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시민운동과 정치

관련기사: [데일리안] 서경석 "조롱받을 각오하고 박원순을 반대한다"

내가 인터넷 언론사에서 가장 싫어하는 곳을 두 곳 뽑자면, 역시 데일리안과 뉴데일리다. 나는 그들의 보수 의견이 싫은게 아니라, 한겨레가 소설 창작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이 기사라는 탈을 쓴 소설을 써냈기 때문에 그렇게도 싫어했다. 뭐, 그래도 뜯어 먹는 맛이 있는 매체인건 확실하다. 그런데, 이번 기사는 내가 비판하기가 좀 어렵다. 진실이라서가 아니라, 또는 진실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진실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가 없어서다. 그렇지만, 역시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은, 진보와 보수, 시민운동과 정치판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냐는 게다.

전자는 서로 반대에 있는 셈이고, 후자는 밀착되어있는 셈이다. 진보 없이는 보수가 없고, 보수 없이는 진보가 없다. 그리고 이들이 없는한 중도란 존재하지 않는다. 좌익과 우익은 말 그대로 양 날개다. 한 쪽이 힘을 잃으면, 한 쪽이 비대해지면 현대의 민주주의라는 새는 추락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사실 절대적으로 권력층(기득권층)이 보수적인 성향을 내보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진보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편이 많기 때문에, 사회에서의 힘은 보수가, 정치에서의 힘은 진보가 가지는게 당연한 이치일 것만 같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느 나라에서나 그런 일이고 실제로 뭐라고 지칭하는 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자신은 기득권층이 아니면서 기득권층을 위한 정당을 지지하는 자칭 보수주의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진보와 보수는 새의 양 날개와 같다. //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일반 (CC BY-NC-ND 2.0) By Tony Linde on Flickr

나는 ㅎ당을 비롯해 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당들에 대해서, 또한 ㅁ당을 비롯해 진보 정당을 표방하는 당들에 대해서 그들의 근본적 정체성을 묻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렇지만 그들이 분명하게 밝혀야하는 것은 존재한다. 역사관이 그렇고 정치관이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양 날개는 지금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가. 아쉽지만, 혹시 그 날개가 모두 없어지고, 기형적으로 뒤틀려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라는 새는 어디를 향해 어떻게 날아가고 있는가, 과연 순항하고 있는 것인가. 최근의 정치를 보고 있노라면,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는 최근에 든 생각과 일치했다.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 교수의 서울 시장 출마설이 돌자 나오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모습을 한 새가 과연 얼마나 순항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하겠다. 웃긴 일은, 모두가 그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어디도 그 민심을 반영하고자하는 노력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는데 있다. 여당과 야당은 물론이고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안철수 신드롬의 이면적 의미를 정확하게 읽어냈다. 새로운 정치, 깨끗한 정치, 무엇보다도 능률적인 정치가 아닌 제대로 된 정치를 원하는 민심이 안철수 코드에 숨어있었다.

한편으로는 정치에 대한 반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게 잘 할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도, 많은 사람들은 안철수 교수가 시장직에 출마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는 안철수 교수가 정치판에서 버틸 수나 있겠느냐라는 걱정과, 안철수 교수라고 해서 정치판에 뛰어들면 그들과 똑같이 변해버리지 않겠느냐하는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어느 것이라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모습의 정치는 아니라는 것을 쉬이 알 수 있다. C. 더글러스 러미스가 그의 저서 『경제 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녹색평론사)에서 밝혔듯이, 이러한 모습은 그 침몰이 예견되는데도 누구도 배를 멈추려고 하지 않는 타이타닉과 같다. 즉, 타이타닉 민주주의가, 한국에서는 현재진행형으로 실현되어가고 있다.

이는 박원순 변호사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나는 박원순 변호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물론 박원순 변호사를 모르는 것의 갑절 이상으로 서경석씨를 잘 모른다. 사실 애초에 보수 언론을 표방하는 언론사가, 자신들의 의견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자신들이 대표적인 진보성향이라고 써줄 정도의 인사의 말을 가져다 쓰는 그 불순한 의도 자체도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과연 이 사람은 왜 박원순 씨를 비판하는가.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엄격한 검증이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

물론 나의 가치 판단의 기준은 시민운동을 나서는 사람들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나처럼 말로는 열심히 진보가 어쩌고, 보수가 어쩌고, 이러고 있는 사람과 그들은 격이 다르다. 그들은 자신들이 머릿속으로 생각하는걸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나의 가치 판단 기준이 어떻고 그들의 가치 판단 기준이 어떻든 간에, 이번 보궐선거는 다시 한 번 정치계와 시민운동계의 연결을 확인해볼 수 있는 때다. 필연적으로 그 둘은 연결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있다.

P.S.)
원래 글을 쓰려고 했던건, 보수와 진보에 대해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일반론적인 이야기로 넘어가버렸다. 흠..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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