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콘서트 '사랑하다, 책을 펼쳐놓고 읽다'


부산에는 인디고서원이라는 곳이 있다.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이라는 곳. 서점을 가득 채운 문제집이나 참고서는 볼 수 없는 곳이라고 한다. 나 역시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아직까지도 이런 곳이 남아있고, 또 남아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으리라.

인디고 서원의 대표인 허아람씨. 허아람씨에게 고등학생 때 인문학을 배웠다는 '아동문학 작가'는 그녀와 함께 정세청세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시행하고 있다. 과연 지금 고등학생들에게, 아니 모든 학생들에게 인문학이란 어떤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가. 인문학이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인문학이되었든, 실용서가 되었든간에, 이미 책은 적어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주류 문화'에서 밀려난지 오래다. 화려한 화면과 소리로 무장한 게임, 영화, TV 등에 밀려 '특정 학생들만이 향유하는' 문화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그 특정 학생들이 읽는 책도 판타지나 무협 등 재미 위주의 소설에 집중되어있다는 것이다. 인문학을 알고, 이해하고, 향유하는 고등학생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다.

물론 이는 고등학생만의 문제는 아니다. 점점 사회는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허용하지 않는다. 점점 고등학생들이 해야할 일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비를 낮추고 전공적성이 좋은 학생들을 뽑겠다던 입학사정관제는 '스펙을 만들어주는' 학원 등 사교육 범벅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스펙을 갖추는데에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 사교육비를 낮추는데는 완벽하게 실패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해서 전공적성이 좋은 학생을 뽑는 데에는 성공하고 있는가. 이미 그 전공적성조차도 만들고 있는 사회 속에서, 이제 학생들은 성적 뿐만 아니라 스펙까지도 신경써야하는 상황이 되버렸다. 말 그대로 '책을 펼쳐놓고 읽'을 시간 자체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러한 가운데, 인문학 콘서트이자 낭독회인 사랑하다, 책을 펼쳐놓고 읽다가 순천에서도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12개 지역에서 열리는데, 이는 인디고 서원이 주최하는 토론 프로그램 정세청세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에서다. 순천 역시 정세청세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순천 시립도서관 연향분관) 열린 것이다.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프로그램이었다. "여러분은 나가수를 보러 오신게 아니고, 저는 박정현보다 노래를 못하니까 양해해주시기 바란다"던 허아람씨의 노래도 참 듣기 좋았다. 과연, 이렇게 프로그램을 짤 수도 있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소절 한 소절 낭독해주셨던 부분들도 참 좋았다. 노래, 영상, 낭독이 적당히 어우러진 프로그램이었다.. 라고 평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재미가 있었느냐고하면 글쎄, 재미가 있었을만한 프로그램은 아니었지 않나 싶다. 그보다는 잔잔한 느낌이라고 할까. 생각보다 낭독의 비중이 작고, 허아람씨가 진행중인 국제 프로젝트나 그쪽 영상 비중이 컸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그렇지만 허아람씨가 직접 불러주는 노래, 책, 이야기가 한데 잘 어우러졌다. 다녀오고나니 인문학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서 가시질 않는다. 자꾸 책이 읽고 싶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위처럼, 과연 우리에게 인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거듭하게 한다.

글쎄, 프로그램에서도 답을 구하진 못했다. 그렇지만 인문학 콘서트라는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문학을 다시 가깝게 만드는 것일터다. 본격적인 인문학은 그 뒤라도 늦지 않다.


P.S.)
허아람씨,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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