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양적 증가의 양과 음

얼마전, 저희 학교와 관련하여 겉으로는 해당 해명글, 안으로는 사실 기자에 대한 맹렬한 비판이 담겨있었던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제가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은 전남 CBS 노컷뉴스의 이상환 기자였고, 주로 비판한 것은 사생활 보호를 주장할거면 너부터 지켜줘라였습니다. 이 기자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얼마전 효천고 관련 기사가 올라왔는데, 역시 학교 사진을 동봉했으며, 학교 이름과 교감선생님의 이름을 그대로 밝혔습니다. 한 번 꼴통 기자는 영원한 꼴통 기자인가봅니다. 설마, 그걸 국민의 '알권리'라는 범주에 포함시키시려고 하시는건 아니겠죠? 이 정도면 기자가 학교에 타고난 복수심이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특히 종교를 표방하는 신문이 그러면 안되겠죠. 역시 종교계 신문은 경향만 하더라도,

이런 멋진 윤리강령을 제공하고 있는걸요.

그렇다면 도대체 올바른 기자로서의 자세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리는 일상 속에서 너무나도 많은 기사를 접하곤 합니다. 그러한 기사는 대부분 단순한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기자의 의견을 거리낌없이 전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보도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합니다. 단순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그래서야 기자라는 직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없습니다. 기자는 적정 선상에서 자신의 주관적 해석을 덧붙임으로서 사람들에게 해당 사건을 조금 더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야합니다. 그것은 또다른 의미에서의 '가치 중립적인' 기사를 쓰는 방법일 것입니다.

물론 제가 기자를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자에 관한 뜻을 품어본 적도 없지요. 다만 기자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건 아마 제가 초등학교 이후로 항상 가져왔던, (좋은 의미에서) 글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 비슷한 것이겠죠. 지금에 와서 살펴보니 기자라는 직업의 핵심은 기사를 쓰는 것보다는 취재하는 것에 있지만, 그 때는 그저 기자=글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보니 중학교 때부터 기자들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딱 광우병 파동이 불었던.. 아마도 3학년 즈음일까요?), 조중동이니 뭐니하는 말들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때 이후로 좋아하는 신문은 한겨레나 경향, 그닥 좋아하지 않는 신문은 (인터넷 신문을 제외하고) 조선, 중앙, 동아-라는 이미지가 심어져있는데, 아무래도 신문사의 기사에 대한 기호가 결정되다보니 기자들의 기사 쓰는 행태를 상당히 비판적으로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때는, 모든 기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기사를 썼으며, 사실을 왜곡하더라도 어느 정도 한계 선상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기자라는 직함을 내걸 수 있는, 그러한 양심의 한계인 것이겠죠. 그러나 인터넷 신문이 증가하면서 그런 최소한의 한계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 근본에는 기자의 양적 증가에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대체로 조중동같은 대형 신문사 기자의 수당은 상당히 쎈 편이고, 그들은 완전한 기득권층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다보니 자기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을 겁니다. 경향이나 한겨레처럼 운영 수익이 많지 않은(적자이기도 한-_-;) 신문사들이 기자에게 얼마나 수당을 챙겨주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겨레처럼 그들의 이념을 위해 뛰쳐나온 사람들(지금이라면 시사in처럼)은 또 그러한 기억에 연유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결국, 그 당시의 기자들에게는 상식이라는게 있었고, '기사'라는 양식을 소위 말하는 '찌라시'와 동급으로 만드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을 겁니다.

물론 그 때도 선정성과 흥미 위주로 내용을 구성하던 수많은 스포츠 신문이 있었지만, 인터넷 신문 이후, 여러분은 혹시 지금 그 신문들에 만족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자의 양적 증가에서 더 나아가 시민 모두에게 기자로의 길을 터준 '오마이뉴스', 그리고 각자가 1인 미디어인 이상 원하기만 하면 1인 언론 형태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블로그 서비스들에 기반하여 사실 '비전문(이자 비공식)기자'는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사실 이러한 기자 층의 확대는 정치가 모두에게 개방되었을 때와 비슷한 장점을 가집니다. 즉, 많은 의견을 담을 수 있다는 거지요. 앞서 말했듯 기사에는 그 기자, 나아가 그 기자가 속한 진영의 의견이 담겨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증가는 소수 독점 언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낸 셈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지면이라면 절대 실릴 수 없었을 기사들이 양산되는 환경도 마련되었습니다. 즉, 너무 지나치게 소수의 의견을 반영하고, 그게 반대로 나머지 사람들에게 심한 불쾌감을 줄 수 있는 경우(극우, 극좌 계열 매체)나 내용의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확대 재생산하는 기사들을 싣는 경우(CBS 노컷뉴스의 순천고 및 효천고 관련 기사), 심지어 기사가 아니라 포스트만도 못한걸 이름을 걸고 내보내는 경우(수많은 연예신문들)나 광고 매체나 마찬가지(Z모 IT전문지 등).. 등등 그 유형도 다양합니다. 이쯤 되면 언론의 증가와 그에 따른 기자의 양적 증가가 긍정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하는건 아닌가 합니다.

이번 CBS 노컷뉴스 이상환 기자의 기사를 보고 나니, 여러 생각이 듭니다. 기자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건을 왜곡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정말 깊게 명심하게 되었습니다. 기자 여러분들은 왜 사람들이 '기자=거짓말쟁이, 사기꾼, 선동꾼'이라는 등식을 가슴에 품고 사는지를 이해하실 필요가 있을 겁니다. 기사에 주관을 담을 수 있지만, 그것이 기사를 통해서 소설을 쓰라거나, 기자의 일기를 쓰라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겠습니까.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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