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글을 쓰는 사람, 닮고 싶은 글을 쓰는 사람

세상에 글을 쓰는 사람은 많다. 운문이든 산문이든, 그게 수필이든 소설이든 아니면 비문학이든간에, 그것에 자신의 삶을 걸었든 그저 취미일 뿐이든 간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이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든간에, 이 세상에는 글을 쓰는 많은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 극히 소수만이 자신의 글을 출판사를 통해 책이라는 형태로 가질 수 있다(요즘은 자비출판도 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대다수는, 나와 취향이 같건 다르건간에, 대부분 나보다 월등히 글을 잘 쓴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게 자신들의 생업이든 아니든간에 그들은 자신의 글을 '돈을 받고 팔고 있다'. 내가 말하려는건 문학의 순수성이 아니다. 물론 나는 그들의 글에 대해 순수성을 가지고 걸고 넘어질 정도로 무식한 사람도 아니고, 그럴 능력도 없다. 아니, 오히려 그들의 글은 지나치게 순수하기까지 하니까. 어찌되었든, 돈을 받고 파는 글이라는건, 뒤집어 말하면 그들의 글은 돈을 주고 살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빌려 일거달도, 이 책은 꼭 가지고 싶어, 꼭 한 권 사고 싶어라는 기분이 드는 것. 다 읽고 난 뒤에 다시 정리해서 글로 쓰고 싶지만, 이병률 선생님의 「끌림」이란 책이 그랬다.


이 책은, 산문집이다. 그리고 이병률 선생님은 시인이다. 시인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시는 아무리 그 껍데기를 벗겨내도 수많은 베일에 가려진 것 마냥 작가를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다. 산문도 그렇다. 그렇지만 시보다는 훨씬 덜하다. 그렇게 펼쳐든 이 책은, 오히려 그 어떤 시보다 아름다운 글로 이루어져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읽고 싶은 글을 쓰는 사람, 닮고 싶은 글을 쓰는 사람. 그것은 같은 사람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이 글은 자꾸 읽고 싶지만 내 글은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가가 있다. 반대로, 이 경우는 전자에 비해 훨씬 드물지만, 내가 읽고 싶지는 않더라도 닮고 싶은 글을 쓰는 사람이 가끔 존재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글을 읽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정말 최고의 작가는 자신의 글을 잘 써내는 만큼이나 타인의 작품을 잘 읽어내는 사람이고, 동시에 타인의 작품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잘 써내는 글은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 나도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며 그 글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타인의 글을 보면서 나의 모습을 투영해보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나는 상당히 잘 동화되는 성격이라,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그 작가의 문체를 따라가는 경향이 상당히 강한데, 사실 거기에는 꼭 닮고 싶다는 마음이 깃들어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 몇 장 읽지는 않았지만, 이 책도 꼭 그런 느낌이다. '사고'와는 왠지 대비되는 위치에 있는 감성. 이병률 시인은 시인답게 자신의 글을 풀어나간다. 시인이 산문을 쓴게 아니라 시인이 시를 산문으로 만들어냈다고 하는게 옳을지도 모른다. 마치 시로 다듬기 전에, 그의 생각이 산문의 형태로 던져진 것 같다고나 할까. 여행하면서, 사진과 함께, 이것저것을 느끼고, 그걸 기록하고, 사진과 조화시킨 이 책은, 그 어떤 산문보다, 그리고 그 어떤 시보다 우리의 감성을 자극시키는 것이 아닐까.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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