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자와 호노부,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1.

   요네자와 호노부의 연작, <고전부 시리즈>의 2권. 서평은 이 녀석을 먼저 씁니다만, 사실 먼저 읽기로는 이 녀석보다 3권 격인  '쿠드랴프카의 차례'를 먼저 읽었습니다. 일단 잘 모르고 읽은 제 잘못도 있겠으나, 겉표지(띠지)를 벗기고 난 책에는 아무런 곳에도(띠지 어딘가에는 권수 표시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권 표시가 없어서 전혀 모르고 읽었습니다. 그러나, 물론 읽다보면 어, 이게 아닌가봐..하는 느낌이 들긴 들지만, 2권 자체가 결정적인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라 3권을 먼저 읽고 2권을 읽었음에도 큰 어색함은 없었습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을 미리 보기도 했으니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이제는 내용도 가물가물하니.. 아마 순서는 큰 상관이 없지 싶습니다. 물론 아직 서평은 쓰지 않았지만 이미 읽은 4권은 아예 시간순서와는 큰 연관성이 없다고 볼 수도 있으니, 뒷 권도 마찬가지이지 싶습니다. 다만 5권인 '두 사람의 거리 추정'은 아예 학년을 하나씩 올라간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정말로 장정은 굉장히 훌륭한데, 권수 표시 정도는 역시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미를 위해 실용성을 조금 내준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2.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서 바보는 타로카드의 한 장인 'The Fool'을 뜻하고, 엔드 크레디트는 흔히 말하는 영화 크레딧(Credit)을 의미합니다.

 

 

By CottonValent, @Deviant Art, CC BY 3.0

 

   자, 이런 영화 관련 키워드가 나오는 것에서 쉽게 추측할 수 있듯이, 이번 이야기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영화, 또 하나는 타로입니다. 물론 타로라는 건 주인공들의 상대적인 위치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니 진짜 핵심적인 소재라고 부를만한 건 영화입니다. 그럼 도대체 무슨 이야기냐하면, 앞으로도 심심하면 한 번씩 나와서 우리의 주인공들 앞에 서게 될 이리스 선배, 의 반이 '간야제'를 맞아 촬영한 영화 필름의 뒤를 쫓는 이야기입니다.

 

2.

   고전부 시리즈라고 하지만 이 녀석은 물론 3권인 쿠드랴프카의 차례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는 모두 간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고전부 시리즈가 아니라 간야제 시리즈라고 해도 믿을것 같은 구성을 자랑합니다. 역시 그런 의미에서 빙과에서처럼 "축제에 대한 내 동경"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일본의 저런 문화는 부러운 일입니다(물론 그렇다고해서 5일간 벌어지는 축제라는게 일본에서 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니 굉장히 드물 것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요즘 학원에서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자주 느끼는건데, 제 고등학교 생활은 참 삭막했던 것 같다.. 싶습니다. 그때는 그저 불안해서 공부를 했고, 그럼에도 재수를 했고, 온전히 공부만 하는 생활을 1년 더 했습니다. 거기에는 후회가 없지만, 고등학교 때, 학창 시절에 무언가 꼭 했어야했던 걸 하지 않고 넘어와버린 것은 아닌가하는 작은 걱정도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생활은, 지금의 20대는 잘 보내야겠다, 공부도 하고 할 것도 다 해야겠다 생각은 하는데 쉽지만은 않네요.

 

   그러고보니 대학교 다닐 때는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에 대한 로망이 많았던 기억도 납니다. 동아리에 방송부를 뛰다가 지금은 다큐도 찍고 여러가지를 하던 누나도 있었고, 사진이야 항상 그랬고. 그렇다고 해서 제가 뭐랄까 그런 쪽을 해보려고 노력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요.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무언가 하나에 빠져서 그 파트를 열심히 파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 비슷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

   어쨌든 이 녀석의 본질도 추리물은 추리물이고, 이번에는 '영화 촬영'이라는 이유로 살인사건을 핵심으로 끌고 들어왔습니다. 결론은 "범인은 누구냐, 트릭은 뭐냐"이니 결국 일반적인 추리물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것보다 이번 작품은 요네자와 호노부 자기 자신의 추리물(추리영화나 추리소설)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낸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4권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한 '성공한 덕후'란 이런 모습이 아닐지. 그런 의미에서 저도 그런 성공한 덕후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이런 문화적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걸 다른 그 누구보다 제가 더 잘 알기 때문에 별로 비전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4.

   이 녀석도 미디어믹스의 위대함, 또는 미디어믹스의 영향력을 생각해보게 하는데, 아무리 진지하게 읽고 있더라도 애니메이션의 장면이 드문 드문 장면과 겹쳐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요즘들어 책보다는 가만히 멍 때리고 있어도 되는 영상물들을 보는 비중이 커지다보니 자주 이런 느낌에 빠져들곤하는데, 조금 아쉬운 감이 드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뭐랄까, 한 작품을 읽고 즐기는데 있어서 항상 우선은 원작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줄글을 좋아하지만 역시 원작이 영상물이나 만화책이라면 그 쪽을 먼저봐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고전부 시리즈의 미디어믹스 중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빙과>.

 

   그러고보니 애니메이션 안 본지도 꽤 오래 된 것 같네요. 뭐랄까 요즘은 땡기지도 않고, 괜히 마음만 바쁘고. 뭔가 스스로에게 여유가 나지 않는 요즘인 것 같습니다. 이 역시 아쉽게도, 말이죠.

 

 


 

CC BY 3.0의 사용자 규약에 따라, 위의 타로카드 이미지의 링크를 게재합니다:

http://cottonvalent.deviantart.com/art/Tarot-card-The-Fool-323813990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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