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게 하기, 대화, 설득

꽤 오래전의 이야기인데, 옛날 블로그 글들 좀 읽다가 그 사람 댓글이 눈에 갑자기 들어와서, 또 몇 자 두드려본다. 아마 티스토리나, 어쨌든 본인과 비슷한 행로를 걸었던 분들이라면(아마도 대부분 텍스트큐브닷컴에서 이어졌겠으나) 다들 아실만한 분이고 요즘도 잘 활동하고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그 사람을 몇 글자로 정리하자면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고 할 것이다. 그러고보면, 참, 실제로 만나볼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블로그나 트위터같은 여러 서비스에서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본 것 같다. 나야 싫어하는 사람은 피해가는 유형이라서, 뭐 썩 자주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참, 나한테 처음 제안했던게 그당시 유행했던건지, 아니면 이미 망해가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아직도 장성하고 있는건지모를 영어 관련 프로그램이었다. 에라이, 까놓고 말하자면, 영절하였다. 나에게 영절하를 권하면서 했던 멘트에는 학교나 기존의 학원 강사를 까내리는 내용이 들어있었고... 특히 학교 영어 선생님에 대해서는 자기 밥그릇을 챙기려고만 하고 실력은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에 가깝게 묘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밥그릇 챙기려고 한다는 분명히 들었던 내용이고.

나는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혁신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론상 모국어를 배울 때와 같은 방식으로 외국어도 배워야한다는 이론인 것 같으나, 숙명여대 모 교수가 비판했듯, 기본적으로 모국어(L1)와 외국어(L2)를 배울 때 이용되는 뇌의 부위와 그 방식 자체는 본질적으로 차이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솔직히 호기심이라기보다도 믿을 수 없어서 검색을 했고, 그래서 그런 글만 보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히 적대적인 반응이 컸다. 무엇보다 실패담이 너무 많았다. 아무리 그 사람들에게 의지가 부족해 자기가 못한 것이라고 말을 해봐도, 기본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가 실패담으로 가득하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음을 의미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여기서 이미 프로그램 그 자체에 대한 신뢰는 충분히 잃고 있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나에게 이 영절하를 권해선 안됐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날고 길 정도는 아니어도 그렇게 귀하가 싫어하시는 공교육과 구시대적인 사교육 방식으로 적어도 시험 점수는 내고 있고(물론 이게 회화 등 생활 영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한계는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 무엇보다 설득의 방식이 결정적으로 미스가 나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갈 때, 설득을 할 때는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J모 학원의 면접팀 선생님이 그랬듯 동아일보를 까려면 관계자가 혹여 없는가를 살펴보는 정도는 예의가 아니라 센스다. 아무리 맞는 이야기를 한다한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한다한들, 그 사람의 인격적인 부분을 긁는 이야기를 그 사람 앞에서 하는 건 개념없는 짓임에 틀림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 사람이 그렇게 밥그릇을 챙기려한다고 깐, 그 과정에서 뭔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일반화시켜버린, 영어교사라는 그 엄청나게 많은 수의 집단 구성원 중 한 명이 우리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30년이 넘도록(물론 이 때는 직접 학생을 가르치시던 때는 아니다) 영어 교사셨다. 대화의 기술, 설득의 기술이라는 것 까지 익혀가며 세상을 살아갈 생각은 별로 없지만,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부모님이, 또는 상대방 본인이 영어 교사와 어떻게든 관계를 맺지 않겠는가하는 문제를 일차적으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은 크나큰 문제다. 반면교사라고나 할까. 나 역시도 그래왔던 것 같기에,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기회가 아니겠는가.

결국, 이 사람과는 페이스북에서 모종의 사건으로 완전히 관계를 끊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 사건에 직접적 대상자도 아니었고, 결국 그 진위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 사건에 의견이 극단적으로 나눠졌고 그 과정에서 이 사람을 필두로 한 몇 명이 직접적 대상자를 인격적으로 비방하고 몰아세우면서 소위 '정나미가 떨어져버렸다'. 과연, 이 사람은 내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느 정도 친했다가, 급격하게 사이가 나빠진, 썩 많지 않은 사람 중 하나라서. 그냥 마구잡이로 써내려봤다.

그 사람이 보면 어떡할거냐고? 어쩌겠어. 내 가슴에 손을 얹고 거짓말은 하나도 안했는 걸.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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