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레인 사신의 정도(Sweet Rain 死神の精度, 2008)



스위트레인 사신의 정도

Sweet Rain 死神の精度, 2008



많은 영화가 그렇듯이, 이 영화 『스위트레인 사신의 정도』도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 이사카 코타로 著 『사신 치바』라는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작품은... 솔직히 말하자면,  분명히 읽은 기억은 있지만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니, 특별한 감동이 없어서 그래라거나 그런 희미한 내용이 아니라, 그저 시간의 장벽을 내가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 뿐일게다. 참, 아직 나이도 얼마 안됬는데 이런 사소한 것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 있자면 좀 한심하기도 하지만(사실 가장 큰 이유는 사지 않아서겠지)

이런 잡설은 여기서 적당히 그만두고, 그렇게 원작소설만 믿고 보기 시작한 영화였다. 원작이 소설이 됬든 뭐가 됬든 간에 텍스트를 다른 매체로 옮긴다는 것은(그것이 애니메이션이 됬든, 드라마가 됬든, 아니면 영화가 됬든간에) 기대되는 일이자 걱정되는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내가 본 영화중에 그다지 원작을 잘 살렸구나 하는 작품은 별로 없었다. 종종 초월이식이란 소리를 듣는 작품들이 있는데 나랑은 영 연이 없다 싶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우행시)은 소설은 읽었지만 영화는 보지 못했다. 해리포터야 초월이식이고 뭐고 간에 점점 퀄리티가 떨어지고 반지의 제왕은 애초에 내 스타일이 아니랄까. 어찌되든 그렇게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보기 시작한 영화다. 제목은 보고 좀 당황. "사신의 정도까지만 하지 왠 스위트레인(...)"이랄까, 솔직히 게임을 하면서도 뭘 하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일본 애들이(우리나라도 별반 다를바는 없다;;) 멋지게 하려고 갖다 붙여놓은 영어는 굉장히 오글거리니까.

그리고 영화에는 쭉 빠져들어서 봤다. 이렇게 빠져들어서 본 작품도 참 오랜만이다. 솔직히 말하면 평상시에 일본 영화에 열광하면서 보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내 취향과는 맞는 부분이 있다. 왠만한 작품에는 그냥 그렇게 빠져든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이상이었던 것 같다. 뭐라고 해야할까.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글쎄 하고 읽기 시작해서 빠져들어버렸던 것처럼, 이 작품도 글쎄-하고 있는 사이에 이미 영화에 빠져들어 있었다.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보자면, 여러모로 할 말도 많다. 우선 작품 자체는 찾아보니 사신 치바의 6개 에피소드 중 3개만 골라냈다. 내 기억에 의존해봐도 사신 치바라는 작품이 이렇게 짧은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은 3개의 이야기를 뽑아내서 그 사이에 흐름을 중심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다. 그래서 『사신 치바』라는 제목을 굳이 『스위트 레인 사신의 정도』로 바꾼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빠지기 어려울 것 같으니까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자연스럽게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보는 것도 좋은 선택.



이야기는 말 그대로 3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여있다. 후지키 카즈에, 아쿠츠, 다시 후지키 카즈에로 돌아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관계가 좀 복잡하게 얽혀있다. 의도한 거겠지만. 뭐 그다지 복잡한건 아니다. 이런 순서대로다- 후지키 카즈에가 젊을 때, 가수로 데뷔하기 전 치바와 만났고, 그 때 치바는 [실행][각주:1]이 아닌 [배웅][각주:2]을 했다. 그리고, 그의 아들이었던 아쿠츠를 만나고, 다시 나이가 든 70세의 후지키를 만난다. 그 때 아쿠츠가 찾아왔고... 뭐 그런 이야기다. 이야기 세 개를 더없이 꼬아놨지만 시간 순서대로 나열해준 덕에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사실 사신이란 소재는 그렇게 흔하지도 않지만 그렇게 희귀하지도 않다. 라이트노블 중 비슷한 느낌의 작품(<사신의 발라드>)라거나, 뭐 그런 것도 있다(그러고보니 사신치바와 사발 중 뭐가 먼저지?). 그래도, 유난히 내가 좋아하는 느낌의 영화라서 푹 빠져서 봤던 것 같다. 카메라가 잡아낸 화면은 대체적으로 <용의자 X의 헌신>과 비슷한 느낌의, 왠지 모르지만 회색이 연상되는 어두운 느낌이었다.

사신이라는건 어떤 걸까. 여러 죽음을 만나야 하는 괴로운 직업인걸까, 아니 그렇기에 더더욱 담담해져가는 그런 직업일까. 아니, 그것을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라면 말이지. 왠지 다 보고 나서도 여운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운 느낌이다.
  1. 사신으로서의 일을 실행하는 것, 그러니까 죽음을 결정하는 것 [본문으로]
  2. 앞서 실행을 설명하면서 끝난 거지만, 그래도 설명하자면 더 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 정도? [본문으로]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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