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자와 호노부, 쿠드랴프카의 차례

 

1.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의 3권에 해당하는 '쿠드랴프카의 차례'입니다. 드디어, 3권에 이르러서야 1권에서부터 미뤄오던 간야제가 펼쳐지는데, 중심이 되는 사건이 있긴 있지만 전반적으로 축제의 시끌벅적함, 즐거움을 간접적으로 즐길 수 있는 편이에요.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바라의 실수로(사실은 이바라의 실수는 아니고 제본소의 실수로... 근데 제본소가 실수한건 제본소가 처리해야되는거 아닌가...) 계획량보다 엄청나게 뽑아져나온 고전부 문집 '빙과'를 팔아치우는 이야깁니다. 그리고 그것과 별개인듯 아닌듯 동시에 학교 축제에서 일어나는 '괴도 십문자(十文字)' 사건을 그리고 있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 메인이냐고 하면... 제목인 쿠드랴프카의 차례, 가 괴도 십문자의 사건과 직결되는 이야기이니만큼 역시 빙과 보다는 괴도 십문자 사건 쪽이겠습니다. 빙과 사건은 일종의 위장선발? 같은 느낌.

 

2.

   그래서 쿠드랴프카가 뭐인가, 하니.

 

 

   흔히 라이카(Лайка)라고 알려진, 최초로 지구 궤도에 진입한 생명체이자 개입니다. 이 녀석의 이름이 바로 쿠드랴프카(Кудрявка)였다고 합니다. 소설 속에서 쿠드랴프카의 차례가 의미하는 것은 이 개의 어떠한 역할과 직결되기 보다는 저번 문화제 때 '저녁에는 송장이'라는 작품을 함께했던 학생회장, 쿠가야마 무네요시와 총무위원장 타나베 지로, 안죠 하루나가 이번 문화제 때 내기로 했던 동인지의 제목입니다. 십문자란 말 그대로 10개의 문자로, 우리나라로 치면 가나다 순이 되는 일본어의 50음도 순서대로 물건을 훔치되 '쿠(ク)'를 빼고 훔쳐서 '쿠드랴프카의 차례는 이미 잃어버렸다'라는 것을 어필하고자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3.

   솔직히 이런 트릭을 생각해낼 수 있다니. 그것도 일상 속에서 말이죠. 항상 고전부 시리즈는 이런 사소한 즐거움이 있는 작품입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신통방통하기도 하고.. 의외로 우리 일상이란건 이런저런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사정으로 둘러싸여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추리판을 찾아 나설 필요가 없다, 우리 일상 자체가 추리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하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설레는 것은 그저 기분탓일까요.

 

4.

   맨날 축제에 대한 동경 이야기만 하니 질리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학생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합시다. 이번 축제 에피소드에서는 축제의 주체가 되는 학생회가 전면에 많이 드러납니다. 물론 개중 으뜸은 주인공, 이라고 분류할 수 있을 사토시가 속해있는 총무위원회이지만(이번 사건 자체도 총무위원회와 직결되는 셈이고), 축제를 위해 열심히 뛰는 학생회, 학교의 구성 단위라는 느낌은 신선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왜냐면, 솔직히 말하건대 학교를 다니면서 학생회에 대해서 좋게 생각해본 기억이 많지는 않거든요. 오히려 학생회에 대한 이미지는 학교를 다닐 때보다 휴학하고 난 지금이 훨씬 더 좋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금이나 그때나 저는 여전히 학교의 주류라고는 할 수 없고, 사실은 끝도 갓도 없이 아싸에 분류되기 쉬운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정치판이나 이런걸 좋아해서 잠깐 단과대 집행부에서 활동하기도 했고(사실 그 때의 기억이 학생회 전반에 대해 더 나쁜 이미지를 만든 것도 있습니다) 항상 관심도 가지고 있었는데 의외로 정을 주기 어려운 집단이었습니다. 제가 잠깐 몸을 담그고 잇었던 단과대 학생회에서는 국장과 학생회장이 대판 싸우는 일도 있었고, 뭔가 표면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잡음이 끊이질 않았었습니다. 물론 그런 잡음보다도 저처럼 과 행사에 얼굴도 잘 비추지 않는 사람이 과에는 더 큰 문제였던 것 같았고, 그 점은 학생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박차를 가했던 것 같습니다. 아,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 행사에 얼굴조차 비추지 않았던 데에는 변함이 없고 조금은 반성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휴학하고 나서 학생회에 대한 이미지가 더 좋아졌습니다. 일단 학교 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보니 우리 단과대 학생회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총학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나쁘지 않거든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텐데 두 가지 정도를 꼽자면 일단 전반적으로 시작부터 삐그덕댔던 전년도 총학에 비해 지금 총학은 훨씬 낫고, 저 자신도 조금의 성숙을 한 터인지 학생회가 움직이는 일에 표면 뿐만이 아니라 속 까지도 어느 정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점이 있겠죠. 그리고 지금은, 제 역량이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한 번쯤 학생회에서 한 번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라면 여전히 학생회, 보다는 동아리 쪽에 가까운 사람이니 동아리연합회 집행부원이라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군생활의 장점은, 뭔가 할 에너지를 잔뜩 쌓아놓게 된다는 거에요. 에너지라기 보다는 의지? 조금 정정해보자면, 에너지가 넘치는 건 분명히 아닌 것 같네요. 에너지라기 보다는 역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시작하면 금방 지쳐버리기는 하니까.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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