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신촌] 구복(口福) : 대학가의 저렴한 맛을 넘다 ★★★★

요즘의 대학로란 참 신기해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곳에서 종잡을 수 없는 음식을 만난다. 이곳, 구복도 그런 곳이었다. 이런 곳에 샤오롱바오를 파는 가게가, 그것도 이렇게 제대로 된 가게가, 그것도 현지인 분께서 영업하시는 가게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나름 신선한 등장이었다. 나와 함께 갔던 혀니는 이미 이 곳의 위치를 알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나는 전혀 몰랐다. 그렇다고 해서 신촌 깊은 곳도 아니다. 그저 생각보다 서강대 사람들은 신촌으로 나가는 비중이 작고, 개중에도 나는 신촌을 즐겨 나가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주변에서는 꽤 맛집으로 알려진건지, 사실 이번에 가기 전에 한 번 들렀다가 시간에 쫓겨 먹지도 못하고 나온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아예 늦은 시간에 갔는데, 그 때 만큼 열성적인건 아니었는지, 저번에는 새우 샤오롱바오는 다 떨어지고 없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모든 메뉴를 주문할 수 있었다. 우리가 마지막 손님, 소위 '라스트 오더'였는데, 대충 8시 언저리면 슬슬 영업을 마무리하시는 분위기였다.


혀니와 나는 그냥 샤오롱바오 하나와 우육면을 시켰다. 사실 샤오롱바오라고 하면 홍콩이나 대만 여행 때 먹어봤을텐데 - 홍콩에서는 무엇이 샤오롱바오였는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고, 대만에 한정한다면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들어와있는 '딘타이펑'에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아마 우육면도 먹었던 것 같은데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샤오롱 바오는 사진으로 뭔가 허전해보이는데, 오늘도 음식에 눈이 멀어 정신없이 하나씩 먹고 나서 아, 맞다 사진! 하고 찍은 것이라 그렇다. 저것보다 +2만큼이 나온다고 보면 된다. 대개 이런 류가 여느 가게나 그러하듯이 2명이서 하나는 아쉽다. 그냥 샤오롱바오는 6,500원인데 인당 하나 정도는 먹어줘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그만큼 식비가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샤오롱바오의 속은 고기를 잘 뭉쳐놓았는데, 원래(다른 곳의) 어떤 맛이었는지 역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꽤 독특했다. 어쨌거나 한국에서 흔히 생각하는 '시장만두'에 비하면 속이 탄탄하고 비중이 높다. 만두피를 살짝 뜯어내 들이키는 육수의 맛도 훌륭하다.


우육면은 생각보다 양이 많고, 고기가 맛있다. 고기는 아주 부드럽지도 아주 질기지도 않고, 국물은 적당히 칼칼하고 면은 꽤나 부드럽다. 내가 우육면이 어때야 맛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꽤 괜찮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가격도 나쁘지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다. 대개 이런 '제대로 된 중화음식'은 한국에서 먹으려면 꽤 비싼 돈을 치러야하는데 이곳은 그런 부담이 훨씬 덜하다. 재료 간의 균형이 잘 맞아떨어진다. 이런 균형은 '아슬아슬함'에 달해있는데, 그 아슬아슬함이란 곧 먹는 사람에게 '반 그릇 정도만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우육면 하나와 샤오롱바오 한 접시로 두 명이서 밥을 꽤 괜찮게 먹었으니 결코 음식의 양이 적은 것은 아니겠지만, 딱 2% 부족한 것 같은 아쉬움을 남긴다.


가게는 꽤 황량하다. 나름 장식이 되어있지만 조명도 아주 밝지 않고 가게의 분위기도 화사한 것보다는 아담하고 심플한 분위기다. 또 그런 분위기가 아주 싫지는 않다. 나름 아기자기한 것이 매력있다. 조명은 조금 더 밝은 것을 사용해도 좋을 것 같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2%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구복'만의 느낌을 만들어내는것 같기도 하다. 묘하게 의사소통이 되는듯 안되는듯 하는, 그러나 친절하신 사장님의 웃음도 그러한 요소 중 하나다. 아주 즐겁지는 않지만 왠지 홍콩에 있었더라면 '현지인이 즐겨찾는'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을 것 같은, 과하지 않은(또는 역설적이지만 과하게 소박한) 인테리어와 과하지 않은 친절과 과하지 않은 맛이 있는 곳이다. 그런 과하지 않음이 곧 즐거움으로 돌아오는 가게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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