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으로서 학교 변명, 그리고 과연 학교는 사육장인가?

우선, 내용을 명쾌하고 오해없이 전달하기 위해, 먼저 이 말을 해두고 시작하겠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어떤 학생이 평가할 때 '사육장'이었던 그 순천고등학교, 나는 그 학교 3학년에 재학하고 있다.

내가 글을 대충 써놓고 공개하지 않고 있는 글들이 블로그에는 몇개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최근에 내 관심을 끌고 있는 학생 인권 운동이다. 그 학생 인권 운동에는 단순히 학생의 인권을 챙기는 범주에서 벗어나 제도권 교육의 전체적인 개혁을 외치는 대학 입시 거부 운동에 관한 글도 있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자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유형이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유형이든간에 상당히 모나고, 특이하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저 중립적인 의미에서, 사회가 주입해온 가치에 대해 부정할 수 있는 능력과 용기를 겸비한 측면이 있다. 나는 그들의 용기를 항상 부러워했고, 동시에 두려워해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나는 그들을 지지하는 편이다.

그러다, 최근 우리 학교에서도 사건이 터졌다. 한 학생이, "제도권 교육을 거부한다"라고 하면서, 학교를 박차고 나갔다. 1학년이다. 이제 학교에 들어와 1년도 지내지 않았다. 그런 학생이 벌써 학교를 때려칠 정도라면, 정말로 이 시스템에 문제가 있긴 한 모양이다. 그리고 솔직히, 문제가 있다. 지금 1학년 시스템은, 그들이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간에 우리 때에 비하면 훨씬 편해진 시스템이다. 아마 그 과정에는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이 새로 부임해오시고, 우리와는 다른 부장선생님을 만나, 우리 때와는 또 다른 교육 이념 하에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끼리 장난으로 "쟤네들 저렇게 편해도 되는거냐" 하는 때는 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굑를 박차고 나간 1학년, 그의 선택도 그런 측면에서 일면 합리성과 타당성을 가진다. 야자로 얽매인 이 시스템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없어져야하는 것이 옳다. 이러한 공교육이 학생들에게 주입식으로 머릿속에 밀어넣은 가치 이외에 줄 수 있는 것인 극히 제한적인 것임이 사실이다. 그의 행동이 제도권 교육을 버티지 못하고 탈출한 것이라면, 긍정적으로 평가해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합리성과 타당성과는 별개로, 나는 그의 진술에 동의할 수 없는 점이 몇 가지 있기 때문에, 글을 두드리게 되었다.

나는 그의 행동에 나의 가치 잣대를 가져다 평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내가 이 학교에서 3년간 생활해오면서, 그의 말과, 또 그것이 텍스트화되서 퍼져나간 뉴스가 전달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분명하게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다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정말로 그게 전부다. 반에서 10위권을 유지했다느니하는 성적이 과연 높은 성적이었는가, 또는 부모님이 교사라는 사실이 과연 그의 행동을 설명하는데 꼭 제시되어야했는가같은 문제는, 접어두자.

우선 비판의 방향이 어긋났다. 글쎄, 내 경험을 기준으로 설명하는건 잘못된 거라는거 잘 아는데, 적어도 우리 학교가 TV에서나 보는 것처럼 그렇게 이유없는 폭력이 이루어지는 학교는 절대 아니다. 내가 3년간 살면서 그랬고, 1, 2학년 선생님들을 많이 알기 때문에, 비교적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유없이 체벌을 받았다, 라고 한다면, 선생님의 착각 또는 개인의 인식의 차이일 뿐이라고 추측되는데, 과연 이걸 기사에서처럼 일반화하여 쓰는 것이 적절하게 표현한 것인가에 의문과 함께,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자신의 성기를 장난으로 만진다거나 하는 문제는... 이게 참 뭐라고 설명하기 곤란하다. 그냥 되는대로 설명하자면, 우리 학교는 우선 남학교다. 성기를 장난으로 만졌다면 그 선생님, 99.9% 남자다. 우리도 그런 선생님들 자주 만나뵈어왔지만, 거기에 대한 반응은 절대 "변태"라거나 "기분 나쁘다"가 아니다. 웃고 넘어간다. 그건 일종의 정(情)의 표현일 지언정 결코 비판 대상이 될 만한 일은 아닌 것이다. 애초에 기사 핀트가 학교를 까고 이슈화하는데 주목하고 있어서 굉장히 묘한 느낌의 텍스트로 쓰여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그러한 장난에 누군가 기분 나쁠 수도 있고, 학교 분위기 속에서 선생님께 의사 표현을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기사화, 이슈화가 되면 문제가 좀 다르다. 기자에게 그런 말을 하는 순간 기사의 포인트는 그 행동 자체를 성추행이라고 정해놓고 기사를 써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통학차가 끊긴 10시... 라는 표현...은 참, 이건 분명히 선생님이 잘한건 아니지만, 역시 기사가 쓰여지는 느낌 자체가 학교에 대해 부정적인 논조에서 전개되다보니 느낌이 굉장히 짙다. 마치 통학차가 끊겨서 집까지 터덜 터덜 걸어가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시내버스, 있다. 통학차야 10시 40분이 아니라 10시 10~15분 경이면 이미 출발한다. 그게 어정쩡한 표현과 만나면서 어긋나버린 셈이다. 애초에 비판감으로 쓸 거였으면 명확하게 표현했어야하지 않을까.

뭐, 그 외의 문제는, 학교가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었다고 변명할 수 밖에 없는 문제들이긴 하지만, 학생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학생이라면 참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다. 마지막으로 조금 썰을 풀어보자면, 아마도 본인이 한 말일텐데, 학교가 아닌 사육장을 다녔다라는 표현은 참 (기자 관점에서) 잘 골랐다.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제목이다. 문제는 뭐냐, 우리 학교 전체에 개인의 사육장이라는 인식을 일반화시키게 된다는 점이다. 나같은 학생이 많든 적든, 기본적으로 학교에 만족하고 다니고 있는 학생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무리 학교가 불합리한 시스템에서 굴러간다고 한들, 사육장이라는 거친 인식까지 가지는 학생은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주입식 교육에 지쳐서 떠난다는 학생이 학교를 사육장이라고 표현했다는 것 자체가 묘하다. 나는 주입식 교육과 사육장이라는 것을 어떻게 연결해야할 것인지 참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육장과 같은 과격한 표현이, 흥미를 유발하고 학생 운동을 촉발시킬 힘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 자체로 결코 올바른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묻고 싶다. 학교는 사육장인가? 나는, 비록 우리의 공교육(제도권 교육)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교를 사육장이라고 표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가,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 이외의 것을 너무 많이 배웠고,, 너무 많은 것을 느꼈다. 나야 학생 운동 등에 관심을 두면서도 활동가로서 참여하지는 않은 소극적인 사람이었지만, 고3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아리를 만들고, 인문학 콘서트도 쫓아다니고, 인문학 토론 대회도 나가고, 그런 많은 기회를 접했다. 인간 관계, 집단 생활, 사회를 익히는 것은, 학교가 아닌 곳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과정들이다. 그들이 제도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권 교육에 반대하는 것이라면, 그러한 장소로서의 학교를 전면 부정하고 사육장에 다녔다라고 표현할 만한 것이 못된다. 그리고 미리 말해두는데, 그건 그쪽 이야기고, 우리 학교는 달랐다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위에서도 밝혔지만 나도 그 건물에서 2년간 살았고, 이 건물로 넘어와서 1년째 살고 있는, 같은 학교 학생이니까.

학생 운동은 좋다. 나가면서 자기 의견을 기자를 통해 밝히는 거, 그것도 좋다. 그렇지만 그 운동이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그 오묘한 적대감에서 시작해서는 안된다. 학생 인권 침해사례를 조사하겠다고? 좋다. 좋은 의도니까. 그런데 비판의 대상을 학교나 교사로 잡는 순간, 인권 운동의 포인트는 비틀어진다. 나는 그런 사례를 너무 많이 봐 왔고, 본인이 어떤 인터뷰를 했든간에 이번 기사에서도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학생 운동이 지향하는 바는, 어쩌면 대학 입시 거부 운동처럼 그를 통해 얻어지는 제도권 교육의 총체적 개편이어야하며, 그 발단은 제도권 교육의 폐단이어야한다. 선생님에 대한 적개심, 학교에 대한 적개심에서 시작된 학생 운동은, 애초에 학생 운동이라 불릴 가치조차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참... 막 끄적여버린 글이라, 어떻게 다듬고 싶은데, 시간이 용납하지 않아서 이만 줄임.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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