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과 블로그 글쓰기

요즘은 논술에 열심히다. 그건 나 스스로 느끼고 있을 정도로. 아마 계기는 작년 12월말에 다녀왔던 전남 논술토론캠프(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논술 일색이었지만..)일 것이다. 가서 논술의 기초도 배웠고, 실전으로 써보기도 했다. 당시 광양실고에 계셨던 선생님께 지도도 받았고, 5주간 논술 첨삭도 받았다. 그리고 덤이랄까, 노력의 흔적이랄까, 상은 아니지만 이수증과 수료증(하나는 논술캠프, 하나는 사이버첨삭 프로그램)도 받았다.

그리고 기묘한 인연이랄까, 5주차 논술 평에 선생님이 올해는 자주 보게 될 것 같구나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선생님은 순고 초빙교사(순고는 자율형 공립고라서 선생님들을 초빙할 수 있다는데 자세한건 모름)로 오시게 되었다. 덧붙여 첫해를 3학년에서 보내게 되셨고, 내 담임선생님이 되셨다. 참 묘한 인연이다 싶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처음 선생님 성함을 듣고 신났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반 자체는 뭐랄까 나쁜 친구들은 없지만 공부분위기에선 살짝 어긋나 돌아간다는 느낌이지만, 한 명 빼고는(이 한 명이 공부를 잘한다는게 문제지만..) 내 신경을 건드리는 사람도 없고, 참 적절한 반배정이다 싶다. 물론 나랑 친했던 친구들 중 상당수가 다른 반으로 날아가버리긴 했지만.

저번 논술캠프 후기에도 적었던 것 같지만, 논술을 하면 할 수록 느끼게 되는건 논술은 일반적인 글쓰기가 아니다라는 점. 아니, 대입논술은, 이라는 말을 덧붙이는게 좋겠다. 우리나라 대입논술은 일반적인 글쓰기가 아니다. 답을 요구하고, 명확한 채점기준이 있을 것을 요구한다. 학교마다 채점기준도 다르고 교수마다 좋아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가르치는 선생님들마다 포인트를 두는게 다른 것처럼, 객관적인 채점이 어려운 논술 시험은 어느새 답을 정해놓고 만든 시험이 되었다. 논술로 평가할 수 있는건, 수리논술을 제외한 인문계가 보는 논술(=인문논술)에서는 논리성과 독해 능력밖에 없다. 그렇지만 각 학교 내신 상대평가제로 인해 내신 성적의 신뢰성이 떨어졌고, 수능의 난이도가 균일치 못한 상황에서 1년(보통 6~8개월) 정도 전에 입시전형을 결정해야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대학별 고사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사실상 본고사化가 진행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것이다.

이렇다보니 논술은 오히려 글을 자주 쓰는 사람에게는 불리한 시험이 되어있다. 아니, 정말 좋은 글을 쓰는 사람에겐 이득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나처럼 어중간하게 글을 쓰던 사람들에겐 습관을 떨쳐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대체로 내 글은 내가 그렇게 느낄 정도로 장황하다. 수식어가 다닥다닥 붙는다. 무엇보다 문장을 끊는 습관이 되어있지를 않아서 한 문장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고, 분량제한이 없는 블로그가 주된 글쓰기 무대이다보니 글을 막 쓰는 경향이 있다. 앞에서 했던 말을 다시 요약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아무리 일반적인 글쓰기와 다르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으로는 펜을 잡고 종이에 글을 쓰는 행동이기 때문에 그런 습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논리성 향상과 함께 내가 논술을 써보면서 제1의 목표는 항상 글을 짧게 치기다. 평상시같으면 한 문장으로 쓸 글을 2~3개 정도로 쪼개는 연습. 논술을 쓸 때는 항상 (이 분야에 대해)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제시문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생각으로. 어려운 어휘를 배제하고, 이해하기 쉽게. 논리성을 확보하고. 말이 쉽지, 실제론 어렵다. 그래도 해보는거다. 그런데 왜 신경쓰면 쓸수록 접속사 쓰기는 어려울까. 평상시에는 자연스럽게 나오던 접속사들이, 왜 원고지 앞에서 샤프를 잡으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지.

물론 논술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보다는 포인트를 잡아내기 어려워서다. 그렇지만 역시 원치 않는 글을 쓰는 것과 원치 않는 글을 읽는 것 모두 어려운 일이다. 전자는 내가 몸소 느끼고 있고, 후자는 독후감 숙제 따위를 받으면서 자주 느껴왔던 터다. 김두식 경북대 법학부 교수가 쓴 『헌법의 풍경』 서문에서도 언급되다시피 읽고 싶은 책을 쌓아놓고도 다른 책을 읽어야하는 것처럼.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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