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당연히 제 수능은 아닙니다. 제 수능이라면 제가 여기에 있겠어요, 아마 열심히 시험 보고 있겠죠. 좀 지나면 수험생 분들도 시험 끝나고 오셔서 마음껏 주무시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컴퓨터도 하시고- 그럴테니 저는 이 타이밍에 쓱! 하고 써보자는 심산입니다. 네, 그래요. 벌써 2011학년도 수능-(항상 2010년 수능과 2011학년도 수능 어떤 걸로 쓸까 고민해요. 근데 학년도 붙이면 맞는 표현이 되는건 맞나? 그냥 좋게 2010 수능 이라고 하면 좋을텐데)날이 되었네요. 이걸로 저희 2학년도, 그리고 어떤 사정으로 학교에 다니지는 않지만 2012학년도 수능을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도 본격적인 수험생 생활, 수험생 라이프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 환상은 그랬어요. 좀 막연하긴 했지만, 내가 지금은 이렇지만 고등학교 가면 공부를 하겠지 했었어요. 물론 중학교 때에 비하면 고등학교에서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1학년 때는 심화반에 간당간당 붙어있을 정도였고- 지금은 문과에서는 그래도 나름 상위권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왔어요. 물론 상위권이 이과 쪽에 더 많은 저희 학교니까 문이과가 갈리면서 등수 자체는 조금 위로 올라가는 보너스도 있었겠죠. 뭐랄까, 조금 소설이나 드라마스럽게 허세부리면서 말해보자면(물론 조금은 솔직한 심정인데) 지금까지 제가 해온 노력을 그저 그런 환경의 변화에 넘겨주고 싶지는 않아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노는건 노는대로(...) 공부하는건 공부하는 것 대로 열심히 살았고, 그렇게 고등학교 생활 2년을 보낸 것 같아요.

...라고 지금까지 신나게 놀다가 급 감성모드로 말해봅니다. 아마 이 글 다음에 쓸 글이 어제 신나게 놀고온 노래방 후기일 것이기 때문에 더욱 더 신빙성이 없는 말입니다. ㅋㅋㅋ 그래도 조금은 그런 마음도 있어요. 잘 아시잖아요, 시험기간에 공부안하고 놀면서 느끼는 불안감. 그런 느낌이에요.

아직은 2년이 지난건 아니지만, 1학년이 끝나는건 종업식이고 2학년이 끝나는건 전 3학년의 수능날이니(물론 1학년을 3학년 수능 끝나는 날 2학년으로 바꾸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2학년 때 갑자기 성적이 오르는 케이스. 물론 저는 아닙니다) 아마 오늘부터는 저도 더 열심히, 아니 이미 열심히라는 선을 벗어나서 인간이 아닌 것 처럼 -_- 살아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물론 인터넷에서 만난 분들 중에는 보시는 분들이 있지만) 올해 수능을 보는 사람은 없어요. 그래서 엿이나 초콜릿 선물도 하나도 안-_- 했어요. 사실 같은 반에서 친구들이랑 지내는 것도 힘든데 더군다나 이렇다할 선배와의 접촉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저는 요런 사람이 있지! 할만한 선배도 없구요. ㅋㅋㅋ 동아리는 있는데 저희 학년 때 '부활'된 동아리고(사실 지금은 그 명칭조차 어색한 '새롬'...은 2005년? 그 경에 신입생을 2년간 못 모으고 3학년이 졸업하면서 굳바이..) 그렇다보니 저희가 가장 윗학년이에요. 그럼 내년에 누군가에게 초콜릿은 받겠네? 라고 생각하시면 물론 오산이죠. 제가 후배들을 난폭하게 다뤘다거나 1학년이 없는게 아니라(1학년은 저희 2배수의 인원 -_-을 자랑합니다) 학교에서 관리하고 있는 동아리('입학사정관제 대비 동아리 운영사업'이 학교 특색사업이라나...)이기 때문에 1, 2학년을 따로 운영하거든요(물론 저희가 1학년 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름만 하나로 묶여있습니다. 네? 뭐라구요? 다 그런거냐구요? 아뇨 저희만 그런 것 같은데요(..)

어쨌든 수능이라는건, 94년 이래 대입을 준비했던 모든 이들에겐 참 뜨끔 -_- 하기도 하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거나 악몽)이 되네요. 뭐라고 불러야하는건지 모르겠지만(2009년 개정교육과정? 7차교육과정 6차수정?) 수능이 영역별로 A·B형이 생기고, 영역 이름이 바뀌고(삽자루가 tv나와서 너희들이 보는건 국어가 아니라 언어고 수학이 아니라 수리고 영어가 아니라 외국어다라고 했는데 ㅋㅋㅋ 평가원이 "그건 같은거임 ㅇㅇ"이라고 말한거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어요ㅋㅋㅋ) 2번 보는 걸로 바뀌는 대 개혁(!)이 일어날 예정인데, 이게 수능을 존속시키기 위한 것인지 차차 이렇게 가다가 수능이란 이름마저 없어져버리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수능이란 이름이 좀 더 멋있...든 말든 상관은 없지만 바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고 있어요. 시스템상 오래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닌데 벌써 20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예를들면 꿍디꿍디 센터시험 대입고시라거나..(근데 고시가 아니네요;)

어쨌든 올해 수능 보신 분들
아는건 다맞고 실수는 없고 모르는건 찍었는데 우와 정답이야 찍은 문제의 정답률이 무려 8할!(?)
의 상황이 연속되길 기원합니다. :)

P.S.)
어쩌다보니 초성체라거나 이모티콘이 엄청 많이 들어갔는데 사실 한글과 한국어를 굉장히 아끼는 사람입니다.. 믿어줘요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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