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고등학교 자퇴생과 노컷뉴스 - 노컷이면 다인가?

※본 글은 순천고등학교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3학년 재학생의 입장일 뿐임을 밝힙니다.


해당기사는 노컷뉴스에서 직접 검색해보시길 권합니다. 우선, 다시 한 번 밝히는 바, 본인은 순천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노컷뉴스가 소위 '주모군'을 가지고 계속해서 기사를 내고 있는데, 그 의도가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왜곡아닌 왜곡을 통해 진실을 호도하는 태도에 굉장한 분노를 느끼고, 다시 한 번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학교의 명예니 뭐니, 중요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제가 이 상황에서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과연 '주모군'과 노컷뉴스를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하는지, 편향된 기사 하나에 인터넷에서 엄청난 반응이 나오고 있고, 우리 학교가 안그래도 고3 수능 때문에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상황을 수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되어, 저라도 꼭 해명아닌 해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황의 판단은 다른 분들의 몫이건대, 다만 편향된 기사 만으로 상황을 판단하지 않고, 무엇이 진실인가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또 다른 의견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우선 전남 CBS 이상환 기자님께 조금 드리고 싶은 말씀. 귀찮으신 분, 거슬리시는 분은 이 단락을 통째로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기자님이 이걸 가지고 계속 기사를 쓰고 계신 것이 단순히 관심 끌기가 아닌지 본인이 스스롤 되돌아보기를 권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름을 특별히 강조해드린 건, 평상시에 다른 언론의 태도와 다르게 학교명과 심지어 교감선생님 성함까지 밝히는, 거기다 사진까지 한 장 첨부해주는 기자님의 그 센스에 탄복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밝힌 것이 문제이긴 합니다만, 어차피 밝힐 거라면 해당 학생의 이름은 가린 이유는 또 무엇입니까. 그가 상대적인 약자이기 때문에? 단순히 그런 이유인지요? 나아가 소명서에 학부모 이름을 밝혔다는걸 문제시한건 또 뭡니까. 교육청은 알아선 안되는 게 있고, 모든 국민은 다 알아야한다는 겁니까? 노컷뉴스라고 노컷이면 다인가요? 이게 이상환 기자님께서 가지신 보도 윤리의 한계인가요? 진심으로?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가지고 또 학교측에서 강경대응하면 언론의 자유를 탄압한다는 간드러지는 기사 하나 나올 것이라고 예상해봅니다.

저번 글에도 난잡하게나마 간단하게 이야기했습니다만, 후속 기사도 뜬 김에 그냥 정면 반박하는 형태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어제만 해도 저 역시 조심스러웠는데, 이젠 조심스럽고 뭐고 없군요. 이미 메인도 장식했는데. 저번 글과 중복되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이번 글로 갈무리해서 정리합니다. 참고로 이 글은 이상환 기자의 보도 태도, 주모군의 자퇴 그 자체에 대한 의견이 뒤섞여있음을 밝힙니다.

①학교는 사육장이라는 그의 표현은 옳았는가
어제도 제가 문제시했던 바인데, 학교가 사육장이라는 그의 표현이 과연 옳았는지, 저는 그게 가장 궁금합니다. 그가 의도했든 안했든, 학교가 아닌 사육장에 다녔다라는 표현은 자신 이외의 학생들 역시 같은 사육장에 몰아넣는 셈이 됩니다. 그의 동무라고 해야할 1학년생들까지도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는 상황이고, 3학년 사이에서도, 솔직히 말하면 미쳤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언제나 제 생각이지만, 정말로 본인이 학생운동(그리고 혹시 나아가 시민운동이라는 길을 생각한다면)을 표방하려면, 다른 학생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해야합니다. 그렇지 않고, 거의 막말 수준에 가까운 이 보도는, 개인적으로는 주모군의 학생에 대한 적개심과 복수심의 표출이라는 성격이 없지않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니라고요? 아니라면, 부디 앞으로는 말할 때 신중하게 생각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나, 정말 혹시나에서 하는 소리인데, 자기가 무슨 선각자인마냥, 학교를 때려치고 나온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 생각도 즉각 버리시길 바랍니다.

②두 번째 기사는 어떤 의도로 쓰여졌는가
첫 번째 기사는, 사육장이라는 표현을 어느정도 감안하더라도, 그의 퇴학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정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두 번째 기사는 학교를 공격하고자하는 의도가 다분했다고 생각됩니다. 소명서에 대해 불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진실된 기자라면 학교 측의 의견까지 제대로 고려했어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두 기사 모두의 공통사항입니다만, 학교 측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하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과연, 이렇게 사건이 부풀려지는군요, 라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싶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기사의 관점이 '지나치게' 편향되어있다는 점만으로도 두 번째 기사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③본질적으로, 정말로 성추행이었는가
맞는 표현이겠습니다만, 기사에의 '성추행'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딱딱하게 들리고, 정말로 무슨 큰 범죄라도 되는 것 같이 들려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우선, 사람들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기 마련입니다만, 기사에 언급되고 있는 행위 자체를 성추행이라고 낙인찍고 문제시할 정도로 큰 사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이 학교를 3년간 다녔고, 이 학교의 분위기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그 '장난'이 도를 지나치는 선까지 진행되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3학년 한정입니다만) 이 기사를 보고 다들 무의식적으로 욕을 내뱉었던 것은, 실상과는 미묘하게 다르게 표현되어버린 그 '성추행'이라는 표현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기사의 내용을 보니 '체벌'으로 이루어졌다고 표현되었는데, 솔직히 어떤 상황인지 잘 이해가 안갑니다. 우선 자율학습 시간에 악기 연주를 한 것은 도대체 무슨 상황이며, 성추행이라는 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진걸까요. 정말로 심각한 수준이었다면, 1학년 학생들이 주모군의 '사육장'이라는 반응에 그렇게 민감하게 싫은 내색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아마 체벌이라면 제가 위에서 계속 언급한 그 '장난'보다는 조금 더 수준이 강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체벌 그 자체를 목적으로, 무자비한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단편적으로 나온 기사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누구에게는 당연한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민감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처럼 그게 절대 소수일지라도 말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사건 자체는 (적어도 그러한 입장에서는) 학교 측의 잘못이 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행위 자체가 악의에 찬 것이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학생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받아들인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소명서 등에서 세심한 배려를 하지 못한 점 등은, 저 역시 제대로 된 진상은 알지 못하지만, 기사가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첫 기사에서 '장난삼아'로 표현된 것이 두 번째 기사에서 왜 '체벌로' 바뀐 건지도 궁금합니다. 장난삼아 만졌다와 체벌로 만졌다의 느낌은 하늘과 땅 차이인걸 알텐데요. 말바꾸기같은 느낌.. 뭐가 진실이든 간에, 기사의 진정성을 떨어트리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 아닐런지요.

④왜 이 기사는 편향되게 쓰여졌는가?
결국 사건을 너무 이슈화시키려는 방향에서 기사가 쓰여졌다고밖에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이 기사를 통해서 퇴학을 하는 주모군의 심정이나 우리 공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했다면, 우선 성추행을 이렇게 부각시켜서는 안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주모군과 그 학생의 부모님의 의견만을 담고, 학교나 그 반대 쪽 입장을 취하고 있는 사람의 의견은 (본래는 결코 그렇게 짧지 않았을) 해명 정도로 그쳐서도 안됬을 것입니다. CBS 노컷뉴스는 아닙니다만, 그간 순천고등학교 관련 기사가 날 때마다 빠지지 않았던 것이 학생 인터뷰였는데, 왜 정작 중요한 다른 학생과의 인터뷰는 철저하게 배제된 채 기사가 나가게 되었는 지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주모군)의 의견에 동의하는 학생이 많건 적건간에 그 학교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선생님 이상으로 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기사화했을텐데요. 물론 학교측의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보면 학생과의 인터뷰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제대로 전달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만.

⑤'다소 방식은 과격하고 거칠지 몰라도'라는 사실을 안다면,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될 것
우선 이 대목이 퇴학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기사화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후자라고 가정하고 쓰겠습니다. 그가 '작은 울림'이 되고 싶었다는, 즉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싶었다면, 단순히 퇴학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방식이 과격하고 거칠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 방식을 택해서는 안되는 겁니다. 과격한 방법은 타인의 주목을 끌고 그가 원하는 대로 '울림'을 줄지는 모르지만 결코 해결책을 제안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가 이번 사건을 어떤 식으로 끝마무리 짓게 될지는 모르지만, 어찌 되든 이 상황을 그의 성장의 디딤판으로 기억하였으면 좋겠습니다.

⑥NO CUT, 넘어선 안될 선을 넘다
그리고 서두에서 언급했듯, 이상환 기자는 순천고등학교의 교명을 그대로 밝혔을 뿐만 아니라, 두 번째 기사에서는 사진까지 첨부하였으며, 심지어 교감선생님의 성함까지 밝혔습니다. 지역 신문에서라고 해도 문제가 될 일을 전국 단위로 송출될 인터넷 신문에서 이렇게 책임감없이 다뤘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혹시 진실을 밝히기 위함이라고 변명하겠다면, 저는 같은 질문을 기자님께 반복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이 기사의 의도에 대해서 본인이 먼저 스스로 생각해보지 않겠느냐고 말입니다.

참, CBS 노컷뉴스 이름이 이래서 노컷인가 봅니다. 아니, 엄밀히는 노컷도 아닙니다. (자르고 싶은 건) 컷, (자르기 싫은 건) 노컷입니다. 저는 사실 학교에서의 사건이 '전남 순천 모 공립고등학교'라거나 '순천 S고등학교'같은 방식으로 전달되고 해명한 교사 역시 K모 부장, C모 교감, 뭐 이렇게 전달되는 것만 봐왔지, 이 기사처럼 뚜렷하게 이름을 밝히는 경우는 처음 봐서 상당히 당황스럽습니다.


저 역시도 학생 운동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주모군의 자퇴와 그에 따른 그의 이념을 터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가 본래 학생 운동에 관심이 있었다고하니, 어쩌면 그가 커서 훌륭한 활동가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의 행동이 용기와 결단의 결과물이라는 점도 인정해야할 것입니다. 그가 대입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뛰쳐나간 것을 용기있는 소신의 산물이라고 할지, 그저 부적응이라고 할지 역시, 보는 사람에게 달린 것입니다.

그러나 CBS의 기사는, 아닙니다. 그의 이념이 어떻든, 그의 행동이 옳든 그르든, 그리고 이 기사가 그의 의도이든 CBS의 기자의 의도이든 간에, 그 전달 방식은 확실히 잘못되었고, 진실은 호도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자신할 수 있습니다. 기자, 그리고 학생 본인은 왜 이 기사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와 같이 공부했던 1학년 학생들이 분노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아야할 것입니다.

이번 상황을 직접(이라고 해도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겪고보니, 과연, 이슈화하려는 기자의 태도와 학생 운동이라는 민감한 키워드가 만나게 되면 얼마나 사건을 커보이게 만들 수 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왜 우리 주변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자꾸 학교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기사화되는지도 말이죠. 결국은 말장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상환 기자님께 꼭 보여드리고 싶은 이미지로 끝을 내고자 합니다. 솔직히 천주교계열 신문인 경향신문의 것이라서 어떻게 생각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왜, CBS는 기독교라서... 고민안한 건 아닙니다만, 이상환 기자님께서 앞으로 '기자'라는 직함을 당당하게 달고 기사를 쓰시려면 꼭 염두에 두시고 명심하셔야할 문제들인 것 같아서 말이지요.


특히 두 번째와 여섯번째는 몇 번이고 거듭해서 다시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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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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