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로거의 힘을 믿는다

북로거의 입지가 점점 세지는 분위기다. 내가 워낙에 북로거같은 곳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지만, 꽤 오랜 시간동안 Yes24에서 운영하는 Yes 블로그나 알라딘의 '나의 서재' 서비스가 두터운 사용자층을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나 역시도 잠깐 보고 바로 세컨블로그(라기 보단 서평 창고)로 쓰자라는 결론에 금방 도달했고 말이지. 무엇보다 온라인 서점과 묶여 있는 덕분에 상품검색이 우수하고 직접적으로 연결도 되는데다 Thanks to를 통해 서평의 게시자와 상품 구매자 모두에게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는 서비스까지 덧붙여져 있따. 이 부분에서만큼은 예스24가 맥을 못추고 있다. 아니, 예스24는 애초에 이 쪽 분야에 별로 관심이 없다. 트래픽 대비 효과가 별로일거라고 생각하는 모양.

물론 알라딘도 아쉬운 점은 있다. 5만원이었던 적립금도 줄고, 1주 1회였던 작품 선정도 1달 1회로 간격이 넓어졌다. 마이리뷰와 TTB 사이에 차이를 두는건 당연한 일이니까 넘어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한겨레21 혼자일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언론에는 그러한 '서평 블로거'들, 소위 '북로거'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서평만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이 아닐지도 모른다. 책이라는 것 자체가 무한히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동시에 또다른 무한한 많은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낼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외교학에 관심이 있어서 외교 관련 서적을 읽고 나의 생각까지 덧붙여 또 하나의 새로운 창작이 이루어지는 것 같은, 그런 구조다. 좋은 책은 좋은 글을 낳고, 좋은 글은 다시 좋은 책을 낳는 긍정적인 순환관계. 잡지에, 언론에 별도의 지면을 할애해야하는 문제로 일부의 평론가들이 독식했던 '서평'은 인터넷에 의해 구조조정을 당한 모양새가 되었다. 그렇게 든든한 언론을 빽으로 가지지 못한 예스24나 알라딘은 자체적으로 서평을 생산해낼 수 있는 구조를 찾은 것이다.

알라딘은 유난히 더 활발하다. 이미 하나의 블로그처럼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요즘 자꾸 드는 생각, 책은 아름답고, 멋지다..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 배운 린위탕의 『독서론』까지 언급하지는 않더라도──비록 나 역시 린위탕이나 독서론에 대해 그렇게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독서가 얼마나 멋진것인가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나 역시도 한동안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고등학생이 되어 강제로 끄집어내진 다음에도 자꾸 그때로 돌아가고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힘들때는 자연스럽게 놓아버렸고... 그 이후로는 책 읽는게 조금 버겁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지만.

그렇지만 역시 돈을 벌어서, 책을 사고, 서재를 만들고, 그 서재를 채워나가고 싶다는 내 꿈에는 변함이 없다. 도서관 규모까지는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개인 서재라면 어떨까. 죽을둥 살둥 노력해서, 내가 그 정도의 여유를 가진다면, 그 정도라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지금으로선 내게 있어서 이 블로그가 가장 큰 서재다. 다른 곳에서 빌려다 봤던 책까지 적어나갔던. 물론 타이밍을 놓쳐 기록하지 못한 책들이 아쉽지만. 그런 의미에서 나는 북로거를 믿는다. 트위터같은 SNS에 밀려 점점 자리를 잃어가는 블로그를 사려낼 원동력 중 하나이고, 무한한 컨텐츠를 공급받아 다시 탄생시킬 수 있는 토픽이다. 무엇보다 그들의 서평이 서평집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책이 되고 그 책은 또 다른 서평을 불러 일으킨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좋은 책이 좋은 글을 만들고 좋은 글이 좋은 책을 낳는 순환의 반복을, 북로거들은 한발짝 더 빠르게 하고 있는 셈이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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