴, 그것도 가면처럼 진부하다고 할 정도로 추리소설이나 영화 따위에서 오랫동안 다뤄져 온 소재였고(아마 내 개인적인 첫 만남은 코난에서가 아니었을까...-_-ㅋ) 참신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나로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은근 예상하고 계셨던 분들이 많았던 듯;). 사실 사건의 마무리를 그런식으로 해버리면 결국 순스케가 잡히게 될텐데, 그럼 그 뒷처리는 어쩌지 등등... 전형적인 추리소설인척+연애소설인척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의 진행방향이 급선회를 해버리면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갑자기 후반부에서 "미안해 사실은 내가 동생이야"라니.

사실 트릭이랄 것도 없지만, 어쨌든 그 트릭과 전개과정을 듣고 나서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종류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그저 언니 쪽인줄 알았더니 동생이었네, 그리고 아빠가 그걸 도와주고 있었네 정도인 것이다. 사실 내가 예상했던 트릭은 사실 그 게시판에 올리고 있는 사람이 아빠 측이 아니라거나... 하는 것이었거든. 말 그대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 -_-;; 결국 결론은 슌스케가 농락하는 입장에서 농락당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는 것. 둘이 러브라인 비슷하게 그려지는 과정에서는 저런 사랑도 멋지겠다하는 생각이었는데, 결론이 그렇게 맺어져버리니 나로서는 멍~

어쨌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제 경찰에게 체포당할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슌스케가 불쌍... -_-;;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추리소설이 아닌듯한 추리소설, 그런 소설은 나도 굉장히 좋아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더 빠져서 읽었던 것 같다. 요즘따라 생각치않게 추리소설을 자주 접하는데... 어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추리소설을 싫어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열광하면서 보는 것도 아닌데 요즘 보는 작품들은(대체로 일본 작품이긴 하지만) 꽤 재밌는 것 같다. 추리소설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하나의 소설으로서도. :)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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