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 - 밤의 피크닉

표제: 밤의 피크닉 (원제: 夜のピクニック)
저자: 온다 리쿠 / 옮김: 권난희
출판사: 북폴리오

단 하루의 풍류 - 밤의 피크닉

밤의 피크닉. 우선 솔직히 말해놓고 가자, 책은 라인슬링님 리뷰에서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 읽기 시작했다. 사실 와타야 리사의 팬(이라고 해봤자 전체 저서가 3권밖에 안되시긴 하지만)이 된지도 얼마 안되서 새로운 작가의 팬이 되어버리는 과정이 참으로 단순하기도 해서 -_- 신비로운 느낌을 받았다. 밤의 피크닉이란 소설은.. 뭐랄까 그런 알 수 없는 것이 있는 것이다. XD

매력적인 이야기, 보행제, 그리고 歩く会
우선 밤의 피크닉에서 나오는 보행제라고 하는 것은 아주 신비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1년에 한번씩 정례행사로 그냥 걷는 대회.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대회일까, 싶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보행제의 베이스는 저자 온다 리쿠의 모교에서 치루어지는 행사 "歩く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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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엔 10월 10일에 치뤄졌다. 계획상으로는 11일까지 치뤄질 예정이었다.

저자의 모교인 미토일고(이바라키현립 미토 제일고등학교)에서 매년 치뤄지는 행사로, 3가지 코스가 있어 입학하여 3년을 수료하면 3가지 코스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던가 하는 면이 아주 닮았다. 실제로 미토일고에서는 70km를 걷게 되어있고, 밤의 피크닉에 나오는 보행제는 80km를 걷는다던가 하는 아주 사소한 차이점만이 존재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시행되긴 하였으나, 70km를 걸어야하는 풀코스가 아니었다. 우리나라를, 세계를, 그리고 일본을 덮친 신종 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코스는 단축되어, 2일간이 아닌 10월 10일 토요일 하루로 끝마쳤다. 과련되어 사진 등은 공식 사이트 참고

내 어린 기억, 행군대회
물론 책을 읽을 때는 이런 것까지는 몰랐고, 생각난건 어릴 때(초등학교 4학년? 또는 5학년? 어쨌든 그 즈음으로 기억한다) 참여했던 행군대회였다. 물론 우리 학교가 엄청난 명문이라거나 아니면 지역의 명물인 행사라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고 당연히 학교단위 참가도 아니었다. 당시에 참여했던 것은 검도관에서였다. 내가 어릴 때 2년 하고 조금 더 다녔던 해동검도에서 이런 행사를 준비했던 것이다. 보행제가 50분 걷고 10분 쉬는 스케줄에 80km라는 거리인데다 뛰어야하는 코스까지 있는 것에 비해서 행군대회는 40분 걷고 20분 쉬는 스케줄에 거리는 35km 정도 되었던 것 같고 100% 걷는 코스로 구성되어있었다. 그렇지만 초등학생이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강행군이었던 것은 확실했던 듯. 실제로 참가하고 나서 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밤은 어두웠고, 나중에는 그냥 의식없이 뇌의 반쪽은 재우고 반쪽은 걷는 돌고래같은 전법(이라고 해봤자 실제로 그런건 아니고)을 구사했었다.

낭만적인 이야길까, 아닐까?
그런 추억도 생각나고 하면서, 어쩌면 아주 은은한 소설이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그런 소설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고. 그런데 작품은 그런 방향은 아니었던 듯.

어째선지,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요즘 고른 책들이 대부분 성장소설이곤 한다. 밤의 피크닉도 분류해보자면 성장소설과 청춘소설 쪽으로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이야기는, 도오루와 다카코의 복잡한 이야기로 연결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머리가 아픈 이야기들인 것은 아니었으나 분명 읽는 사람을 빠져들게하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매우 재밌었다. 아니, 뭐라고 해야할까. 재밌다고 평가해버리기엔 조금 잔인한 면이 있겠으나.

두 사람의 관계를 한 단어로 정의해보자면 이복남매. 물론 재혼이라거나 하는 조금 더 합법적이랄까 정당한 것이 아니고, 도오루의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서 낳은 자식이 바로 다카코. 그리고, 도오루는 온몸에서 다카코에 대한 증오를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죽고 난 장례식장에서, 다카코를 처음 봤을 때부터. 그것이 진실된 감정인지 아닌지, 그것은 도오루조차 장담하지 못하지만.

그렇지만 그런 둘이, 보행제를 통해서 여러가지 사건을 겪어가면서(여기에 관한건- 따로 적지 않도록 하자. ㅋㅋ) 조금씩 가까워져가고, 도오루쪽에선 다가오는 다카코에 대한 당황, 그리고 다카코 모녀에 대해서 느꼈던 부러움에 대한 회상,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된 분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고, 다카코는 도오루의 증오에 대한 공포감, 알 수 없는 미안함으로 고민하다가 결국 말문을 트게 된다(;;)는 이야기다.

심리묘사가 아주 치밀하다. 긴장감 느낄 것 없는 스토리에서 극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배경에 대한 묘사 역시 일품이다. 과연, 노스탤지아의 마술사(ノスタルジアの魔術師)라는 별명이 붙어 있을 정도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풍경을 잘 묘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더니, 대단하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이어붙여나간다.

 그래도 바다로 눈을 돌리면 아직도 낮의 영역이다. 파도에는 아직 오렌지빛 테두리가 흔딜리고 있고, 하늘도 밝다.
낮은 바다의 세계이고, 밤은 육지의 세계다.
도오루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들은 그야말로 그 경계선에 앉아 있다.
낮과 밤뿐만이 아니라, 지금은 여러 가지 것의 경계선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른과 아이, 일상과 비일상, 현실과 허구, 보행제는 그런 경계선 위를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걸어가는 행사다. 여기에서 떨어지면 냉혹한 현실의 세계로 돌아갈 뿐. 고교생이라는 허구의, 최후의 판타지를 무사히 연기해 낼지 어떨지는 오늘밤에 정해진다.

온다리쿠 - <밤의 피크닉> P.98, 99


읽고 나서 처음으로 든 생각은 이거였다. 이건 낭만적인 이야기일까, 아닐까. 서로에 대해 그렇게 멀리 있던 사람들이 한 행사를 통해 가까워진다는 이야기는, 그동안 멀어져있던 과정에서 잔인함이 엿보이고, 그러면서도 가까워져가는 이들을 보면서 알 수 없는 설렘을 우리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다카코의 모습을 보면 가엾기까지 하다.

 어느샌가 국도에서 들려오는 차 소리가 커져 있다. 분주한 일상이,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 뒀던 현실이 바로 저기까지 다가와 있다.
그것을 깨달은 다카코는 자신이 동요하고 있음을 알았다.
혹시 지금뿐인 것은 아닐까? 이렇게 도오루가 솔직히 자신과 이야기해 주는 것도, 보행제라는 평소와 달리 들뜬 세계가 만들어준 마법이 아닐까? 어쩌면 내일이 되면 다시 그 차가운 시선으로 돌아 오는 것이 아닐까?
그런 근거 없는 불안감이 솟구쳐 올라온다.
붙들어두고 싶다, 이 시간을. 이대로 계속.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카코는 그걸 바라고 있었다.

온다리쿠 - <밤의 피크닉> P. 344
글쎄, 어떨까. 나 역시도, 그건 확신할 수 없다. 그들의 이야기는 분명 안타까웠고, 힘들었고, 불쌍하기까지 했었지만, 그것은 낭만적인 이야기일까. 실제로 생각해보면 낭만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렇다면 이 가슴속에 느껴지는 따뜻한 것은 무엇일까. 다 읽고 나서까지, 깊은 여운을 남겼던 책. 왠지, 나도 온다 리쿠에 빠져들 것 같다.

참고 자료 목록(괄호 안은 해당 자료의 언어입니다)
표기법: 사이트명(언어) - 자료명, 언어는
위키피디아(JA) - 온다 리쿠
위키피디아(JA) - 이바라키현립 미토 제일고등학교
위키피디아(JA) - 밤의 피크닉
재팬라이프 인물(KO) - 온다 리쿠
이바라키현립미토제일고등학교(이하 '미토일고') 홈페이지(茨城県立水戸第一高等学校)(JA) - 학교행사(学校行事)
미토일고 홈페이지(JA) - 평성(헤세이) 21년도 제61회 歩く会 (平成 21年度 第 61回歩く会)

관련서적/ 도서실의 바다(온다 리쿠 단편집) 中 '피크닉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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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 10점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북폴리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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