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정치판에서 진행되어야하는가?

한나라당의 '안풍' 막기가 애처로운 수준이다. 안풍의 확산, 곧 혁신 정치의 확산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다.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에게는 혁신이, 야권에는 통합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생각에는,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해결책이 하나 더 있는 모양이다. 바로 '안풍 봉쇄'다. 얼마전부터 한나라당의 야권 지지자에 대한 공세가 거세다(여기에 이제 여권이라고 불러서는 안될 강모 의원의 의견까지 더한다면 끝이 없다). 심지어 공지영 씨의 소설 도가니에 태클까지 거셨다. 뭔가 문제가 있다. 국민들이 원했던 것은 혁신이지 그 혁신의 뿌리를 짓밟는게 아니었다.

그러던 가운데 홍준표 대표의 주옥같은 한마디가 나왔다. "교수직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고 정치를 하려면 교수직을 버리고 정치판에 들어오"란다. 이게 어떤 의도에서 한 말이든간에 꽤나 위험하게 들리지 않을 수 없다. "정치판에 기웃거린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오호라, 홍준표 대표 꽤나 안철수 씨가 거슬렸나보다. 그러면서도 분명히 안철수씨에 대한 경계심은 묻어난다. 그 뒤에 이어진 말이 고로 정치판에 들어와라, 가 아니라 서울대 발전을 위해 힘써라, 였다. 그냥 정치판에 들어오지 말란 소리다.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끼리 알아서 해먹을테니 너희는 좀 끼어들지 마세요란다.

이는 곧 전업 정치인의 정치를 하겠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처럼, 이미 이 시대는 정치인들의 시대나 변호사들의 시대와 같은(이러한 표현은 우석훈 씨가 순천 인문학 강좌에서 사용했던 표현을 빌려쓴 것임을 밝힌다) 때가 아니다. 이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활동가(Activist)다. 안철수 씨를 과연 활동가라는 범주안에 넣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기성 정치인의 부류보다는 활동가에 가까울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정계 '외부 인사'가 정치판에 직접 뛰어들지 않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이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풀이하는게 옳다. 정치인만의 정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들의 활동이 차단되면, 정치는 전적으로 전업 정치인들만의 것이 된다.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우리끼리 할테니 끼어들지 마시오라는 말을 당당하게 내뱉었다는 사실이 당혹스럽기까지하다. 지금 정치인들이 보아야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들이 초점을 맞추어야하는건 어떻게 해야 안철수를 이용할 것인가(여권에서는 부정적으로, 야권에서는 긍정적으로..)가 아니라 국민들이 안철수라는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인가이다. 왜 국민들은 전문성이 보장된 많은 정치인들을 앞에 두고도 안철수라는 '정치 초보'에게 희망을 걸고 있으며, 상대방이 그 전문성 측면에서 심히 의문이 든다라던 박원순 씨에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시장직을 주었는가. 기성 정치인에 대한 혐오, 실증,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넘어서서 그동안 계속하여 누적되어온 실망의 결과다.

정말 제대로 된 혁신을 꿈꾼다면, 정치계는 안철수 씨를 이용해먹으려하거나 차단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를 포용하고, 나아가 외부의 정계에 대한 관심을 포용해야한다. 너, 그렇게 자꾸 떠들거면 정치인하지 왜 그러니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역으로 풀이하자면, 정치인 안할거면 자꾸 정치적인 행동하지 마, 라는 소리다. 이게 어디 민주주의인가. 그건 고대와 중세의 귀족관료층과 무지한 백성들과의 관계를 종용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않겠는가.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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