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궐 -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By 정은궐

얼마전에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빌려다보고는 그 리뷰를 쓴 적이 있었다.
2010/11/14 - 정은궐 -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은 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 이어지는 이야기다. 이어지는 이야기인만큼 이야기를 확장시킬 뿐더러, 묘연한 상태로 끝을 맺었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의 빈 칸을 채워주는 역할도 한다. 두 작품은 모두 봤을 때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된다. 사실 청나라 사신으로 간 이후의 이야기는 안나오느냐는 말도 있었고(작가님은 그건 안쓴다고 하셨던 걸로 기억) 하지만,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미 윤희가 여자임을 밝힌 뒤라 그 전까지와 같은 긴장감을 잘 이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재밌게 봤던 사람으로서 윤희가 여자답게 행동하는 그런 이야기도 한 번쯤 보고 싶기는 하지만.

인물 관계 급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서 보면 알겠지만, 결국 이 책의 앞 부분에서 재신과 용하가 윤희의 정체를 이미 알아 차린다. 그 전까지는 읽고 있는 독자까지도 알고 있는건지 없는건지 묘연하게 하면서 긴장감을 불어넣었던 것과 달리 이번 이야기에서는 초반에서 작가가 직접 서술함으로써 알고 있다는 사실이 명쾌하게 드러난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걸 알고도 태연히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용하와 자기도 모르게 자꾸 알고 있다는 티를 내면서 괴로워하는 재신의 모습은 더 우스꽝스럽다. 물론 그런 재미의 밑바닥에는 선준과 윤희가 그들이 이미 윤희의 정체를 알아차렸음을 모르는 것이 가정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에서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던 윤식이 이야기의 전반으로 나섬으로써 이야기의 주축 중 하나를 차지하게 된다. 즉 서영과의 러브라인을 이루어내는 것. 그것은 잘금 4인방 외에 또다른 이야기의 구심점이 됨과 동시에 에피소드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윤식과 윤희의 역할 교환은 서로에게 고통을 주고 있었다. 윤식은 서영과의 사랑을 자기 마음대로 풀어내지 못했고 윤희는 선준과의 사랑을 자신의 마음대로 풀어내지 못했다.

뭐 결국은 지금까지 이야기를 풀어냈던 것처럼 윤희가 둘의 관계도 맺어주고 모두 해피엔딩으로 만들어낸다. 사실 이 소설만큼 해피엔딩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해피엔딩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베리 굳!

동시에 재신의 캐릭터도 조금 더 유쾌한 쪽으로 변해서, '반토막(다운)'과 즐거운 이야기를 펄쳐낸다. 다운은 이야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하지만 재신의 성격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실제로 그것을 이끌어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유난히 성장이 늦다고 설정된 다운은, 그런 어린 마음으로도 결국 재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괴로워하는 듯한 장면도 몇 번 나온다. 결국은 둘의 관계가, 재신답게(?) 끝을 맺는다.

그리고 이정무, 즉 선준의 아버지. 이번부터 메인 캐릭터로 올라온 정무는 물론 출연 빈도는 그렇게 잦지 않지만 윤희와의 접촉을 통해서 그 성격을 드러낸다. 처음엔 절대 안된다던 정무가 천천히 변해가면서 윤희를 긍정적으로 쳐다보게 되는 모습은 역시 보기 좋은 모습이다.

그리고 시리즈를 통틀어 최대의 캐릭터는 정조다. 임금답지 않은 모습부터 일부러 골탕먹이는 듯한 모습, 모두 전작부터 나오던 모습이지만 이번 편에서는 그게 정조의 야망, 과거와 엮이면서 조금 복잡하게 전개됬다. 그래도 그 성격은 웃기다 ㅋㅋㅋㅋ 밑도 끝도없이 나타나서 술주정부리고, 밑도 끝도 없이 나타나서 4인방을 갈구고(!) 난리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 캐릭터 중 한 명이자, 4인방에게 모든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자, 모든 사건에 종지부를 찍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본격화되어가는 선준과 윤희의 사랑

아랑, 당신의 사랑이 저를 자유롭게 합니다. 그러기에 당신의 사랑 안에 있는 한, 저는 그 누구보다 행복합니다.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2권 中
아마 이 인용구 한 줄이면 모든게 끝날, 점점 본격화되어가는 둘의 사랑이다. 물론 직접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나오기 시작하지만. 덕분에 사르르 녹는 듯한 느낌으로 계속 봤다. 왜 그런거 있잖아, 좋은 커플들은 옆에서 보기에도 좋다고. 그런 느낌이었으니까.청에 가면서 결국 윤희와 윤식이 다시 서로의 역할을 바꾸고, 그 결과로 둘은 이제부터 제대로 된 커플 생활(!)을 시작하겠지. 가상의 이야기이고 그 뒤의 이야기는 더 없지만, 역시 그런걸 생각해보는 것도, 그리고 그러면서 웃는 것도 모두 독서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

조금은 아쉬웠지만 역시 재밌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반적으로 재미는 있었지만, 역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청벽서 등의 이야기를 가져오는 것은 전작과 지나치게 오버랩되는 경향이 있었고, 사건의 획기적인 전개를 새로이 써내지 못한 것도 있다. 그렇지만 사실 그런 것은 선준과 윤희를 이어주고 나머지 인물을 나름대로의 행복 속에서 살도록 설정한 것으로 충분하다. 그렇지만 역시 책 곳곳에 어정쩡한 상태로 남겨둔 채로 이야기를 제대로 전개하지 않은 부분들은 아쉽다. 예를 들어 용하의 부인 이야기라거나. 용하의 아내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용하의 아내에 대한 설정은 용하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설정에 전락해버렸다. 실제로 그 것이 목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의미심장에게 단락 마지막 부분을 자주 장식했던 이야기가 결국 진짜 이야기로는 녹아들지 못했다는건 아쉽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역시 평가를 내려보자면 너무 만족. 무엇보다 그들 4인방과 있을 수 있는 시간을 2배로 늘려줬다는 것만으로!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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